샤갈의 마을에는 과연 눈이 내렸을까

사진 읽기

by 감성수집가





어느 마을의 풍경. hongseong. 2016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다. 너무나 유명한 시. 그래서 너무 뻔한 구절, 그래도 가슴에 남는 구절. 김춘수 시인의 또 다른 시 중에 <샤갈의 마을에 눈이 내리면>이라는 시가 있다.



샤갈의 마을에는 삼월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는 정맥에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수만의 날개를 날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삼월에 눈이 오면

샤갈의 마을의 쥐똥만 한 겨울 열매들은

다시 올리브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들은

그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눈이 내렸다. 문을 여는 순간 <샤갈의 마을에 눈이 내리면>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어느 마을의 풍경. 2016>이라는 사진을 그렇게 완성되었다. 시골의 고즈넉한 풍경. 익숙하지만 정겨운 풍경. 뻔하지만 이제는 뻔하지 않은 풍경. 그 풍경을 담기 위해 서둘러 카메라를 꺼내야 했다.


사실 샤갈의 마을에는 눈이 내리지 않았다.

김춘수 시인의 <샤갈의 마을에 눈이 내리면>은 러시아 출신의 초현실주의 화가 샤갈의 <나의 마을>이라는 그림에서 모티브를 얻어서 쓴 시이다. 우리는 의례 샤갈의 마을에 눈이 내리겠거니라고 생각을 하지만 사실 샤갈의 마을에는 눈이 내리지 않았다.



샤갈의 <나의 마을>


이 그림은 시의 모티브가 된 샤갈의 <나의 마을>이라는 그림이다. 초현실주의 화가 답게 그림에는 많은 상징들과 내용들이 담겨있다. 하얀색 암소와 사람이 눈을 마주치고 있다. 이 사람은 샤갈 자신이다. 뒷면에는 고향 비테크스크의 풍경이 담겨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눈은 없다. 김춘수는 이 그림들을 모티브로 했지만 시에 등장하는 마을은 그림에서 가지고 온 인위적이고 몽환적인 가상의 세계이다.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던 샤갈은 항상 고향을 그리워했음이 틀림없다.

우리는 모두 고향을 그리워한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건 동물의 가장 자연스러운 감정이기도 하지만, 현실의 괴로움 때문이기도 하다. 현실이 만족스럽다면 인간은 추억을 그리워하지 않는다.


<어느 마을의 풍경. 2016>은 이 그리움을 기반으로 작업되었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그렇게 인기를 끄는 이유도 현재에 만족하기 힘든 세상이기 때문은 아닐까. 힘든 일들이 너무 많다. 특히나 2~30대들은 세상 살기가 참으로 팍팍하다. 그래서 우리에겐 따뜻함이 필요하다. 나는 사진으로 그때 그 시절의 따뜻함을 선물하고 싶었다.





시구 중에 개인적으로


'새로 돋은 정맥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수만의 날개를 날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란 시구가 마음에 든다. 새로 돋은 정맥이라니....

이 부분을 보고 누군가는 눈 앞에서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는 사나이의 이야기라고 표현했지만, 그냥 '정맥'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푸른 겨울 풍경이 상상된다.


차갑고도 푸른 겨울. 매섭다.

하지만 우리에겐 주어진 숙명이 있다.

항상 홀로 걸어가야 한다.

하지만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홀로 걷는 길. hongseong. 2016


그렇게 한해 한해 우리는 살아왔고, 또 살아가고 있다.

삶은 우리에게 그 어떤 해악도 끼치지 않지만 그 어떤 도움도 주지 않는다. 그게 삶이다. 이걸 깨닫기 위해 나는 그 많은 세월을 홀로 걸어왔나 보다.


<홀로 걷는 길. 2016>의 주제는 바로 이런 인간의 숙명적 외로움을 담으려 노력했다. 끝이 보이진 않지만 언젠가는 모두가 당도할 수 있는 그곳. 그곳을 걸어가기 위해 우리는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한다.




PS. 2016년 두 번째 사진 읽기의 주제가 너무 무거웠나요. 한 해가 시작한 만큼 삶에 대한 관점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읽기는 2016년에도 계속됩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readingphoto




참고 : KTV 인터넷 라디오 그림 읽기

<네이버 지식백과> 낮 선문학 가깝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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