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편안함이다
일부러 일을 일찍 끝낸 적이 있다.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는데도 일을 빨리 마친 것이다. 오늘 못하면 내일 하면 되지 하는 여유가 그렇게 하도록 만들었다. 걱정보다는 편안함이었다. 기분도 좋았다. 그동안 편안함은 일을 모두 끝내고 느끼는 것이었다. 반대편에 이런 게 있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걱정, 두려움은 늘 시간 앞에서 초초하게 나를 기다렸고, 그럴 때마다 나는 그들을 안심시키고서야 그들이 주는 편안함을 얻을 수 있었다.
한쪽에서 보면 반대편은 보이지 않는다. 조용한 수풀 너머로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꼭꼭 닫힌 철문은 녹슨 자물쇠로 채워져 있었다.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갇힌 것처럼 보이는 공간. 스산한 바람이 불자 시곗바늘이 딸각하고 소리를 냈다. 용기를 내어 손으로 문을 밀자, 거짓말처럼 문이 열렸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공기가 가슴속으로 밀려왔다.
경험해보지 않은 편안함. 아직도 많은 것들이 숲에 묻혀 있다. 용기를 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베일에 싸여 있다. 불안과 공포, 두려움은 늘 우리를 협박한다. 내일에 대해서 겁을 주고, 미래와 희망에 대한 자신감으로부터 우리를 떼어 놓는다. 과거에 겪은 경험은 고개를 들면서 한번 더 우리를 위협한다. 나약함은 매 순간 무릎을 꿇고 한 발자국도 숲으로 다가서지 못하게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몰랐을 사실들. 한 번씩 원칙이라는 것을 깨어 본다. 안전한 울타리라 여겨지던 곳을 벗어나 거기에 서면, 안개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보인다. 그동안 나를 붙잡았던 것들이 뒤로 물러서면서 손을 든다. 나는 그것들의 포로가 아니라, 그것들이 나의 포로였다. 오늘 하루 있었던 일에 대해 너무 겁먹지 말자. 오늘은 그냥 미련 없이 보내자. 딸각 소리가 나를 잠자리로 밀어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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