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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의 내가 여전히 디즈니를 좋아하는 이유

인생의 교훈

by 드림트리

20대가 되자 친구들은 드디어 19세 이상의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다며 좋아했다.

이상한 의미의 19세는 아니다.

바로 영화관 앞에서 수없이 퇴짜를 맞았던 ‘도가니’를 정정당당하게 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당시 갑작스런 개인적인 사정으로 나는 볼 수 없었으나 이 영화를 함께 관람한 친구들은 얼굴에 수심이 한가득했다.

“괜히 봤어.. 왜 19세 이상만 보게 했는지 알겠더라. 여전히 우울하고 무서워.”

“하루 종일 그 생각만 나.. 이러다가 정신에 문제생기겠다. 넌 안 본 게 진짜 다행인줄 알아”


20살이 되고부터 친구들은 어른처럼 살고 싶어 했다.

소주, 맥주를 먹을 수 있는 나이, 화장을 하고 하이힐을 신고 다닐 수 있는 나이, 클럽에 출입할 수 있는 나이, 세상 모든 어른들과 동등하게 어울릴 수 있는 나이. 신분증만 내밀면 어른들의 세계로 언제든 편입될 수 있는 나이.


그러나 여전히 내 마음속의 동심은 숨길 수 없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어린이들이 가득한 영화관 안에서 디즈니 영화를 보는 건 남모르게 누려왔던 힐링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본 디즈니 영화들이 학부모들의 입소문을 타며, 말 그대로 성인들을 포함한 전체 관람가로 된 현상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디즈니 성이 나오고, 디즈니 BGM과 함께 폭죽이 터지며 영화가 시작됨을 알린다.

동시에 난 동심의 세계, 상상의 세계를 기대하며 이 순간의 두근거림을 느껴본다.

어린시절부터 단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던 디즈니.

여전히 성인이 되어서도 평점과 상관없이 디즈니를 보는 순간은 행복하다.


요즘 어린이들이 겨울왕국의 엘사, 안나옷을 입고다니는 건 참 부러운 일이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영화를 본 후 공주, 왕자가 된 나만의 모습을 상상해봤을 것이다.

그 시절에는 코스튬도 없었고, 그 누구도 어린이들의 감정과 상상력을 헤아리지 못했던 때였다.

나홀로 상상속에서만 행동하던것들을 요즘 아이들은 직접 간접적으로 누릴 수 있으니 그들이 느낄 만족감이 참 부럽다.


어린시절부터 디즈니는 내게 큰 영감을 줬고 상상력을 불어넣어줬다.

내가 본 디즈니 영화들 중 몇 편을 소개한다.


1) 마음 속 수심이 가득할 때 보았던 <모아나>

자연을 좋아하는 내게 모아나 영화는 한 편의 꿈을 선사해주었다.

어린시절부터 늘 동경했던 자연속의 인디언들의 세계.

평화로운 세계 속 닥쳐온 위기를 족장의 딸 모아나가 바닷속으로 직접 뛰어들어 헤쳐나가는 이야기이다.

청량감 가득한 여름풍경의 배경에 한없이 사랑스러운 모아나는 러닝타임동안 내게 풍족한 마음의 양식을 채워주었다. 이 영화는 그 자체로 행복한 영화였다.


2) 엠마왓슨의 찐 팬으로 보게 된 <미녀와 야수>

해리포터의 헤르미온느를 늘 꿈꿔왔기에 그녀가 출연하는 이 디즈니 영화는 안 볼 수가 없었다.

직접 노래하는 엠마왓슨의 성량이 다른 뮤지컬 배우들에 비해 못하다, 영화가 생각보다 재미있지 않다 등 악평도 간혹 눈에 띈다. 그럼에도 난 엠마왓슨이 부른 OST이기에 자주 찾아 듣게 된다.

영화 속 멋진 배경과 아름다운 색감, 엠마왓슨의 코스튬, 성 안에서 남모르게 일어나는 신기한 일들 모두 눈을 즐겁게 해준다. 야수라는 사람 자체를 이해하고 사랑해줄 줄 알게 된 미녀 벨라(Belle). 진심으로 사랑을 알게되고 깨닫는 순간 마법이 풀리며 내게 걸린 마법도 함께 풀리는 느낌이었다.


3) 비행기 안에서 감상한 <라이온킹>

4-5세 시절, 애니메이션으로 감상했던 라이온킹이 실사판 CG로 개봉된다는 사실이 참 놀라웠다. 사자, 원숭이 등 동물들이 직접 행동하는것처럼 생생하고 자연스러웠다. 프라이드 랜드의 왕에게서 태어난 어린 심바에게 펼쳐진 야생의 세계. 그가 다시 왕의 자리로 돌아오기까지 겪는 고난과 여정을 보노라면, 어느 세계든 최고의 위치는 수많은 시련과 역경을 이겨내며 지혜를 갖춘자가 평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걸 알 수 있다.


디즈니 영화에는 교훈이 있다.

어린이들의 시선에 맞춰진 단순한 교훈이 아닌 어른들의 세계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교훈이다.

단순히 행복과 평화, 사랑으로 끝맺는 영화가 아닌, 그 진리를 성취하기 위해서 겪어야 할 고난과 시련, 역경을 함께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으로 태어나 모두가 갈구하는 행복, 이 행복은 단순하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니다.

아픔과 고통을 충분히 느낀 후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느껴지는 순간, 그 작고 소소한 모든 것들이 행복으로 다가오는 걸 느끼기도 한다.

모두가 추구하는 마음의 평화와 안정, 불안정한 상태에서 아픈 마음의 격동을 겪어내고 이겨내며 찾은 위안이 때론 마음의 평화가 되고 안정이라는 걸 깨닫게 되기도 한다.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 상실과 실연을 경험한 후 내 마음이 더 성숙해졌을 때.. 사람의 마음과 감정을 이해하게 되고 깨닫게 될 때.. 모든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사랑해줄 줄 아는 사람이 되었을 때.. 우리는 그 때 사랑의 감정을 알게 된다.

디즈니는 킬링타임으로 보는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 인생의 교훈도 늘 함께 주는, 내겐 그런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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