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추락하는 꿈을 꿨습니다.
나는 웬일인지 편안한 마음으로 기내에 누워있었고
곁에는 아끼는 이들이 몇몇 있었습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추락이 시작되고
창 밖의 풍경은 빠르게 기울어
기내는 미친 듯 흔들리고
내 몸은 옆 사람의 옷깃을 잡을 새도 없이 떠올랐습니다.
그 순간 시간이 멈춘 듯, 아니 아주 느리게 흐르는 듯
눈 앞의 아비규환이 태엽인형처럼 움직이고
심장 부근이 점점 눌리더니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어둠이 찾아왔습니다.
죽음이란 그런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나의 결말을 맞이하고
눈을 뜨니 내 방이었습니다.
나는 미래에서 돌아온 걸까요.
죽음에서 건져진 것일까요.
한 번의 기회를 더 받았다는 안도보다는
생을 걸고서라도
돌이키고픈 순간들이 몇몇 떠오르는 아침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