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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금숙 작가 Jul 04. 2016

비엔나커피

차가운 아이스크림의 달콤함과 뜨거운 커피의 감미로운 맛. 커피는 그런 느낌으로 내게 다가왔다. 지금은 나이와 상관없이 어디서나 쉽게 커피를 만날 수 있지만 내가 어릴 적만 해도 커피는 성인이 되어 커피숍이나 다방에 가야만 마실 수 있는 음료였다. 소녀 시절에 언니를 따라 커피숍을 첫 방문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어른들이 마시는 커피를 처음으로 맛보았다. 

 당시에 친구를 만나면 대구 번화가에 있던 고려당이라는 빵집에서 빵과 우유를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빵은 주로 팥빵과 소보로 빵이 대세였다. 내가 처음 가본 커피숍은 신천지였다. 고딕풍의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테이블마다 전화기가 설치되어 있는 것이 신기하였다. 대부분 전화기를 사용하려면 공중전화나 카운터에 있는 전화를 이용해야 했던 시절이다. 삐삐 호출을 받으면 자신이 앉아있는 테이블에서 바로 전화를 할 수 있는 편리함이 대단해 보였다.

 언니는 내게 비엔나커피를 주문해 주었다. 아메리카노 위에 뭉게구름 같은 아이스크림을 듬뿍 올려놓은 비엔나커피는 매력적이었다. 아이스크림의 차갑고, 달콤한 맛에 먼저 기분이 좋아지고, 쌉싸름하지만 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커피의 향에 두 번 반하였다. ‛세상에 요런 맛도 있구나. 어른들은 이런 커피를 마시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덩달아 어른이 된 듯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여학생에게 커피는 일종의 호사였던 것이다. 비엔나커피를 만들 때 지금이야 휘핑크림이나 생크림을 사용하지만 1980년대 후반까지는 아이스크림으로 대체하였다. 그 당시에는 생크림이 없었기 때문이다. 

 비엔나커피를 마실 때는 스푼으로 저어 마시지 않아야 한다. 처음에는 생크림의 부드럽고 달콤한 맛을 느끼고 두 번째는 쓴맛의 진한 커피 맛을 음미하고, 마지막으로는 한결 달콤하고 부드러운 커피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이다. 달콤하고 쌉싸름한 비엔나커피는 피곤할 때 한잔 마시면 피로가 싹 가시는 힐링 커피, 인생 커피다.

 비엔나커피로 알게 된 나의 커피 사랑은 달달한 다방커피라 불리는 맥심 믹스 커피로 갔다가 어느 사이 에스프레소로 옮겨갔다. 에스프레소는 빠르다는 뜻의 이탈리아어로 커피의 원두가루에서 높은 압력으로 짧은 순간에 커피를 추출한다. 진한 이탈리아식 커피다. 특징적인 것은 ‘데미타세’라는 아주 작은 잔에 나오는데 고소하면서도 쓴맛이 난다. 맛과 향이 진한 에스프레소를 즐겨 마실 때는 인생의 깊이를 좀 더 알아가는 느낌이 들어 행복하였다. 에스프레소는 마실수록 감칠맛이 났다. 그러나 위염이 생겨 에스프레소의 매력을 더 이상 느낄 수 없게 되었다. 이제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신다. 부담 없이 깔끔하게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많이 마시는 커피라고 하여 아메리카노라고 불리게 되었다. 같은 아메리카노라도 맛은 조금씩 다르다. 싱가포르에서 마신 아메라카 노는 우리나라에서 먹는 에스프레소처럼 강하고 맛이 진하였다. 나의 입맛에 꼭 맞는 아메리카노를 만나게 되면 그날은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기분 좋은 날이 된다.

 커피는 사람들이 가장 즐겨 마시는 음료 중의 하나이다. 한국의 커피 시장은 2015년에 6조 원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다. 커피는 한때 기독교인들에게 악마의 음료라고 불리기도 하였다. 1961년에는 커피가 사치의 주범으로 몰려 다방에서 일제히 사라지는 수난을 겪기도 하였다.

 커피는 호평과 비난을 동시에 받아 왔는데 최근에는 커피에 들어 있는 성분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장점이 증명되기도 하였다. 커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고 사람과의 대화에 커피가 인간관계의 중간 매개체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시인 이상은 커피가 좋아서 종로에 있던 제비다방의 사장이 되기도 하였다. 커피는 고갈된 나의 정서에 향기로운 글감을 선물하기도 한다. 커피야 오늘도 내게 마시는 즐거움을 주어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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