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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트리 Feb 19. 2022

이별 후폭풍을 겪고 있는 첫 주말

 1일 1 친구, 하루에 한 명의 지인들과 약속을 잡아 그간 있었던 일들에 대해 똑같은 이야기를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이별 덕분인가, 그동안 못 만났던 많은 지인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다.

왜 우리가 헤어질 수밖에 없었는지, 후련할 줄 알았건만 왜 나는 이렇게도 힘들고 아픈지..

도돌이표처럼 반복해도 또 반복해서 말할 수 있다. 마음을 풀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으니까.

지인들을 만나 마음을 털어놓는 그 순간만큼은 마음이 안정된다.

누군가를 만나고 있기 때문일까.

만약 자취를 하며 혼자 살았다면 친구들을 모조리 초대하여 내 집에서 당분간 함께 살아달라고 부탁했을 것이다.

     

아침마다 깨어나면 마음이 매우 공허하다.

연애할 때는 그토록 귀찮아하던 카카오톡을 왜 나는 가장 먼저 켜서 보고 있을까.

오지 않을 그 카톡을 설마 기다리는 걸까.     

이별 후 공식적으로 처음 맞이하는 주말이다.

마음 정리를 위해 한 달 반이라는 시간 동안 거리를 두되 조금씩은 연락을 해 오고 있었는데,

이제 영영 끊긴 카톡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평소 같으면 오늘 시간이 붕 뜨니 함께 차를 타고 여기저기 놀러 가자고 편하게 연락했을 터인데..

이제 연락할 사람이 없다. 생각해보니 주말에 내가 그에게 시간을 잘 안 내주었었다.

이것저것 배우러 학원 가야 한다, 개인적인 약속이 있다, 종교활동하러 가야 한다 등등

작년부터 조금씩 떠나가던 마음이 그에게 시간을 내주기를 아까워했던 걸까.

그렇다면 나는 지금 왜 후회하며 공허함을 느끼는 것일까.

      

어제 만난 친구는 말한다.

“지금 생각했을 때 최선을 다해주지 못한 게 후회된다고 한들, 그때는 네 마음이 그게 아니었잖아.

다시 그때가 되어도 넌 마음 가는 대로 행동했겠지. 지나고 나면 모든 게 다 후회야.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오랜 기간 연애하면서 확신을 주지 못한 그 친구에게도 분명 책임이 있어.”     


그를 잊을 만큼 바쁘게 살아야 한다고 다들 말한다.

지인들과 최대한 약속을 잡고, 일거리를 만들어 내 집중을 최대한 다른 곳에 돌려야 한다고 한다.

외국어 공부, 홀로 산책, 글을 쓰며 공허한 시간을 채워가고 있다.     


우린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생각과 가치관의 차이가 너무 컸으니까' 이 말을 끊임없이 곱씹는다.

언젠가는 겪어야 했을 이별, 끊임없이 고민하고 늦춰오다 지금 시기를 선택했다.

그 연애를 지속했다면 나이만 한 살 한 살 들고, 결혼 적령기를 넘어간 후 더 아프게 이별하게 될 수도 있다는 말로 애써 위안을 삼는다. 그때는 ‘정’이라는 감정이 더 깊게 가시처럼 박혀있겠지.     


특히나 작년 시점 연애를 계속 끌고 갈 수밖에 없었던 건 혼자가 된다는 사실이 매우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태어나서 오랜 기간 솔로로 있었음에도, 긴 연애 끝에 맞이하는 솔로는 너무 두려웠다.

결국 버티다 이별을 할 수밖에 상황임을 알면서도 더 그의 곁에 있고 싶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가 바뀔수도 있지 않을까 내심 내가 좀 더 노력해보고 싶었던것도 있다.

그렇다고 최선을 다해서 연애할 것도 아니면서, 마음을 더 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는 걸 알면서..

내가 이렇게까지 이기적인 사람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고 관심받는 내가 그리운 걸까 아니면 그가 그리운 걸까.

이 의문이 끊임없이 내게 질문한다.

     

20대의 절반 이상이 솔로였음에도 , 처음으로 혼자 맞이하는 이 주말이 참 두렵다.

하필 평일만 지인들과 약속을 전부 잡아놓았는데, 주말은 미처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나는 이렇게 글로써 내 이별 감정을 풀어놓으며 공허한 시간을 채워가고 있다.  

평소에는 쥐어짜 내도 안 나오던 글이 술술 써진다.

이 글이 끝나면 난 이제 무얼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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