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의 신.
직장생활을 하면서 옆에 있는 직장 동료에게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 직원은 거의 없다. 대부분 가족이야기, 자녀 이야기, 부모 이야기를 하면서 지낸다. 물어보는 질문에 아무 거리낌 없이 가볍게 이야기를 꺼내고, 때로는 가족 문제를 넘어, 금전적인 어려움, 고충까지 말하는 경우가 있다. 그냥 다른 생각 없이 그냥 일상적으로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지낸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사적인 이야기들이 나도 모르게, 의도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선의의 이야기가 경우에 따라서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직장인은 이렇게 말한다. “친한 동료라서 그 친구에게만 이야기했는데, 어떻게 그 이야기가 위에 사람에게까지 전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2021년 HR코리아가 조사한 '직장 내 인간관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62%가 “과거에 나눈 사적인 이야기가 불편하거나 불리하게 작용한 적이 있다”라고 대답했다. 특히 상사와의 평가나 동료 간 경쟁 상황에서 개인적인 이야기가 왜곡되거나 소문으로 확대된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사생활을 이야기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단순히 자신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생각보다 쉽게 상대방을 특정 이미지로 고정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연예에 대해서 자주 말하는 사람은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 ‘부모 병간호 이야기를 자주 꺼내는 사람’은 형편을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언제든지 자리를 비울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장 내에서도 자신의 취미 생활을 이야기하면서 모는 관심이 자신의 취미생활로 이어지는 직원이 있다. 회사 업무 이야기보다는 어떤 경우는 자신의 취미 이야기가 더 많다. 그럴 경우에 직장 상사는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그런 모습은 결정적인 상황에서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우리는 친하다고 말하지만 그러나 그 이야기 속에는 자신이 어떤 상황인지에 대한 많은 정보가 들어있다. 그런 직원들을 생각하면서 느낀 것은 친밀한 관계는 좋지만, 사생활은 일정 선에서 지키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사생활을 다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해서 기분 나빠할 직원은 없다. 취미든 뭐든 똑같다. 가족이야기, 금전문제, 건강문제 등 가능한 선에서 끊고 맺는 모습이 필요하다. 회사는 안정성을 필요로 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직장동료를 의심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리 신뢰했던 사람이라도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게 고의든 아니든,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나도 직원들과 친하게 이야기하다가도 일정 선을 넘는 이야기가 나온다 싶으면 “거기까지”라며 말을 멈추게 한다. 더 들으면 상대방의 정보를 통해 내가 어떤 판단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상대방은 친하다고 말을 더하고 싶겠지만, 사람일은 모르기 때문이다.
회사는 나보다 직장을 더 중요시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개인적인 감정과 이야기는 가급적이면 하지 않는 게 좋다. 인간미가 없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먼저 말하는 것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