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트러지더라도
다 풀어놓으면 그냥 살게 된다. 사정 봐주고, 여유 봐주다 보니 샛길로 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약간이라도 아픈척하면 엄살이 찾아오고, 기회는 지금이다 싶어 멀리 서 있다가 부리나케 달려온다. 그런 삶이 쌓이면 빈한하게 된다. 누가 알맹이 없는 껍질을 좋아할까. 생각해 보면 무수히 많은 여름낮 정오 같은 늘어짐이 이어진 것 때문은 아닐까. 어느 경전에 있는 것처럼, 좀 더 자자, 좀 더 졸자라는 나를 위한 사랑이 결국 나를 미워하게 되는 것이다.
아침에 생생하던 잎사귀들이 더위에 푹 주저앉았다. 꽃들도 물 한 모금 달라고 물뿌리개를 쳐다본다. 시원한 물 이슬을 맞자 고개를 든다. 삶이란, 돌봐야 하는 것이다, 덥다고, 춥다고 매양 흐트러질 수 없다. 넘어진 아이라면 누가 일으켜 줄까. 그게 아니라면 스스로 일어나야 할 것이다. 무릎 좀 까졌다고, 팔꿈치 까졌다고 앉아 울기보다는 일어서는 게 나을 것 같다. 느리게 걷더라도 멈추지만 않으면 희망은 있다. 우리 인생이 허루가 채워져 만들어진 것이라면, 바느질로 한 땀 한 땀 깁듯이 오늘이라는 하루를 기워야 할 것이다.
너무 나무라지 말자. 숨 쉴 공간은 만들어줘야지, 못한다는 말도 하지 말자. 의지를 꺾는 일이다. 그가 자신의 상처를 건드린 것만으로도 아픔은 충분하다. 노력했다면 성공한 것처럼 기뻐해주자, 아마도 많이 당황할 것이다. 그는 이제 노력이 아니라, 각오로 살 것이다.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최고도 아니고, 천재도 아니다. 보통이다 말해도 대단한 것처럼 놀래주자. 그는 나중에 천재라는 말을 들어도 보통처럼 평범하게 행동할 것이다. 흐트러진 생활이라고 손가락질하지 말자. 그 손가락이 자기 것이 될 줄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몸빼 바지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고무줄 탱탱하게 넣어서 헐렁하지 않게 하면 더 보기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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