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도 나를 이용할 겁니까,
<증인>

영화 증인 리뷰

by 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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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재밌다. 거리끼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재밌었다. 식상할 수 있는 부분을 흥미롭게 잘 만들었다. 이 영화는 4가지 특징으로 이야기를 쫀쫀하게 끌고 갔다.


첫 번째, 이 영화는 성장 영화다. 단순히 장애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을 깨는 이야기만 그린 것이 아닌 두 주인공 순호(정우성)와 지우(김향기)의 성장을 다룬 이야기다. 그들이 하나하나 성장해 가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로받는 부분이 있었고 이야기의 구조도 명확한 기승전을 보여줘 몰입을 높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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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이 영화는 법정물이다. 주인공인 변호사 순호(정우성)를 중심으로, 이야기의 큰 흐름을 법정 이야기가 끌고 가고 있다. 기득권층에 뿌리 잡고 있는 대형 로펌과 일개 변호사의 힘이 얼마나 차이 나는지 보여주며 사람들의 흥미를 돋우었다. 외부적인 이야기로 송윤아가 조금 등장하는데, 그녀조차 민간 변호사로 대형 로펌과의 힘겨루기에서 좌절을 느끼는 인물로 주인공 순호와 잘 대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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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이 영화는 스릴러다. 해맑아 보이는 포스터와 달리 뜻밖에 서스펜스가 있다. 심지어 뻔하지도 않았고 탄탄한 구조로 짜릿함까지 느낄 수 있었다. 뛰어난 배우들의 연기도 한몫했지만(엄혜란 씨의 연기에 와아..), 감독의 솜씨가 보인 부분이었다. 난 스릴러 부분이 꽤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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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이 영화는 동화다. 정우성이 나오니 절로 판타지가 되었다. 정우성이 구두만 신어도 CF를 보는 듯했고, 버스만 타도 연애물을 보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정우성 이야기는 여담이고, 이야기 전체가 동화다. ‘착함’이 이야기의 줄기를 잡고 있어서 비열함과 잔인함에 지친 사람들이 보기에 좋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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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다양한 장르가 복합되어 있는 영화였지만, 감독의 노련함으로 이야기들이 서로 겉돌지 않고 잘 버무려져 있었다. 자극적이지 않은 소재로도 꽤나 몰입도가 높은 영화였다. 다양한 이야기를 하려다 보니 러닝타임이 꽤 길었지만(2시간 10분) 지루하지 않았고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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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소재로 하는 영화, 드라마, 다큐, 시사 교양 프로는 많다. 인간극장 같은 리얼 다큐드라마에서 자주 접하게 된다. 사람들의 생각이 예전보다 많이 바뀌긴 하였지만, 여전히 경계 너머에 그들이 있다.

‘장애’에 관한 영화를 보러 가게 되면 보통 두 가지 영화를 보게 된다. 하나는 직면하는 영화, 다른 하나는 연민과 감동의 영화다. 난 둘 다 불편하다. ‘직면’하는 영화는 보는 내내 불편하고(보고 나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지만), 연민과 감동의 영화는 보는 중엔 편하지만, 보고 나선 불편하다. 그러다 보니 ‘장애’를 소재로 한 영화는 나에겐 매우 힘든 영화다.


‘장애’라는 소재로 한 영화가 많다 보니 원래 의도와 달리(원래 의도가 뭔진 잘 모르겠지만) 영화가 잘 팔리게 하는 수단으로 ‘장애’라는 소재가 쓰이는 것은 아닌가 의문도 들곤 한다. 소심하면서 염세적인 내가 예민하고 고깝게 보는 것일 수 도 있다.

그럼에도 그 의문을 계속 붙잡게 되는 것은, 주인공인 자폐아 지우(김향기)의 의외의 행동에 재밌게 웃다가도, 이렇게 웃어도 되는 것인가 마음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그들을 보고 연민의 감정으로 눈물을 짜내는 것이 과연 괜찮은 일인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두 감정 모두 그들보다 우위의 입장을 취하는 것이기에 불편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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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영화를 보러 간 엄마는 영화가 끝나자 작게 박수까지 치셨다. 장애에 대해 편견을 건드리는 이야기가 참 좋았다고 하셨다. 나 또한 거슬리는 부분이 조금 있었지만, 영화 자체는 꽤 좋았다.

사람마다 다 취향이 다를 진데, 이 영화는 폭넓게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재밌는’ 영화였다. 같이 볼 사람들과 영화 고르기 어려울 때 추천해 주고 싶은 영화이다. 참, 김향기의 색다른 연기가 좋았다. 이 사람의 연기가 점점 보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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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요 부분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법정에 증인으로 선 자폐아 지우의 증인 능력을 깎아내리기 위해 부득이하게 ‘정신병’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 말을 지우에게 쓴 순호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지우의 엄마도 자신의 딸을 정신병자 취급한 것에 크게 화를 낸다. 그런데 이 장면을 실제 정신병이 있는 사람들이 보게 된다면 기분이 좋지 않았을 것 같다. 편견을 깨는 영화에서 또 다른 편견을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닌지 조금 걱정이 되었다. 정신병을 가진 이들도 증인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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