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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는 바른말이 아니라 맞는 말이다

직장의 신

by 이대영

회사에서 관리해야 할 것도 많지만, 그중에 하나가 말에 대한 관리를 빼놓을 수 없다. 어떻게 말을 하는가에 따라서 관계가 더 단단해질 수도 있고, 관계가 어색해지거나 나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는 늘 이야기나 의견을 주고받는다. 직장 상사가 당신에게 물으면 당신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 이야기를 통해 직장 상사는 당신이라는 사람을 알게 된다.


소위 ‘말 잘하는 사람’이 있다. 무슨 말이든 거침이 없고,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숨기지 않고 다 말한다. 그러다가 가끔 동료들과 마찰을 빚기도 하고, 나아가 상사와 충돌도 일으킨다. 절대 물러서는 법이 없다. 심할 경우에는 양쪽 다 고성을 지르며 다투는 일까지 일어나게 된다. 직장생활에서 피해야 할 모습이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이야기하는 것은 자유지만 조금만 생각을 다르게 하면 충분히 해결될 문제다.

자신의 의견을 말하더라도 자신의 의견대로 수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상사가 정한 방향대로 움직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또 상사들은 자신이 주장하는 대로 끌고 나가려는 생각이 강하다. 회의에서도 직원의 주장이 맞다고 생각되는 경우, 직원의 주장대로 하자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팩트’는 위계를 이기지 못하는 것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 인사팀에서 조사한 내부 자료에 따르면, 리더십 하위 평가를 받은 직원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상사와의 갈등 빈도’였다. 그 갈등의 주요 원인은 대부분 “정론을 말하려다 오해를 샀다”는 내용이다. 특히 보수색이 짙은 회사일수록 이런 경향이 더 많다. 상명하복식의 의식구조가 눈에 띄게 강한 회사에서는 반대 반론을 할 경우 특히 이 부분을 더욱더 조심해야 한다.

회사에서 하는 말은 ‘조직’이라는 환경적인 특성을 무시 못한다. 학교에서는 논리를 펴고, 자신의 주장을 기탄없이 펼치지만, 그러나 회사라는 조직은 신뢰와 위계라는 ‘암묵적 문법’이 작동하는 세계다. 정답을 말하는 게 맞지만, 팩트가 아니라 구성원들이 그 팩트를 어떤 식으로 수용하게 하게 하느냐 하는 방법이 더 중요하다.


때문에 바른말을 하는 것보다 맞는 말을 해야 한다. 그들의 비위를 맞추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이해가능하도록 말을 순화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내 주장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조직에 맞게 다듬어진 언어는 내 의견이 살아남는 유일한 생존 방식이 된다.


말 때문에 상처를 입기도 하고, 말 때문에 다투기도 한다. 우선 자기주장 때문에 그 자리에서 당장 자신의 주장을 강변하기보다는, 한발 물러서서 모두의 동의를 구하는 그런 말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직장상사는 그런 직원들을 볼 때마다 그 직원이 지금 어떤 마음 상태인지 간파할 수 있다. 직상상사는 그런 모습을 원한다.

#추천 도서

마크 맨슨 . 《신경 끄기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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