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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트리 Feb 16. 2022

장기 연애가 내게 남긴 것 : 권태기, 결별

연애한지 2년이 지날쯤이다.

결혼한 지 10년이 넘어가고 있는 주변 사람들이이런 이야기를 장난스레 던진다.

“이제 콩깍지가 벗겨졌을텐데..”

“이제 설렘이 거의 없을때인데 .. 맞지?”

아예 틀린말은 아니다.

아무런 조건없이 그 사람 자체만으로 좋고 설레고 행복한 감정은 조금씩 사그라들고 있던건 사실이었다.

     

“이제 나이도 들어가는데 그 사람이랑 결혼할 거야?”

이런 질문에 나는 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확신이 없었던 것일까.

“저는 결혼 자체에 관심이 없어요. 묻지 마세요. 언젠간 하겠죠”     

그저 호감만으로 만날 수 있는 시기는 지난듯했다.

인성과 성실성,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야 말할 것 없이 훌륭한 친구였다.

그렇기에 오랜기간 한없이 부족한 나를 이해해주며 만날 수 있었던게 아닐까.  

   

서로가 어린 나이가 아닌만큼 나 또한 상대에게 기대치가 있었다.

재력, 집안, 직업, 연봉이 당장 좋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자신의 현재 상황이 좋지 않다면 그 사실을 인지하고 극복해나가고자 함께 노력하는 사람이었으면 했다.

인생은 끊임없이 동기부여가 되는 상황 속에서 차근차근 함께 이뤄나갈 때 서로를 더 존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의 자리에서 각자 세운 작은 목표를 하나씩 이뤄나가며, 성취감을 함께 느끼고 나누고 싶었다. 나와 미래를 바라보는 생각이 다르다는걸 깨달은건 연애 초기였다. 앗차 싶었지만 그럼에도 내겐 진실된 연애였고, 조건없이 무한한 사랑을 받는것만으로도 행복했기에 이런 건 찬찬히 바꿔나갈 수 있다고 믿었다.  

    

초반에는 그냥 넘어갔던 그 ‘문제’가 결국 헤어짐의 원인이 되었다.     

“나는 정말 열심히 살아왔고, 이렇게 열심히 살고있는데.. 넌?”

‘비교’ 이것이 나의 큰 문제점이었다.


“누구의 남편은 돈이 많대” , “누구의 남자친구는 유명기업에 다닌대” , “누구 남편은 의사래”

난 본래 이런 얘기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다. 아예 부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아무리 겉이 번지르르하더라도 각자만의 말 할 수 없는 속사정이 분명 존재할거라고 생각한다. 당장은 부족하더라도 함께 원하고 바라는 미래를 발맞춰 이뤄나갈 수 있는 사람이면 내겐 충분했다. 여전히 남편이 될 사람에게 인생을 기대어 살고 싶은 마음도 없고, 내 삶을 스스로 개척해보고 싶은 열망이 강하다.  

     

난 시간을 매우 소중히 여긴다.

요가, 필라테스, 미술 등등 직장을 다니며 배움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

이렇게 열심히 살고 시간을 알차게 쓸 때 행복감과 삶에 대한 만족감이 상당히 컸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걸 가장 어려워하는 난 배움 앞에서는 자동적으로 눈이 떠졌다.      

매일같이 만나던 처음과 달리, 몇년이 지난 후에는 시간을 쪼개가며 남는시간에 연애를 즐겼다.

주말마다 학원이 끝나는 날 어김없이 친구는 날 데리러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차가 없던 우리는 뚜벅이 연애를 오래하다보니 매일같이 가는 장소, 비슷하게 먹는 음식에 지쳐있기도 했다.

좋게 말하면 깊은 신뢰감 속 안정기에 접어든 연애, 안좋게 말하면 새로움이 느껴지지 않는 연애의 중간선상이었다. 나는 연애에서 더 이상 채워나갈 수 없는 만족감을 어쩌면 배움을 통해 성취감으로 채워나간것일수도 있다.


몇 년간 분초를 아껴가며 살다보니 큰 번아웃 증세가 왔다.

밥을 먹어도 소화가 안되고, 매일같이 심각한 피로감이 느껴졌다.

눈을 뜨고 있다는 것 자체를 고통스러워하는 내게 한 친구는 말한다.

“야, 쓰러지겠다. 직장인이 뭘 이렇게 열심히 살아? 좀 쉬어! 쉬는것도 정말 중요해.”

“아니야. 난 이렇게 살아야 해. 지금 회사다니면서 이렇게 힘들지만 언젠가는 이런 노력들이 나를 더 편하게 해 주지 않을까. 남들 쉬는동안 조금만 더 열심히 살면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은연중엔 결혼 이후 회사에만 기대어 인생을 통으로 바치는 것을 방지하고 싶기도 했다.

  

목표가 과했던 난 이런 나의 욕심을 상대에게 투영했다.

친구의 성향을 고려하지 않고 나처럼 살길 바라며 기대하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권태기가 온 것 같았다.

이건 나의 성향이었고, 그는 그의 성향이 따로 있었다. 나에게 행복감을 주는 요소가 그에겐 아닐 수도 있다는걸, 내가 생각하는 미래를 위한 준비와 그가 바라보는 미래를 보는 시각이 다르다는걸 인정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무 조건없이 그 사람 자체만을 평생 사랑한다는 것.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걸 깨닫게 되었다.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사는 것, ‘이 정도의 다름은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평생 함께 살아도 되겠다’ 싶을만큼 그 외의 요소가 잘 맞아야 결혼도 유지가 될 수 있는게 아닐까.

     

4년간의 장기 연애가 끝난 후, 참 많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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