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부탁 하나만 들어줘'
원제는 ‘A Simple Favor’, 단순한 부탁이다. 그러나 장르물답게(스릴러) 상황은 전혀 단순해지지 않는다. 하나하나 사실을 캐내어 가며 더 큰 사실들이 드러나고,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몇 달 전에 봤던 스릴러 ‘서치’와 비교하는 홍보용 뉴스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야기의 긴장감이나 박진감, 개연성은 서치에 비해서는 떨어졌다. 그에 비해 ‘막장’과 ‘코믹(조금)’, 그리고 여배우들의 옷, 집, 남자 배우, 그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한 영화였다. 볼게 많은 영화였다. 마치 여성잡지를 보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에게 전혀 인정받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는 지독히 평범한 주부인 스테파니(안나 케드릭), 엣지있고 엘레강스하며 선망의 대상인 커리어 워먼, 에밀리(블레이크 라이블리). 한국 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가 떠올랐다. 물론 파헤치는 인물이 정반대인 이야기들이라 결은 매우 달랐지만, 여자들의 선망의 초점을 묘사하는 그림은 동양이나 서양이 비슷해 보였다. 옷 잘 입고 능력 있고 직업 있고 아이 있는 커리어 워먼.
주인공 스테파니는 그런 멋진 여자 에밀리랑 친구가 된다. 그러나 어느 날 단순한 부탁을 한 후 에밀리는 사라지고 시체로 발견된다. 여기까진 보통 영화 홍보 줄거리에 나와 있는 이야기인데 매우 흥미가 생기는 설정이다.
그런데 영화는 시간이 지날 수 록 집중력을 잃게 된다. 영화 ‘디아볼릭’ 같은 ‘스릴러’도 넣고, 멕시코 드라마의 ‘막장’도 넣고, 미국 만화 같은 ‘코믹’도 넣고, 잠들기 전 잠깐 보는 미드 같은 ‘결말’도 넣어 서 그랬나, 조금 지루해졌다. 이것저것 넣고 싶었던 감독의 욕심이 과했나 보다. 일관적인 것은 여배우들의 세련된 패션이었다.
(여기서 잠깐 스포일러 나옵니다)
그리고 스릴러 영화의 백미는 반전일 텐데, ‘그래도 내가 더 잘났어’로 끝나는 결말에 속이 시원하긴커녕, 조금 짜증이 났다. 아침 8~9시에 하는 아침드라마같이 뻔하기도 하였고, 미국 애니메이션 파워퍼프걸 같이 조금 유치하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나는 코믹 수사물, 코믹 스릴러, 코믹 액션물 모두 매우 좋아한다. 영화를 자주 못 봐도 위와 같은 영화가 나오면 아껴서 보는 편이다. 그러나 생각만큼 맘에 드는 코믹 스릴러, 코믹 수사물은 많지 않다. 그만큼 코믹물은 만들기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의 전작 중 ‘스파이’의 경우가 그런 영화였다. 내가 좋아하는 장르인 데다, 출연진들도 좋아하던 배우들이어서(앨리슨 제니, 멜리사 맥카시, 미란다 하트) 기대를 많이 했었다. 그러나 뭔가 싱겁게 느껴져 실망했던 영화였다. 그런데, 이번 스릴러 영화 ‘부탁 하나만 할게’에서도 그때 느꼈던 싱거움이 있었다. 감독 특유의 개성인가 보다.
그래도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꾸준히 코믹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재밌긴 하다. 다만 여자들을 매우 아껴서 그런지(?) 뭔가 공주 공주 느낌이 있는데 좀 더 리얼하게 다뤄주길 바랄 뿐이다. 그 부탁 하나만 들어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다음 영화는 더 재밌게 볼 수 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