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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수필]우리는 삶의 오판에 시달리고 있다

독서의 목적은 지식을 얻음이 아니라 지혜를 얻는 데 있다






책속의 가족.2016


 2015년 한국인의 연간 독서량은 연간 9.1권이다. 통계적으로 우리는 한 달에 한 권의 책도 읽지 못하는 격이다. 독서량이 적은 데는 인터넷의 발달, 회사 다니느라 시간이 없어서, 취업준비 때문에 등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책은 동서를 막론하고 예부터 농밀한 삶의 방향 틀이 되어왔다.     


 유태인을 흔히 책의 민족이라고 한다. 그만큼 교육을 중시했으며 무형 콘텐츠에 대한 인지가 높았다. 탈무드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마을에 유명한 랍비가 찾아온다. 랍비를 영접하는 마을의 장(長)은 그 고장의 방비 상태를 보여주었다. 진지마다 병사들이 가득 차있었고 튼튼한 울타리와 방벽들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어 천혜의 요새처럼 보였다. 마을을 모두 시찰한 장과 랍비는 이윽고 숙사에 들어왔다. 

장이 물었다.


“저희 마을의 방비 상태가 어떻습니까?”


랍비가 말했다.


“나는 아직 이 마을이 어떻게 지켜지고 있는지 보지 못했습니다. 고장을 지키는 것은 병사가 아니라 학교입니다. 왜 나를 제일 먼저 학교로 데려가지 않으십니까?”     


고장을 지키는 것은 병사가 아니라 학교입니다



이 이야기는 우리는 삶에서 과연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를 자문하게 해준다. 평범하고 별것 없는 삶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이 삽입되면 그 삶은 매우 관능적 아름다움을 지니게 된다. 이러한 삶의 기준과 자태를 형성하기 위해 우리는 가장 쉬운 방법인 독서를 해야 한다.     



 동양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들이 있다.     


 중국의 시인 ‘두보’는 일찍이 자신의 시에서 남아수독 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라는 말을 했다. 남자는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문장의 주체인 ‘남자’는 남녀평등이 실현된 지금의 시점에서 ‘사람’으로 치환해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이다.

 즉 사람이 살아가면서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뜻인데, 여기서의 다섯 수레는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그다지 많은 양이 아니지만, 당시 지식량을 유추해보았을 때 다섯 수레의 책은 당시 출간된 대부분의 책을 의미한다고 보아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또 사자성어 중 위편삼절(韋編三絶)이라는 말이 있다. 예전에는 책의 죽간을 가죽끈으로 동여매었는데, 책을 열심히 읽어 이 가죽끈이 세 번이나 끊어졌다는 의미이다. 요즘의 말로 변환하면 책장이 닳도록 책을 읽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읽는사람.2016


 이렇게 예부터 선인들이 책을 탐독한 이유는 무엇일까. 책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지식들을 전달해주지만, 실제 선인들이 책을 통해 얻었던 것은 삶을 살아가는 지혜였다.      


 책에는 간접경험들이 넘쳐난다. 격동의 세월을 살았던 누군가의 이야기도 담겨있고, 거칠게 세상을 헤매고 다닌 이들의 이야기도 있으며, 우리보다 먼저 삶의 진리를 깨친 이의 정수도 담겨있다. 하지만 이러한 독서의 효과를 지식적 접근으로만 끝내기에는 책의 효용을 십 분 지일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책을 통해 스스로의 지혜를 함양하는데 그 의의가 있고, 그러한 지혜를 통해 삶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구심점을 구축해야 한다.     


 요즘 ‘지식’이라는 말이 굉장히 많이 사용된다. ‘지식’은 하나의 무형 콘텐츠이며 우리 사회를 끌어나가는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한다. 산업의 형태도 산업사회에서 지식정보화 사회로 전환이 되었고, 경영도 지식경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니, 우리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지식콘텐츠에 대한 인식은 꽤나 대단하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지식을 넘어, 지혜로운 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들은 얼마나 배양되고 있을까. 지식이 많다고 해서 지혜로운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식 포화상태에서 우리는 과연 인공지능 로봇 알파고에 비해 어떤 우위성을 가질 것인가.     


 


삶을 배우다.2016


삶에서 끊임없이 행해져야 할 것은 삶의 해답을 찾는 것이다. 이 해답은 유동적이고 변칙적이며 시시각각 변한다. 논지를 가질 수 있고 기준을 가질 수 있고 원칙을 가질 수는 있지만 해답은 항상 일정치 않다. 이것이 삶의 문제의 본질이다. 우리는 이 문제들에 대해서 얼마나 변칙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의 능력을 배양해야 하며, 지혜가 부재했을 시 여지없이 오판을 하게 된다.     


 지식 만능주의 사회는 가볍다. 이러한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은 정치, 사회, 문화 등 전반적인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지금 우리는 오판의 결과에 시달리고 있다. 조금 더 진중할 필요가 있다. 진중하고 고요한 판단 속에서 우리는 삶의 진짜 모습과 조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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