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메 사바르테스의 초상

Picasso , Portrait of Jaume Sabartes

by 소년의길



생맥주 한잔을 앞에 두고 깊은 외로움과 상념에 사로잡힌 이 청년의 이름은

피카소의 죽마고우였던 하우메 사바테스입니다.

그림이 그려진 해는 1901년. 장소는 바르셀로나의 뒷골목 카페.

청년은 1881년 생이므로 정확히 스무 살. 피카소도 같은 나이인 스무 살이었습니다.

하우메 사바테스의 초상이라고 불리는 이 그림은, 피카소 청색 시대의 초기작에 속합니다.

그림의 이름은 맥주의 머그잔을 뜻하는 Le bock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과거는 때때로 우리를 놀라게 해요.

120 년 전에 그려진 피카소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한 세기를 뛰어넘은 그 세련된 현대성에 감탄하게 됩니다. 어떻게 이렇게 생생할 수가? 그런데 그 시대에 벌써 생맥주가 있었어? 하면서 생각해보면 아직 병맥이나 캔맥주는 없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림에는 맥주 한잔을 간절하게 만드는 굉장한 호소력이 있어요.

실제로 이 그림을 패러디한 맥주 광고가 20세기 말 나온 적도 있습니다.

정확히 이런 포즈로 정해인이나 공유가 앉아있다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거 같아요.

시인이었던 하우메는 절친 피카소가 이 그림을 보여줬을 당시의 기억을 글로 써놓았습니다.

내가 카페에 도착했을 때 그림은 벽을 향해 돌려져 있었고, 피카소는 나를 보자 그림을 돌려세워 내가 볼 수 있게 했다.


나는 깜짝 놀랐다.

피카소는 순수한 관찰력으로 명확하게 그의 친구가 외로움의 심연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불안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하는 그 순간의 이미지를 그린 것이었다....

뭔가 살짝 그시대 최첨단을 달리던 니체의 시구를 연상하게도 되는데요...

그가 쓴 글들을 읽어보면 하우메는 피카소만큼 일류의 시인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피카소는 하우메를 수도사 혹은 사티로스로 묘사한 그림으로 그려 그의 친구를 불멸의 존재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짓궂게 묘사한 그림도 있었어요. 좋게만 그렸다면 그건 동성친구가 아니죠...


점점 머리가 벗어지고 있던 하우메의 캐리커쳐를 젊은 여배우의 사진 밑에 집어넣어

성적인 농담을 만화의 말풍선처럼 삽입해놓은 피카소의 드로잉을 보면

아 두 사람은 뭐하나도 감추는 게 없었구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흔히들, 어릴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 어쩐지 나이가 들어서 생긴 친구는 속마음을 털어놓기 힘들다고 말을 하는데요.. 나이가 들면 들수록 아무 생각 없이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가 너무나 절실해지는 것 같습니다.


하우메는 사진 찍기도 싫어하고 거울을 통해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것도 끔찍하게 싫어했다고 하지만, 이 그림은 무척 마음에 들어해서 평생 그의 곁에 그림의 복사본을 간직했다고 합니다.


1954년, 지금은 사라진 메종 드라 펜스에서 열린 피카소, 레닌그라드 및 모스크바 미술관 컬렉션 전을 기념하여 moulot에서 찍어낸 천장의 아 피쉐 중의 한 아이입니다. 아직 두 사람 다 살아있었을 때였어요. 전시회에 두 사람이 참가했는지를 기록한 문서는 아무리 뒤져봐도 없었습니다.

팔십의 나이에 뒤돌아본 젊음은 두 사람에게 어떤 것이었을까요?

지난날의 장미는 이제 이름뿐. 우리에게 남은 것은 그 덧없는 이름뿐..

그림을 보면서 이 구절이 내내 맴돌았습니다..

Picasso-Czwiklitzer "Picasso plakate, 1981"No. 98, Rodrigo No.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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