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하기 전 립스틱을 찾으려 가방을 뒤졌을 때입니다. 립스틱보다 작고 둥근 무언가가 손에 잡히더군요. 모래가 든 작은 유리병이었습니다. 얼마 전의 만남이 떠올랐습니다. 사하라 사막에서 만났던 사람이 그곳의 모래라며 준 것이었지요. 스친 인연이었지만 소중했다 하였지요. 그때는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아주 작게 말린 종이가 모래 가운데 박혀있었습니다. 포춘쿠키를 뜯는 기분으로 접시에 모래를 쏟았습니다. 종이를 펴 보니 이런 글귀가 쓰여있었습니다.
“바다가 사막이 될 거라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정갈한 글씨체였습니다. 맞아요. 세상에는 그렇게 상상도 못할 일 투성이지요. 바다는 사막이 되었지요. 누군가의 망상이 아니라 과학적 사실입니다.
립스틱을 바르고, 마지막으로 거울을 한번 보고, 구두에 발을 넣으며 생각합니다. 고래가 헤엄치던 바다도 바짝 마르는 세상인데 말입니다. 또한 같은 학교 다니던 사람을 아프리카 사막의 한 복판에서 마주치는 세상인데 말입니다. 내가 꿈꾸는 이 작은 일에는 기적이 필요치 않겠죠?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나섭니다. 기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