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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취, 홀로서기를 포기하다.

감당할 수 없는 월세

by 드림트리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자취.

한 번쯤은 홀로서기를 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한 번도 실행해 옮겨보지 못한 채 20대의 세월을 보내왔다.

사실 그동안 엄두가 나지 않았고, 갑작스러운 집안 사정도 있었기에 생각하다 포기하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나만의 공간을, 나만의 집을 가져본다는 것.

물론 환상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던 중 갑자기 무엇에 홀린 듯 다시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가능할까..'

네이버 부동산, 인근 부동산에 수없이 연락을 취하며 알아보았다.

지방에서 올라온 회사 분들 중 많은 동료들이 송파구를 추천했다. 입지, 교통, 먹거리, 운동 생활시설, 안전, 쇼핑 등 모든 인프라가 완벽하게 갖춰진 동네라고 칭찬한다.

사실 나 또한 강동구, 송파구에 오랜 기간 거주해왔기에 매우 익숙하고 편한 동네였다.


롯데월드 몰을 중심으로 오피스텔, 빌라촌의 전세와 월세를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혼자 살 예정이니 작은 원룸 이어도 상관없었다.

먼저 알아본 곳은 9호선 삼전동~송파나루에 포진해 있는 빌라촌이었다.

7~10평 원룸 혹은 1.5룸

그나마 최소한도로 살아갈 수 있는 평형인 듯했다.

-구축 (~2000년)

전세 : 최소 1억 이상

월세 : 보증금 1천 + 최소 50만 원 이상

장점은 신축 빌라보다 저렴하다.

다만, 경비원이 없다는 부분이 렸고 안전상 차라리 (서울 본가) 집에서 사는 게 낫겠다고 판단하여 패스했다.

(제대로 알아보지 않음)


-신축

전세 : 최소 1억 5천 이상

월세 : 보증금 1천 + 60-70만 원

빌라 원룸은 흔치 않다.

빌라에 산다는.. 결코 만만하게 볼 부분이 아니었다.

무리 빌라라도 월세로 살아가려면 최대 100만 원선을 생각해야 다.


한 달에 30-35만 원, 저렴한 고시원을 알아보고 있는데

가족과 친구들이 나를 뜯어말린다.

"야. 진짜 그건 아닌 거 같아."


아무래도 혼자 산다면 보안상 오피스텔이 더 나을 것 같았다.

8호선 몽촌토성역 부근에 최근 오피스텔이 많이 들어서고 있다고 하여 눈길이 갔다.

몇 년 전부터 9호선 한성 백제역까지 들어와 있으니, 지하철로 회사 다니기도 좋을듯했다.


오피스텔은 대부분이 월세였다. 부동산에서는 말한다.

" 요즘 주인들이 다들 월세 받으려고 하죠. 전세 놓는 주인들은 대부분 돈이 없어서 그런 거예요. 전세가가 매매가에 웃돌아요."

실제로 알아보니 3억 원이 매가라면 평균 2억 5천만 원을 전세가로 내놓고 있었다.

나 : "그럼 아예 매매하는 게 낫지 않나요?"

부동산 : " 나중에 아파트 분양도 받는 게 낫죠. 좁은 오피스텔에서 언제까지나 살 순 없잖아요. 게다가 결혼 안 했으면 은행에서는 전세금 대출만 가능할 거예요."

더군다나 나는 명의 사정상 전세대출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월세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니 ..

오피스텔은 훨씬 더했다.


대략 보증금 1천-2천 + 월세 75~85만원선, 게다가 빌라에는 없는 관리비 10~15만원은 따로였다.

'내 월급에서 백만원은 아예 없는 셈 쳐야 한다...'

여기에 생활비까지 더하면 월급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무튼 서울에 본가가 있는 나는 또다시 이렇게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난다..


문득 궁금해져 부동산 사장님께 물었다.

"여기 사는 사람들 대부분 월세라고 하셨죠? 그럼 한 달에 얼마를 버는 거에요? 월세 내면 생활이 가능한가요?"

사장님은 답한다.

"한 달에 기본 400만원은 버는 사람들이 많은 걸로 알아요. 월세, 관리비, 수도세나 전기세 등 포함하면 최소 100만 원이고, 사회생활하는 사람들이 생활비로 아무리 아껴봤자 100만 원 이상은 들텐데..적금을 많이 넣진 못하겠네. 300만원을 벌어도 좀 팍팍해"

: " 그럼 다들 혼자 벌어서 사는 거예요?"

부동산 : "혼자 벌지. 오피스텔은 원룸 이거나 1.5 룸인데, 누가 요즘 같이 살고 싶어 해. 혼자 살지."

나 : "단기 임대도 알아보려고 하는데요."

부동산 : "단기 임대는 더 비싸요. 한두 달 머물 예정이면 공실 있는 거 알아봐 드릴 수 있어요. 130-150만 원 선이면 됩니다."

나 : "많이 비싸네요.. 그럼 6개월 정도는요?"

부동산 : "비슷해요. 130-150만 원선으로. 대부분 집주인은 안정적으로 1년 이상 계약을 원해요."


결국 매번 그랬듯, 다시 발길을 돌린다.

그리고 서울에 두 발을 마음껏 뻗고 쉴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다시 한번 깨닫는다.


늘 위만 쳐다보며 부모님을 원망하고 살았던 학생 시절 나의 과거가 부끄러워진다.

"A친구는 방학마다 해외로 여행 다녀온다고 하는데,

나는 비행기조차도 못 타 보고.."

"B 친구는 주말마다 가족들이랑 호텔에 뷔페 먹으러 다닌다던데.."

"C 친구는 별장도 갖고 있다던데 , 우리는..?"


지방에서 올라온 한없이 평범했던 우리 부모님이, 서울에 자가로 집을 마련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셨을까.

난 그것도 모르고 매일같이 원망하고 비교하며 살아왔다.

돈을 벌게 되면서 깨닫는다.

한 푼 두 푼 버는 돈의 값어치가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지를.


그리고 잠시나마 이해한다.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살이 하며 월세 고민, 전세 만료를 걱정하는 동료들의 고충을.

어떻게든 부지런히 살아가는 그들은 한없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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