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톡방(단체 카카오톡방)이 만들어준 친구관계
학창 시절의 인맥
학창 시절 인맥의 시작은 단체 카톡방이 만들어지면서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쯤 친한 지인들은 말했다.
“아무리 친했다고 하더라도 졸업 후 서로 연락하지 않는다면 이제 남남처럼 쭉 끊기게 될 거야.
근데 졸업 후 만나고 연락하는 친구와는 앞으로 계속 만나게 될 거야. 친했든 안 친했든. 학창 시절 친구관계는 그때부터 결정된다고 봐도 돼”
나는 혼자만의 고뇌와 고통의 사춘기 시절을 보내오며, 늘 내 자신에 대한 회의감과 자존감 문제, 인간관계의 덧없음에 한탄하고 있었다. 어울리는 무리들은 있었으나 때로 그들의 말 한마디, 행동에 상처받을 때마다 내게 진정한 친구는 없다고 자책했다. 20세를 바라보는 난 자아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어리숙하고 성숙치 못한 아이였다.
수능을 앞둔 시기, 가정 내 부모 문제와 재정 상황으로 집안이 초토화되고 있다며 고민하던 친구가 있었다.
그는 내게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온실 속 화초처럼 편하게 성장한 아이라고 칭했다.
어쩌면 부러움과 칭찬이 가득 섞인 말이었음에도 난 그 친구에게 발끈했다.
“아니야! 나 정말 힘들게 살았어. 한 달에 과외비를 100만 원 넘게 쏟는데 성적도 안 나오고 아무리 죽을 만큼 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깨달았거든. 나 정말 너무너무 힘들었어. 우리 집도 늘 화목하지만은 않아. 하나하나 말할 수는 없지만 나도 정말 힘들게 고생하면서 살아온 사람이야! 마음이 늘 너덜너덜거리면서 사는 느낌이라고!”
그러자 친구는 말했다.
“지금 네가 말하는 게 가장 힘든 줄 알겠지. 그런데 이 세상엔 지금 네가 겪는 문제는 별것도 아닐 만큼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이 있어. 우리 집 상황을 네게 자세히 말해줄 수 없지만.. 내가 지금 겪는 세상은 말도 안 되는 세계 속인 것 같아. 넌 몰라. 정말 모를 거야. ”
둘의 관계는 매우 친했으나 결국 이런 사소하게(?) 벌어지는 신경전과 대립 끝에 더 이상 만나지 않게 되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우리 사이에 1-2명의 친구들이 더 있고, 함께하는 단톡방(단체 카카오톡방)이 있었더라면..?
그다지 심한 대립도 아니었으니 결국 우린 계속해서 단톡방을 통해 안부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을 것이다.
점점 나이가 들며 친구의 말을 회상해보니 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2012년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는 시기였다. 전 국민이 스마트폰으로 모조리 이동 중에 있었다.
친구들이 단체 카카오톡방에서 나눈 대화들을 언급하는 가운데, 폴더폰을 쓰던 나만 대화에 끼지 못하는 사태가 지속되었다. 부모님을 조르고 졸라 어렵게 얻은 스마트폰에 카카오톡 어플을 설치하고 이렇게 신세대에 합류하여 대화거리에 낄 수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 직후 만들어진 단톡방은 4개였다.
연락이 뜸했다가 20대가 되니 자연스레 만들어진 중학교 친구들의 단체방 2개,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이 만든 2개의 방.
각각 중2 , 중3 , 고2, 고3 시절 어울렸던 친구들 방이다. 그곳엔 각각 다른 멤버들이 속해있다.
함께 학창 시절을 보낸 친구들이기도 하고 독서실, 학원을 다니며 어울렸던 친구들이기도 하고, 점심(중식)을 함께 먹었던 사이이기도 했다.
우리들만의 추억으로 붙여진 방에 속한 친구들 중 나와 어색한 친구들도 꽤 있었다. 모두가 나의 친한 친구들은 아니었다. 이 방을 통해 어색한 친구들과 대화를 이어나가기도 했고,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면서 지내온지 10년째이다. 덕분에 서로의 경조사에도 참석할 수 있었고, 살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지금까지 연결될 수 있었다.
사회생활을 또래보다 먼저 시작하며, 새로운 사람들을 계속 접하고 어울리다 보니 난 일찍 세상에 눈을 떴다.
세상에는 내가 다가가지 못할 어려운 사람은 없다고 느껴졌다.
첫 입사로 두려운 내게 따뜻하게 손 내밀어준 마음씨 좋은 회사 선배, 두루두루 모든 이들과 잘 어울렸던 동료들을 통해 나와 다른 상대를 존중하며 편하게 대할 줄 아는 법을 익힐 수 있었다.
20대 중반, 입사 후 자리를 잡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게 되자 취업문제, 개인적인 일들로 어려움을 겪는 학창 시절 친구들을 따로 만나게 되었다. 당시 나와 다르게 외모에 관심이 많은 친구, 성격이 센 친구, 의견 대립이 있었던 친구 등 마음이 맞지 않고, 상당히 어색함을 느꼈던 친구들에게도 스스럼없이 다가가 고민을 들어주고 말 못 할 이야기도 진실되게 꺼낼 수 있는 그런 사이가 되고 있었다. 때론 나와 따로 만나 산책을 하거나 식사를 하며 색다른 우정을 만들기도 했다.
참 신기했다. 만일 그때 그 시절, 늘 꽁해있던 내가 친구들이 어색하고 마음이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단체방을 나갔더라면.. 우리의 인연은 거기까지였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사회생활을 겪으며 우린 공감대가 비슷해졌고 이성,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며 돈독한 우정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추억을 쌓아온 인맥이 단체가 되면 유지할 수 있는 힘은 강해진다.
카카오톡 단체방이라는 플랫폼이 존재하는 한..
그리고 그 방을 끊임없이 찾아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존재하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