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 “나는 우리가 성장하고 발전하는 연애를 했으면 좋겠어. 매번 데이트 코스가 똑같잖아. (3년 이상을 반복중) 만나서 밥 먹고 카페 가서 차 마시고 집에 가고.. 너무 지겹단 말이야”
친구 : “매번 이것저것 배우러 가느라 여행 갈 시간도 안 내어주잖아. 평일은 어쩔 수 없더라도 주말엔 당일치기라도 아침 일찍 갔다가 오면 좋을 텐데.. ”
나 : “여행도 여행이지만 취미생활 같이 배우는 건 어때? 난 배우는 거 좋아하니까 이런 거 같이하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은데.. ”
친구 : “지금 배우는 취미는 나랑 별로 안 맞는 것 같아”
나 : “그럼 관심 있는 걸로 찾아봐! 매주 여행 가는 것보다 이렇게 배우다가 어떤 날 같이 여행도 다녀오고 이러면 더 재밌지 않겠어?”
연애가 중반에 이를 즈음했던 대화였다. 다만 생각하는 방향은 맞지 않았다.
친구는 평일에는 회사일을 열심히 하고, 주말에는 여행 다니는 삶을 꿈꾼다고 하였다.
나는 특히 시간이 많은 주말에 이것저것 배우러 다니는 걸 좋아했다.
주말 아침 요가를 하고, 원하는 것을 배우러 학원에 갔다.
그는 이런 나를 위해 학원이 끝날 때마다 늘 기다려줬다. 카페에서 가끔 공부를 하기도 했고, 휴대폰을 하고 있기도 했다. 내게 맞춰주는 그가 너무 고마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떤 면에서는 외로움이 느껴졌다.
나 : “다른 커플들이 같이 취미생활 배우는 거 보면 너무 보기 좋더라. 우리도 이러면 좋을 텐데.. 같이 배우면 더 힘나잖아.”
친구 : “그럼 다른 취미를 찾아보자”
나 : “토요일은 내가 배우고 있는 게 3시쯤 끝나니.. 다른 거 배우러 가기에는 다 문 닫은 상태겠다.. 또 생각해보니 일요일은 여는 곳이 없을 테고.. ”
매번 이런 대화의 반복이었다.
어쩌면 나는 그에게 함께 배우는 것뿐만 아니라 그가 집중하는 모습, 진득하게 관심 있는 분야를 파고드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 회사 업무를 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볼 수는 없으니 말이다.
열심히 살던 내게 번아웃 증세가 온건 작년 여름이었다. 몇 년간 이렇게 살아도 성과가 나지 않는다는 회의감이 갑자기 밀려들더니,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이 나를 짓눌렀고, 당시 회사의 과도한 업무량이 겹치며 불면증 증세로 이어졌다.
늘 나를 지배하는 주제는 불안한 미래..
그리고 난 이런 느낌을 그에게 토로 했다.
나 : “함께 미래를 채워나가고 같이 나아가고 싶은데, 나 혼자만 발버둥 치는 것 같아”
그 :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 당장 회사를 그만두는 것도 아니잖아.”
나 : “난 항상 불안해. 지난번에는 회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던) 나를 도와줬지만 앞으로 비슷한 상황을 겪었을 때 안 도와주면 어떻게 해. 지금도 너무 업무가 많아서 몇 달째 화장실도 못 가면서 일하고 있어. 퇴사하더라도 이직은 할 수 있을까. 내게 특별한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 너무 답답해”
어쩌면 직장 내 괴롭힘을 오랜 기간 당해오며 ‘내 살 길은 알아서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나를 짓누르고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친구는 무덤덤하게 내 대화를 들어주었다.
현실에서의 작은 성취감을 서로 공유하고 미래를 꿈꾸며 함께 나아가는 삶
어쩌면 나만의 독특한 꿈일 수도 있다.
사람이라는 게 참 간사하다. 처음에는 그저 내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에게 ‘기대’라는 것이 생기게 된다. 어쩌면 난 현재의 행복함을 넘어, 미래를 바라보게 되면서 그와의 간격을 크게 느낀 것 같기도 했다.
‘둘이 함께여도 채워지지 않는 관계’가 지속되자 이별은 조금씩 우리에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