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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 번씩 추억한다

다음에 만나자

by 이대영

추억 앞에서 생각이 멈췄다. 시간을 거슬러 찾아간 그곳에는 커피 향이 여전했다. 커피잔은 온기를 머금은 채 하얀색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었다. 문이 삐익하고 소리를 낼 때마다 얼굴은 그곳을 향했다. 쉬어지는 한숨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바깥에는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또각또각 소리에 숨이 멎는 정적, 잡히지 않는 공간들, 나는 그 공간을 쳐다보고 있었다.


묻고 싶은 말들, 왜?라고 말하고 싶었다. 이제는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제는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슬퍼 미처 하지 못했던 말들, 울음 섞어 가슴으로 던진 말들. 시간만큼이나 희미해진 감정들. 그래도 호흡이 멈추는 것을 보면 기억은 하는가 보다. 시간을 되돌렸으면 하고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고, 아니다라고 부인하면서, 머리를 흔들었다.


가슴 저미는 감정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시간 여행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건 늘 기억으로 끝난다. 참, 멀리도 왔다. 조금만 천천히 왔으면 좋았을 것을 왜 그렇게 빨리 달렸을까. 그래서 사랑을 더 깊게 할 수 있었던 것일까, 더 충실해졌고 말이야. 더 섬세해졌다고나 할까. 지금 감정이라면 아마 그렇지 않았을 거야. 그건 바보 같은 행동이라고 돌려보냈을 거야.


그래서 사랑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거야. 내가 느꼈던 감정들을 복기하면서,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내가 울지 않도록 말이지. 그때는 이런 말을 해야 한다고 말이지. 감미로운 노래 목소리가 나를 그곳으로 데리고 갔다. 익숙한 노랫소리에 눈을 감지만 잡히지 않는 감정에 시간만 보낸다. 눈은 더듬지만 보이지 않는다. 그래, 누구 말대로 추억은 묻어두자. 다시 맞을 현실이 아니라면 아름다운 이야기로 묻어두자. 숨 한번 크게 쉬고 다시 눈을 감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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