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제도 이전, 야만적이었던 대한민국 야근문화

라떼는 말이야..

by 드림트리

주 52시간 제도가 생기기 전 , 오후 6시가 지나도 누구 하나 엉덩이 꿈쩍 않는 일이 다반사였다

퇴근시간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듯했다.

계약서에 써져 있던 하루 8시간 근무는 누구를 위한 글자일까. 야근 수당이라는 글자는 제대로 본게 맞을까. 오후 7시가 넘어서야 눈치보며 짐을 싸는 몇몇 직원들이 있고, 당시 나의 꼰대 상사는 8-9시 퇴근이 기본이었다.

“일이 많으니까 .. 일을 해야지”

그는 일이 많은게 아니라 쓸데없는 일을 창조해서 하는 일이 많았다.


특히 , 어린 나이에 입사한 내가 단 하루라도 6시에 퇴근하면 안절부절 못하고 불안을 느끼는듯했다.

꼰대 : “**씨... 음.. 너 일이없니?”

나 : “급한건 다 끝냈어요”

(그는 갑자기 메일함을 열더니 내 이름을 검색한 후, 미친 듯이 메일을 하나씩 열어보기 시작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왜 저런 행동을 하는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꼰대 : “이건 했니? 저건 했니? 아까 고객사에서 요청한건 했니?”

나 : “그거 내일해도 되잖아요”

꼰대 : “아니지 그거 급한건데 오늘 해야지”

급한일이 아니라는걸 알면서, 난 이를 악물고 머리 위로 오르는 열을 겨우 식히며 컴퓨터를 켠다.

대기업임에도 야근비는 없다. 매일 같은 6시 이후 업무는 당연한 일상이었다.

1년 중 해가 떠 있을 때 퇴근한적이 과연 몇 일일까. 몸은 어느순간 알고 있다. 비타민D가 제대로 결핍된 상태라는걸.


입사 2-3년 정도가 지난 후, 발빠르게 트렌드를 쫓던 우리 회사는 ‘근무시간 집중, 정시 퇴근 권장’을 모토로 삼고 대대적인 공지를 내렸다. 당시 대한민국의 심각한 야근문화, OECD국가 중 제일 업무시간이 긴 나라로 악명을 떨칠 시기였다.

회사는 발빠르게 문화를 개선해보고자 ‘아래 직원들이 눈치보지 않도록, 상사 먼저 퇴근’ 을 권장하고 있었다.

나의 꼰대 상사는 말한다.

“회사에서 정시퇴근 권장하는거 솔직히 난 진짜 모르겠다”

지켜보면 야근을 원하는 사람들 특징은 같다. 혼자 하는 야근을 원치 않고, 누군가와 함께 야근 하기를 원한다. 또한 가족들과 사이가 좋지 않거나 집에 들어가는게 스트레스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각자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말이다.


당시 난 일이 많았다. 매일 야근을 했더니 ‘습관적인 야근’이라는 말이 들려온다.

정말 일이 많아서 한 야근인데 정말 억울했다. 집에 가면 녹초가 되어 꿈쩍도 할 수가 없었다.

몇 개월간 정시퇴근없이 야근을 하다보면 상당한 우울증과 무력감이 밀려온다. 반복적인 업무에 대한 회의감, 내 삶이 존재하지 않는 현실에 대한 괴로움.

꼰대 상사는 내게 말한다.

“매일 야근하는 모습 보니 참 뿌듯하다”

몇 달 동안 이어지는 과도한 업무에 스트레스를 한가득 받던 난, 저 말을 남기고 퇴근하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딱딱한 연필통을 날려버리고 싶었다. (어쩌면 회사에서 난 인내심을 배운걸지도 모른다.)


솔직히 지금 시대, 야근을 거의 모르고 사는 신입들을 보며 느낀다.

“와.. 세상 정말 좋아졌다. 부럽다”


잘못 만난 상사 밑에서 말도 안되는 업무량을 꾸역꾸역 받으며 그 많은 야근의 나날을 버텨냈던 내게, 누군가는 말한다.

“그렇게 버텨냈으니 지금의 너가 있는거야”

내게 오직 남은건 그렇게 위로해주는 동료들 뿐이다.

난 그 때의 나에게 말해보고 싶다.

“다른 부서로 가는게 어떨까. 지금도 용기는 없지만, 더 어린나이에 퇴사하는것도 방법이겠지..”


우리세대의 부모님은 말씀하신다.

"그래도 어쩌겠니.. 버텨야지. 방법이 없잖니"

버텨도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 그리고 한달살이를 위한 현상유지라는걸 우리는 알고 있다.

(자신의 행복이 사라지고, 삶의 가치가 낮아질때쯤 퇴사를 하는 MZ세대를 이해하려면 부모세대는 자신들의 세대를 먼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6시가 되면 90%이상의 자리가 텅텅 비어있을만큼, 2022년 대한민국의 직장 문화는 참 많이 바뀌었다.

야만적이고 원시적인 시대를 온 몸으로 겪어낸 나의 과거를 돌이켜보면 안타까울때도 있다.


최근 회사 내부적인 사정으로 야근의 세계에 들어와있다.

12시가 다 되어 퇴근하는 일상을 지속하며, 그 때의 기억들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다시 생각해봐도 돌아가고 싶지 않은 20대 초중반의 시기이다.

다만, 지금은 프로젝트성 업무라 끝이 있는 정해진 야근이기에 버틸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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