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택한 도시

모두가 사랑하는 도시, 나는 사랑할 수 없던 도시

by ㅇㅈㄹ
사람들이 생각하는 화려한 LA


모두가 사랑하는 도시. 로스앤젤레스 엘에이. 아메리카 대륙 서남쪽, 북위 34° 03′ 서경 118° 15′. 로스앤젤레스, Los Angeles, LA.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에 위치한 대표적인 대도시.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도시. 2028 올림픽이 개최되는 도시. 할리우드가 있는 도시.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 도시. Pretty girl 제니가 pretty-girl mantra Just touched down in L.A.한 도시. 라라랜드. 꿈과 희망의 도시. 아메리칸드림. 푸른 하늘. 야자수. 바다. 서핑. 노을. 세계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이 꿈을 좇는 도시. LA, 엘에이, 로스앤젤레스. 모두가 사랑하는 도시.


하지만, 나는 사랑하지 못했던 도시.

그러나, 유일하게 내가 선택한 도시.


아파트에서 보이는 LA 풍경

할리우드의 음악도, 화려한 네온사인도, 아름다운 노을도 보이지 않는 이곳. 10평 남짓 스튜디오. 한국어 간판이 가득한 코리아 타운. 밤 사이 새롭게 생겨나는 그래피티들. 길거리의 텐트들. 찌그러진 차. 깨진 유리창. 가만히 차 안에 있는 나를 공격한 홈리스. 내리쬐는 햇볕. 자주 볼 일 없는 노을. 길가에 쓰레기. 다양한 사람들. 영어인지 스페인어인지 모를 소리들. 우렁찬 자동차 배기음. 자동차 경적음. 자동차 알람음. 차 소리. 사이렌소리. 헬리콥터 소리, 경찰차 사이렌소리, 소방차 사이렌 소리. 차 문 여는 소리. 차 문 닫는 소리. 차 시동 거는 소리. 차 키 누르는 소리. 차 소리. 차 소리.


차 소리 가득한, 내가 사랑까지는 하지 못한 도시, 하지만 내가 선택한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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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많은 것을 '선택'한다. 라면을 먹을까 양배추 삼겹살찜을 먹을까? 아이스 라테를 마실까 아이스 바닐라 라테를 마실까? 회사에 갈까 말까? (이건 거의 선택 못하지만) 심지어 대통령도 선택하는 시대인데, 애석하게도 내가 살 도시는 나의 선택권에 들어온 적이 없었다.


태어나 보니 인천이었고, 수원이었고, 시흥이었고, 서울이었고, 안양이었고. 보통의 사람들이 그렇듯, 도시란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닌 그저 살다 보니 그렇게 되는 것이었다. 살다 보니, 그렇게 거기 살게 되는 것이었다. 그런 내 삶에 LA는 유일하게 처음으로 내가 직접 선택한 도시다.


태어난 도시에서, 자란 도시에서 왜 거기서 태어났는지, 왜 거기서 자랐는지 우리는 묻지 않는다. 그러나 이방인 생활은 질문이 많아진다. 내가 나에게. 난 '왜' 여기에 있나. 난 여기서 '무엇을' 하나. 이곳의 무엇 때문에 내가 여기에 있나. 여기서 내가 무엇을 얻어 가야 하나. 무엇을 얻기 위해 나는 여기에 있나. 왜 여기에 있어야만 하나. 왜 여기에 살아야만 할까.


나는 자꾸 요구를 한다 이곳에. 나는 무엇을 위해 여기 있느냐고. 너는 나에게 무슨 의미냐고. 너는 나에게 어떠한 의미라도 되어야 한다고. 나는 너에게 무엇이라도 얻어야만 한다고. 너는 나에게 무엇이라도 줘야 한다고.


어딘가에 산다는 것은 언제나 당연한 것이었는데,
당연한 것에 물음을 붙이니 괴로운 것은 나뿐이다.

모두가 사랑하는 도시.

나는 그렇게 사랑하지 못하는 도시.


오늘 밤 문득 그저 그냥 내가 선택했다는 것, 그것 만으로 더 이상 질문하지 않기로 한다. 이방인인 나에게. 내가 이방인이게 한 이 도시에.


그저, 내가 선택한 도시, 그것뿐이다.






챗지피티에게 물어본 LA



*이방인 여성 직장인 모임 [투룸메이트] & 글쓰기 모임 앱 [은는이가]의 <여름 방학 글쓰기 모임>에 제출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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