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년간 요가를 배우고, 최근에는 필라테스를 배우며 이 분야에 대해 좀 더 심도있게 공부하고 싶어졌다.
요가와 필라테스는 엄밀히 다르지만, 몸을 움직여서 운동시킨다는 것은 같지 않은가.
누군가 알려주는 루틴에서 벗어나 그들의 티칭을 좀 더 깊이 이해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햄스트링, 광배근, 승모근, 복직근 등등 일상 생활에서도 자주 쓰이는, 익히 알고 있는 용어들도 더러 있다.
그러나 오랜기간 배우다 보니 여기에만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살짝 갑갑한 마음도 함께 든다.
어떤 동작을 하고 운동을 할 때, 어떤 근육이 쓰이고 어디에 좋은 운동인지 더 이해하고 싶어졌다.
현재의 좁은 틀을 벗어나 좀 더 심도있게 배워보고 싶었다.
그리고 우연히 이런 나의 고민을 지인에게 털어놓던 중 뜬금없이 학원을 추천받았다.
스킨케어 샵을 운영하는 지인은 마사지를 하려면 사람의 몸을 누구보다 잘 알아야한다고 하며, 자신이 다니는 학원을 추천하였다.
“필라테스 강의도 있다고 하니 한 번 상담하러 가봐. 내가 연락처 남겨놓을게”
팔랑귀인 나는 무작정 가서 영업을 당하고(?) 말았다.
기초반부터 1년정도를 투자하는데 드는 비용은 1천만원 정도.
한 방에 결제를 하고 온건 아니었고, 일단 1백만원부터 결제를 하고 집에 오자마자 가족들은 난리가 났다.
“천만원이라고?”
취미로 배우는게 이렇게 비쌀 수 있냐는둥, 그러다가 중간에 그만두면 그야말로 돈을 바닥에 버리는거니 잘 생각해보라는둥,, 많은 말을 들었다.
은근히 마음이 흔들렸지만, 그럼에도 배워보고 싶은 분야였기에 난 과감히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돈을 버는 직장인이다. 번 돈으로 인생에 한번쯤은 이런 투자를 해보는것도 나쁘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입사 후 유일하게 흥미를 느끼며 꾸준히 지속해왔던 분야이기도 했다.
오랜기간 일을 하며 깨달은건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일상을 무한정 지속하다보면 무료함에 우울증이 온다는 것이다. 색다른 무언가를 시도하고 도전하는 일은 내 삶의 유일한 활력소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게 없다는 진리를 처절하게 느끼고 있던 와중에 벌어진 일이었다.
나는 이렇게 완벽히 새로운 분야,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였다.
학원은 주말에만 오픈된다. 딱 보기에도 튼튼하고 멋진 몸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평범한 직장인인 나와 달리 그들은 이미 현직 필라테스 강사, 트레이너, 마사지사로 활동중인 분들이었다.
지금 배우는건 필라테스 강의는 아니고, 사람의 몸과 근육을 다루는 기초강의이다.
근육의 기초부터 심화까지 다루기 때문에 현직에서 근무하는 분들도 많이 듣는다고 한다.
첫 수업부터 내겐 난관이었다. 어찌보면 맨 땅에 헤딩하는 나와 같은 이를 위한 기초강의가 아닌, 현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초강의 같았다. 상완삼두근, 흉쇄유돌근, 사각근, 요방형근 등등 첫 수업은 그야말로 머리가 무아지경에 이르는 느낌이었다.
이론 강의 후, 실습타임을 항상 갖는다. 누군가의 몸을 직접 마사지 해주는 것이 처음에는 너무 익숙치 않았다. 난 샵에서 매번 받기만 하는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던가.
과거 어느날엔 ‘돈 많이 벌어서 맨날 마사지 받는 사람으로 살아야겠다’ 라는 고상한 생각도 품고있던 내가,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걸까?
“......”
문득 든 이 생각을 잊고, 이 새로운 세계 안에서 성실하게 임하기로 다짐했다.
사람의 몸을 공부한다는 것, 근육과 뼈 이름을 배우고, 불편한 곳이 있으면 마사지하고 풀어주고 운동시켜 개선하는 공부.
아직 잘 모르지만 가족들에게 마사지 해주며 써먹고 있는중이다.
‘필라테스 강사 자격증은 1년정도 공부하고 돈만 들이면 다 취득할 수 있는 자격증 아니냐’ 누군가는 말한다. 그러나 그렇게 쉽게 말하고 싶지 않다. 큰돈들여 1년정도 포기하지 않고 배웠다면 나름 자격증은 받을만 하다.
배우다 보니 나름 흥미가 생기는듯하다.
내 몸을 구성하고 있는 근육들 이름 하나하나를 이런 기회가 아니면 앞으로 평생 배워볼 수 있을까.
필라테스 운동을 배우러 센터에 갔다.
“요방형근을 쭉 늘려주세요.”
“대둔근 힘을 써보겠습니다.”
“중둔근쪽에 힘을 주세요”
과거에는 전혀 알아듣지 못할 용어가 들리니 신기하다.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을지는 이번년도 말이 되어서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솔직히 최선을 다해서 공부를 한다기보다는 주말 하루정도 시간을 들여 공부중에 있다.
이번년도, 사실상 저축은 포기해야 한다. 1년정도 삽질하는 시기로 가져보려고 한다.
너무나도 다른 세상을 맛보고 있기에 신선하게 접근중이다.
그럼에도 들어간 돈이 많으니 이왕이면 좋은 결실을 맺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