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이 여기저기서 팝콘처럼 피어났다
봄이 만발했다. 얼굴에 따스한 바람이 스쳤다. 봄을 주워 담을 길 없어 말없이 엑셀만 밟았다. 도착한 곳은 ‘다도박물관’. 경기도 김포에 위치한 이곳은 박물관을 빙자한 ‘정원’이었다.
자연을 내집 안에 보관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끊임없이 정원을 완성시켜왔다. 정원은 인류에게 자연으로의 회귀이자 그리움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자연과 인간을 단절시키는 벽이기도 했다. 인간은 자연을 다 품은 듯했지만 정원을 통해 자연으로부터 소외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정원은 담으로 둘러싸인 공간이다. 하지만 꼭 차단의 공간이라고 말할 수만은 없다. 물리적으로 자연과 차단돼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심리적으로 정원은 인간에게 자연을 선사한다.
다도박물관으로 진입하는 길은 아름다웠다. 길의 양옆 흙길이 도로를 아담히 막아주었고, 아름다운 나무들은 서로 손길을 잡으려 소리 없는 아우성을 털어내며 동굴 형태로 서있다.
약 100여 미터 되는 이 길은
봄에는 벚꽃이 만발해 봄날의 상큼함을,
여름에는 초목이 우거져 푸르른 시원함을,
가을은 쓸쓸하고 바스락대는 낙엽길을
겨울에는 앙상한 가지의 외로움을 선사한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두 개의 연못이 위치하고 있다. 돌과 흙으로 둥글둥글 형태를 만든 연못에 잔잔한 잿빛의 바람흔적이 불어온다. 흔적 사이로 봄내음이 물씬 담겨있다. 연못에는 때 맞춰 거위들이 끅끅 울어대며 날갯짓을 해댄다.
연못 주위를 천천히 거닐다 보면, 주인의 고풍적 취향이 보인다. 연못 주위뿐 아니라 박물관 전체에 크고 작은 조형물들이 자연과 어울려 위치하고 있다. 왠지 주인은 자연을 좋아하고 조각을 좋아하고 예술품을 좋아하고 풍류를 즐길 줄 아는 듯했다. 게다가 이러한 풍류는 꽃이 피고 꽃이 지고 비가 오고 낙엽이 떨어지고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며 조금씩 진한 향을 풍기는 듯했다. 특히나 정원을 거닐 때 곳곳에 숨어있는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아련한 뉴에이지풍의 피아노 소리는 이러한 감성을 더욱 자극하기 충분했다.
연못의 왼편에서 박물관을 찾을 수 있었다. 박물관은 작고 깊었다. 지하 1층에 위치한 다도 박물관을 보기 위해서는 50계단 정도를 내려가야만 했다. 이곳에는 예부터 지금까지의 차(茶)와 관련된 여러 가지 다도 용품들이 있었다. 이곳 관장인 손민영 이사장이 평생 수집한 다도구류로 대략 3000여 점이 넘는다고 하니 개인 수집품 치고는 꽤나 많은 양이었다. 크고 작고 울퉁불퉁하고 매끈한 여러 모양의 다기들과 백자, 청자 등의 다관이 있었다.
그것들은 매우 고요하고 조용스러워 보여 보는 이의 마음도 고즈넉해진다. 주욱 둘러보고 나오니 벽 한편에 차를 덖는 법을 벽에 붙여 놓았다. 차 한잔이 나오기까지는 참으로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차는 확실히 마음 수양과 잘 어울리는 주제인 듯했다.
다도박물관에서 볼만한 것을 꼽으라면 박물관보다는 단연코 정원이다.
특히 박물관이나 인공적으로 만든 우물들도 모두 볼만하지만 그래도 더욱 아름다운 것은 계절마다 옷을 바꿔 입는 나무들과 자연이다. 마치 색색의 물감을 땅위에 뿌려놓은 듯 그들은 각기 자신의 시절에서 가장 아름다운 색을 뽐내며 서있었다.
인간이 어떠한 색을 표현해내고, 어떠한 아름다운 모형을 만든다고 해도 이 자연의 자연스러움에 비할바가 있을까. 자연은 그 모습 그대로의 위대한 아름다움을 빛내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보다 더 자연스러울 수 있을까’라는 말은 그 어떤 칭찬보다 최대의 찬사가 아닐까 싶다.
자연스럽다라는 말은 그 어떤 칭찬보다 최고의 찬사다
아름다움이 여기저기서 팝콘처럼 피어났다
아름다움이 여기저기서 팝콘처럼 피어났다.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니 불순한 <말>이란 녀석을 이런 풍경을 배경에 두고 겁도 없이 하는 건 감히 무례하고도 무례한 행동이었다. 경이로웠다. 단지 내 눈을 호사시켜주는 이 화가의 솜씨가 경이로웠다. 그렇게 낯선 정원에서 봄을 만났다. 피어나는 아름다움에 자꾸 몸 둘 바를 모르게 된다. 이 고요하고도 전파력 강한 바이러스는 이곳을 찾는 이 들을 전염시켜 놓을 것이다.
마음이 복잡하고 답답할 제 정원을 거닐어보라. 정원엔 봄이 있고 네가 있고, 내가 있다.
▶ 여행지 정보
1. 관람요금 : 개인 5000원, 단체 4000원(20인이상) / 중고생 4000원 / 유아 3000원
2. 관람시간 : 화~일 10:00 ~17:00(하절기 18:00)
3. 주변관광지 : 애기봉, 문수산
ps. 여행기 시작입니다.. 재밌나요?^^
https://brunch.co.kr/@brunchqxk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