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했어요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18

by 아네요






고생했다 말해달라며 사망한 한 아이돌 가수의 기사를 읽었다. 저녁에 책상 앞에서 맛있게 치킨을 뜯으며 무슨 미드를 볼까 신나 있을 때쯤, 기사를 접하곤 조금 놀랐다. 난 이 가수를 잘 알지 못한다. 매일 저녁 음악을 틀어놓고 끄적이곤 하지만 보통 인디밴드 가수들 노래다 보니 아이돌 가수의 음악은 잘 듣지 않는다. 다만 너무 유명한 그룹이어서 방송에서 곧잘 만날 순 있었다. 잘생겼고 끼가 많아 보였다.


아주 예전 어느 날, 듣던 라디오 채널이 아닌 다른 채널을 듣다가 조금 기억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라디오를 진행하던 디제이가 자신은 생각이 너무 많아서 어찌어찌한다는 이야기를 하였는데(ㅜ.ㅜ 안타깝게 뭘 어찌어찌하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그때 내가 줄곧 하던 생각과 너무 비슷하여 나랑 똑같은 사람이 저기도 있구나 하고 위로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 이야기를 며칠 후 친구에게 말하였다. 잘 모르는 아이돌 디제이가(그때까지 이 가수의 그룹을 몰랐다)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한다며 이야기하였다. 잘 듣던 그 친구는 그 디제이 이름을 듣더니 일언반구도 대꾸를 안 하였다. 그 친구와는 서로 예의(?)를 갖추는 사이였음에도 뭔 빵구똥구같은 말을 한다는 표정이었다. 마치 배우 공유 씨가 '나와 사귀어달라'라고 매달리던 꿈에 대해 친구들에게 말하던 때와 같은 표정이었다. 얼른 다른 대화로 화제를 돌렸다. 이 디제이 인기가 꽤 있는 사람이구나 그때 알았다. 그 디제이가 바로 이 아이돌 가수였다. 그 후 그 디제이는 잊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기사로 다시 접하게 되었다.


난 스스로 죽음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에 대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죽음이 정말 그 본인 스스로의 의지에 부합하는 일이어서 그 본인에게도 당연한 일이고 가족에게도 당연한 일이라면 난 그 죽음을 부정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불치병에 고통이 심하여 안락사를 택하는 사람과 그의 가족이나, 자신의 철학적 신념이나 신조로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사람에게 '죽지 마세요'라는 오지랖 따윈 떨고 싶지 않다.


그러나 뉴스에서 접하고 주위에서 듣게 되는 자살은 어느 하나 당연한 의지에 부합하는 죽음이 아니다. 사회적 타살도 많고 힘든 삶에 치여 죽게 되는 안타까운 죽음들이다. 그런 죽음을 보면 동물원에 갇혀 스트레스받아 죽은 동물들이 떠오른다. 그런 건 자살이 아닌 것 같다. 뭔가 다르다. 당연하지 않고 억울하다. 그리고 슬프다. 너무 슬프다.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건방지게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오늘 생을 마감한 그 아이돌 가수에게. 그리고 힘든 삶에 치여 죽을 것 같은 많은 사람들에게, 건방지지만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죽은 후에 듣지 말고, 죽지 말고 들었으면 좋겠다.

고생했다고.


나도 고생했어.

그리고 당신들도 고생했어요.


종현 씨, 고생했어요. 편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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