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였어, <바이스>

영화 바이스 리뷰

by 아네요


movie_image.jpg?type=m886_590_2 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를 많이 본 사람들에겐 이런 식의 영화가 새롭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영화를 많이 보지 못한 나에게는 꽤나 새롭고 재밌는 영화였다. 브런치 시사회 덕분에 흥미로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이 영화는 풍자하고 은유하고 비꼬는 영화인데, 신기하게 ‘직면’하게 되는 영화였다. ‘그것이 알고 싶다’나 ‘pd수첩’처럼 폭로하는 방식이지만, 무게 잡는 목소리가아닌, 위트 있는 목소리다. 그 모양새가 참 웃기다. 웃기다하여 묵직한 상황들을 웃기게 만든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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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화화한 것은 인물이었다. 대단한 권력자들이어서 거론조차 함부로 하면 안 될 것 같은 인물들, 조지 부쉬, 딕 체니, 도날드 럼즈펠드 등등 굵직한 미국의 정치인들을 가볍게 만들었다. 그들을 우습게 만들면서 그들의 뻔한 행동과 욕망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끔찍한 상황에 이르게 되는지 직면하게 하는 영화였다. 그들의 행동은 매우 평범하고, 그럴듯하고, 웃기지만, 그 파장은 끔찍하여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부대통령(vice)’이란 이름으로 일어났던 ‘범죄(vice)’에 대한 폭로 영화였다. 미국 정치 이야기이지만, 워낙 굵직한 사건들이어서 모두 어디선가 들었던 이야기들이었다. 그들이 법과 언론을 교묘히 이용하여 자기 잇속을 차리기 위해 만들어낸 것들이, 어떻게 ‘이라크전’과 'isis'의 발생시키는지 보는 대목에선 분노가 일기도 하였다(이라크 전 이야기는 들어보았지만, is이야기는 처음 들어서 꽤 충격적이었다). 실제 그 사건들로 인해 피해를 받은 사람들은 재미로 이 영화를 보긴 힘들 것 같다. 직접 전쟁과 테러를 겪은 사람들, 그리고 전쟁에 투입된 사람들 모두, 이들의 정치놀음에 유닛으로 활용(?)되었다는 것은, 쉽게 용서될 부분이 아니었다. 범죄를 넘어 ‘악’ 자체다.


그런데 영화는 ‘딕 체니’를 그렇게 악인으로 몰고 가진 않는다(마지막 인터뷰에선 악인 같아 보였지만, 사실 그 모습도 너무나 익히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서 볼 수 있는 모습이어서 친숙할(?) 뿐이었다). 그렇다고 그를 옹호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그럼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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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 범죄자들을 폭로하고 욕하는 것으로, 이 끔찍한 사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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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딕 체니’는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사람들이 뒤에서 욕을 할지 모르지만 앞에선 쉽지 않다. 심지어 그처럼 욕망을 가진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욕망이 전혀 없다고 단언하여 말할 수 있을까?


이 영화는 엔딩 크레디트가 두 번 나온다(분위기 상으론 3번 나온 것 같다. 가물가물). 첫 번째 엔딩 크레디트는 장치다. 딕 체니의 동화 같은(?) 일대기를 보여주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낼 것처럼 크레디트가 올라가더니, 마치 쿠키영상을 보여 주듯, 딕 체니가 부통령을 수락하는 이야기로 다시 시작된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를 보여 주게 된다. 딕 체니가 부통령이 되면서 저지르게 되는 ‘vice’들을 화려하게 나열한다.


끝없는 폭로에 정신없을 무렵, 딕 체니 또한 약한 심장 때문에 죽음을 앞두게 된다. 진짜 엔딩을 향해 이야기는 간다. 그러나 결코 없어지지 않는 부패권력처럼, 딕 체니는 새 심장을 얻고 다시 일어난다. 노골적으로 자기 권력을 누리려는 듯한, 속 긁는 인터뷰를 끝내며 영화가 진짜 끝난다. 엔딩 크레디트가 나온다. 이때 엔딩 크레디트가 재밌는데, 온갖 모양새의 미끼가 나온다. ‘너희들이 이런 걸로 이렇게 낚인 거야’라며, 보는 이들을 실소케 한다. 칼라풀하게 얼마나 다양하게 낚였는지 보여주는데,.. 웃기면서도 씁쓸했다. 진짜 우스운 사람들은 우리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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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말 잘 듣고, 아이들 끔찍이 사랑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무난한 딕 체니의 지극히 평범한 모습과, 그가 만들어낸 끔찍한 사건들을 교차하며 보는 것은 ‘아이러니’였다.


중간에 잠깐 나온 ‘사이코패스 같은(?) 고문법’이 나오는데(예전에 뉴스에서 접했을 때도 끔찍했는데, 이런 연유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나니 더 끔찍했다), 그들의 선동에 같이 미쳐간 미군들의 모습을 보며, 남일 같지 않았다. 포로를 벌거벗겨 쌓아 놓은 후 웃으며 사진 찍은 미군의 얼굴은, 과연 ‘딕 체니’와 ‘이 영화를 보는 나’와 얼마나 차이가 있을까 의문하게 되었다(이런 무서운 의심을 코믹스럽게 끌어내다니,..).

이 영화를 보고,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에 대한 글이 생각났다.

“악이란 뿔 달린 악마처럼 별스럽고 괴이한 존재가 아니며, 사랑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우리 가운데 있다.”




이렇게 다양한 미끼를 보여 주며 끝나는 듯하더니, 쿠키영상을 또 보여주었다. 영화 도중 나온 소수정예 여론 인터뷰가 있었는데, 그 장면이 또 나왔다(이 영화를 본 사람들의 인터뷰를 보여주는 ‘액자 방식의 영상’이었다).

마치 현실에 돌아온 듯, 다큐 스타일의 코믹 미드 같은 영상이었는데, ‘너네가 뽑은 오렌지 대가리’를 운운하며 싸우는 보수와 진보의 모습에(오렌지 대가리에 뻥 터졌다), 우리나란 줄 잠깐 착각하였다.

이런 코믹영화 좋다. 폭로, 풍자, 직면을 이렇게도 보여줄 수 있다니. 교묘히 법망을 피해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딕 체니에게 배운 것일까. 이 영화도 명예훼손 고소를 절묘히 빠져나갈 수 있게, 똑똑하게 만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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