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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금숙 작가 Apr 17. 2018

도둑고양이 처럼

남편과 사소한 다툼 후 살짝 냉전 모드다.

아침에 남편이 말을 걸어 왔으나 못 들은척

쌩하게 먼저 출근했다.

많이 삐진 티를 내었다.

오늘은 여섯시간 강의 한데다가 책이 고파

서점에서 놀다 와서 녹초가 되었다.

피곤에 쩔은 몸이 정신과 육체가 분리되어

따로 노는 것 같다. 먼저 퇴근한 남편이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다. 아 배고픈데 삐진척

하려니 밥을 먹을수도 없고 어쩌지.

배가 쏙 꺼진 거 같다. 기운도 없는데 얄미운 자존심은 고개를 숙일 생각이 없다.

허기가 져서 침대에 누웠다. 그냥 자버릴까.

거실에서 음악을 듣고 있던 남편의 책장 넘기는 소리가 조용해 졌다.  살짝 문을 여니 골아 떨어졌다.  살금살금 주방으로 가서 냄비 뚜껑을  열었다. 이런

내가 좋아하는 갈치조림과 도다리  미역국이다. 밥까지 새로했네. 나는 조용히 바빠졌다. 식탁에 앉아 조심조심 식사를 하고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후식으로  참외까지 예쁘게 썰어서 먹기 좋게 넣어 놓았다. 심야에

만찬을 즐기긴 했는데 내일 아침  표정관리를 어찌하나. 밥은 이미 먹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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