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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금숙 작가 Apr 23. 2016

글 나무의 꿈

 8살 여자아이가 부모님께 동화전집을 선물 받았다. 소공자, 소공녀, 빨간 머리 앤 같은 주인공들이 책에서 달려 나와 그녀의 마음을 있는 대로 들었다 놓았다 한다. 소녀는 또래들이 즐겨하는 고무줄놀이는 관심이 없었다. 동화책이란 신기한 마법에 걸린 소녀는 등교 전 아침식사 밥상 밑에 책을 숨겨 놓았다. 밥은 먹는 둥 마는 둥 부모님 몰래 힐끔힐끔 책에 빠져 정신없을 때 아버지의 호통 소리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학교에 간다. 그녀는 얼마나 착한 학생이었는지 남들은 미루고 미루어 쓰는 방학숙제 일기를 미리 다 써 놓는다.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마음에 일기에서 친구랑 떡볶이를 먹으러 갔다고 한 날은 꼭 실천하고야 만다. 이건 뭐 미래 일기도 아니고. 미리 쓴 일기로 상을 받기도 하였다. 사실 조금 쑥스러웠다. 어른이 될 때까지 그녀가 가장 부러운 것은 커다란 책장에 책이 가득 찬 집이다. 소녀는 책이 많은 친구의 집에 놀러 가길 좋아하였다. 소녀는 간호사, 유아교사, 전문 강사, 시민기자, 의료서비스 전문가, 연극배우, 저자, 학원 원장, 교육컨설팅 대표의 길을 거쳐 여전히 원하는 꿈을 실현하고 있다. 이 모든 일을 하나씩 한 적도 있고,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기도 하다. 그녀는 언젠가부터 문학관에서 실시하는 문예창작교실 홍보 현수막을 보며 마음이 설레었지만 낮에 진행하는 탓에 아쉬움만 가득할 뿐이었다. 바쁜 그녀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그래도 해마다 현수막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시보에도 관련 기사가 나왔다. 아, 4월 5일 식목일이다. 드디어 오늘 개강일이군. 날씨도 더 없이 멋진데 참 좋겠다. 저지르자! 일단 가보자. 학원에 출근하여할 일을 바삐 한다. 시간은 다되어 가는데 상담 온 학생은 용건이 끝났는데 가지 않는다. 그렇다고 교육 들으러 가야 하니 그만 가라고 할 수도 없다. 그 학생은 나의 고객이다. 드디어 나가려고 하니 직원이 또 서류를 들고 온다. 마음은 점점 급해진다. 직원에게 공부하러 간다고 말하기도 뭣하다. 원장이라도 가끔씩 직원 눈치가 보인다. 드디어 문학관 도착. 내가 너를 만나기 위해 애썼단다. 혼자 감회에 젖는다. 낮에 사람이 있겠나?라고 생각했던 그녀만의 착각! 교육장에 젊은 청춘부터 어르신까지 열정의 문학소녀, 문학 소년들이 자리를 가득 매웠다. 우와 대단하다. 그녀가 세상에서 제일 잘하고 싶은 것은 좋은 글을 쓰는 것이다. 글쓰기는 그녀 인생의 화두다. 글짓기는 그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연인이다. 글은 그녀의 산소다. 쓰기는 그녀의 비타민이다. 그녀는 하나의 글쓰기 저지름으로 평생 행복과 고뇌를 맛볼 것이다. 그녀의 오랜 간절함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식목일 그녀는 그녀 마음에 근사한 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그 나무가 흔들림 없이 자라 커다란 거목이 된다면 그 나무 아래서 용기를, 때로는 휴식을, 위안을, 희망을, 행복을, 꿈을 꿀 수 있는 글들을 그녀는 만들어 낼 것이다. 그녀는 글의 힘을 믿기에 한 걸음 한 걸음 서두르지 않고 전진할 것이다. 그녀는 외롭지 않다. 그녀에게는 글 스승과 문우들이 있다. 삶에 대한 열정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사랑, 쉽게 포기하지 않는 꾸준함이 장점인 그녀는 깔끔하고, 정확하고 , 좋고 싫음이 분명한 사람이다. 


 지금 그녀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면서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는 책은 ⌜작가란 무엇인가⌟ 시리즈의 1이다. 그녀가 가장 간절히 소망하는 자연스러운 호칭이 ‘작가’다. 이미 두 권의 책을 낸 저자이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작가로서 그녀의 미래는 아직 하얀 도화지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 열망이 너무나 오랫동안 계속되고 평생 갈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열망에 거치지 않고 현재 진행형이다. 그녀는 글쓰기를 제대로 배운 사람들이 부럽다.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글을 써야지 송곳으로 콕콕 찔러 좌절과 아픔만 주는 사람은 진정한 프로가 아니다. 누구나 행복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그녀는 전업 작가를 희망한다. 그녀는 계속 쓸 것이다. 그녀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전업 작가와 강의로 먹고살며 인생을 즐기는 것이다. 도로시아 브랜디가 쓴 ⌜작가수업⌟ 같은 좋은 책을 쓰며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싶다. 강연을 하며 그들을 만나고 그들과 영감을 넓혀가고 싶다. 봄날의 밝은 날에 갑자기 존재감을 드러내며 내리는 비처럼 사람들의 건조한 마음을 촉촉이 적시고 싶다. 이미 작가의 길을 가기 위해 시작했으니 그녀는 할 수 있다! 언젠가 그녀가 하고 싶은 일은 캠핑카를 타고 한 달 내내 여행을 다니는 것이다. 어디를 가도 지천에 아름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으리라. 그녀는 마음껏 자연과 벗하며 자유롭게 숨을 쉴 것이다. 그녀는 힘차게 달리고 싶다. 그녀는 물집이 생길 만큼 오랫동안 원 없이 걷을 것이다. 경영의 고민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에게 단 보름이라도 서프라이즈 휴가를 선물하고프다. 일주일은 캠핑카를 타고 여행을, 일주일은 마음에 드는 도서관에 틀어박혀 원 없이 책을 읽는다. 남은 하루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다. 올해에는 마음이 원하는 일에 이유나 핑계를 대지 않고 무조건 YES!라고 즉시 답하며 그대로 행할 것이다. 그리고 2017년 4월 5일의 그녀에게 ‘그 봐 잘 했지 그러니 더욱 좋은 글이 나오잖아’라고 어깨를 툭툭 치며 함께 기뻐하는 것이다. 언제나 그녀를 응원한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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