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 하나레이 베이

영화 리뷰 <하나레이 베이>

by 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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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에 대한 이야기였다.

공유할 수 없는 ‘고통’과 쉬이 상쇄될 수 없는 ‘잃어버림’에 대한 이야기였다.


일반적인 가족의 상실을 담은 이야기와는 조금 달랐다. 주인공 사치는 아들을 잃었다. 남편도 없이 미혼모로 혼자 어렵게 키운 아들이지만, 아들에 대한 정은 많지 않았다. 그 흔한 사진 한 장 없는 모자관계다. 매번 당위적인 모성애를 강요하는 그런 설정이 아니어서 새로웠다.

(결은 조금 다르지만) ‘미워하는’ 아버지나 어머니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영화가 떠올랐다. 아들의 죽음을 마주친 후, 가장 먼저 등장시키는 과거 장면이, 행복했던 아들과의 추억이 아닌, 끔찍한 남편과 싸우며 아기를 키우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이것은 이 이야기가 단순히 모성애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주인공 ‘사치’를 중심으로 생각하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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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모양이 다르다 하더라도 공유할 수 없는 고통이란 것은 같지 않을까. 그런 고통은 시간이 지난다고 치유될 수 있는 것일까. 누구의 충고나 조언에 그녀의 상실감이 치유될 수 있는 것일까. 단순히 안타까워하고 슬퍼하는 것만으로 상실의 감정을 지나칠 수 있을까. 이런저런 물음을 주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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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치는 자기 자식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죄책감 때문일까. 그녀는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다. 그런 상태에서 시간이 지나면 상실감을 넘어서겠거니 하는 마음이었을까, 10년 동안 하와이 하나 레이 베이를 방문하곤 하는데, 전혀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책을 읽고 바다를 볼뿐이다.

그러던 중 자식 또래의 아이들을 만나게 되고, 아들과 공감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그들과 공감하게 된다. 그것도 매우 자연스럽게. 마음속으로 내내 고팠던 것처럼.


그들과의 조우에서 다시 10년 전 상실의 순간을 이제야 직면하게 되고, 자식의 모습과 흡사한 유령의 모습을 찾느라 하나 레이 베이를 뒤지기 시작한다. 10년이 지난 이제야 상실을 찾고 분을 터뜨리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상실을 보듬어 주는 것은 보이지 않는 무엇(유령)이라는 점에 독특함을 느꼈다. 인과관계가 명확한 어떤 상황이나 사물, 상대가 아닌,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고통을 직면하게 하고 상실을 극복하게 하는 어떤 무엇의 존재가 인간의 삶에서 중요할 수 도 있다는 생각을 잠시 하였다. 마치 인간의 사고론 모두 이해하기 힘든 자연처럼(뜬금없이 어른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토토로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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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조용하였지만, 쉬는 템포 없이 쭉 집중해야 하는 영화였다. 계속 주인공 사치의 감정을 따라야 했기에 긴장감이 들었다. 그러나 어떤 서사가 있는 영화가 아니어서 자칫 포인트를 잃으면 지루해질 수 있는 영화였다. 음악, 음향, 배경, 공간 이미지 모두 공을 들인 영화였기에 마냥 지겹진 않았지만, 조금 피곤한 상태에서 보게 되면 잠깐 잠들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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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슬리는 부분이 조금 있었다. 이 거슬리는 부분에 대해 내 생각과 같은 리뷰를 찾아보지 못한 덕에 거론하기가 조금 주저되었다.

나는 출연자들의 연기가 거슬렸다. 잠깐잠깐 나오는 외국인들의 연기는 재현 드라마가 떠올랐고 초반 여주인공의 클로즈업이 꽤 거슬렸다. 중 후반, 감정을 표현하고 역동성 있게 이야기를 다룰 때 주인공의 얼굴은 전혀 거슬리진 않았다. 요시다 요는 분명 연기를 잘하는 배우였다. 문제는 초, 중반이었다.


‘자식을 잃었지만, 감정에 동요되지 않는 여자, 사치’를 표현하는 초반 클로즈업한 얼굴에서 3~40대 화장품 CF모델이 보여 어색하였다. ‘나 영화 찍어요’라는 연기를 넘어 자꾸 CF가 보였다. 추하거나 일그러지거나 냉혈한 모습을 원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평범한' 얼굴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런 얼굴로 자식의 죽음을 맞이하는 여성을 사치라 생각하였다.

이 부분이 매우 어려운 부분이라고는 생각한다. 오히려 감정을 표현하는 연기가 더 쉬울 것 같다. 이해는 되지만, 공감되지 못한 얼굴 클로즈업을 자주 보게 되는 것은 나를 자꾸 영화 밖으로 밀치게 하여, 영화의 중요한 부분마저 잃게 되는 기분이었다.

이 부분은 연기자의 몫만은 아니라 생각한다. 감독이 이 여성을 보는 시선이 이런 것 일 수도 있으니까. 감독조차 실제 ‘그런 여자(?)’의 얼굴이 어떤지 직면하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참고로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힌다. 많은 분들과 이창동 감독 또한 주연배우의 연기에 감탄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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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끔찍한 상실의 모습에서 생각치 못한 ‘미학’을 찾아내는 영화임은 분명하였다. 아름다운 하와이의 모습과 상반된 받아들이기 힘든 ‘상실’의 모습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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