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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트 파는 튀르키예 할아버지로부터 청혼을 받다

안탈리편 : 후려치기가 가능한 튀르키예 시장

by 드림트리

9월, 안탈리아는 햇볕이 아주 강렬했다.

양산 혹은 모자, 썬글라스는 필수템이었다.

몇 번이나 나갔다가 더위에 지쳐 에어컨 빵빵한 숙소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는데,

여행을 다닐 때 체력과 날씨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물놀이를 하고 땡볕에 관광을 하다 지쳐 숙소로 돌아와 해가 지길 기다렸다.

날씨가 선선해질 무렵, 거리를 걸으며 터키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노을을 감상한다.

구름 모양이....^^

저녁이 되자 야경을 보며 선착장 근처의 예쁜 기념품샵들을 돌아봤다.

딱히 살만한건 없었으나 가족이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 카페트를 중점으로 둘러보게 되었다.

처음 방문한 한 카페트는 한화 12만원.

주인은 코튼보다 좋은 실크소재라고 소개하며 만져보며 촉감을 느껴보라고 한다.

안목이 없는 우리는 아무리 만져봐도 실크인지 코튼인지 구별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너무 마음에 든다고 저 무겁고 커다란 카페트를 사는 가족을, 난 그저 바라만 본다.


기념품 샵들을 둘러보는건 언제나 재미있다. 그러나 딱히 살만한건 없었다.

이곳 저곳을 둘러보다가 또 다른 카페트 숍을 발견하고 들어갔다.

주인 할아버지가 유창한 영어로 영업한다.

“우리는 고급 원단만 사용하며, 미국/독일 등 세계 여러국가에 카페트를 수출을 하고 있으며, 나의 Grand Grand Father들도 이 카페트 사업을 해왔고, 나 또한 40년째 카페트 사업을 하고 있어요.”

얼마나 좋은 원단인지 소개해주겠다며 갑자기 라이터에 불을 켜더니 카페트에 불을 붙인다.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으나 카페트에 불이 붙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파는 카페트가 동물원단으로 만든 고급 코쿤 실크(?)라고 소개한다.

만약 코튼이나 다른 실크에 이 불을 붙인다면 타버린다(Burning)고 말한다.


기존에 샀던 카페트보다 크기가 작고 얇은 느낌이었는데 3천리라(=24만원)를 부른다.

가격에 놀라 이 가게를 나가려고 하자 다시 우리를 붙들어놓는다.

“How much do you want? (얼마에 사길 원합니까?)”

우리는 이미 카페트를 샀기 때문에 또 살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그러니 그가 이미 우리가 샀던 카페트를 펼쳐보라고 한다.

어차피 이게 코튼인지 실크인지 궁금했던 찰나였는데 잘됐다 싶었다.

카페트 전문가에게 물어보면 우리가 사기 당했는지 잘 산건지 알 수 있겠다며 카페트를 펼치자 그가 말한다.

“It’s Bamboo Silk(이건 뱀부 실크에요). 식물성 원료로 만들어졌죠.

내가 파는건 코쿤실크에요. 동물성 원료로 만들어진 더 좋은거에요.”

네이버에 검색해도 뱀부실크와 코쿤실크에 대한 정보가 아예 나오지 않는다.


그는 직원에게 모든 카페트를 펼쳐보라고 한다.

여기 카페트 사장들은 먼저 사람이 들어오면 모든 카페트를 펼치는게 특징이다.

그 수많은 양의 카페트를 펼쳐대며, 관광객이 미안한 마음을 느끼고 안 살 수 없게 만드려는 속셈인것일까.

그럼에도 불쇼까지 보여주고, 자기 선조들 사진까지 걸어둔 40년 역사의 전문가 카페트 주인에게 조금은 더 신뢰감이 갔던건 사실이다.


우리는 말했다.

“I want to buy it. But We don’t have any money. (정말 사고 싶지만 돈이 없어요)”

그는 수익을 거의 보지 않고 팔겠다고 말한다.

1장당 3천리라로 불렀던 카페트는 어느덧 900리라(약 7만 2천원)까지 내려왔다.

“I want to make you Happy. Really!! (난 그저 너희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진짜로!!)”

안 살 수가 없었다.


할아버지 사장님이 갑자기 좋은 장소를 보여주겠다며 나를 매장 안쪽으로 부른다.

"You're Beautiful. Come Here. Are you married?"

나 : '이게 갑자기 무슨 질문일까...?' 하여 수상한 느낌에 "Yes"라고 답했다.

그는 자신과 결혼하면 이 카페트 사업을 함께 할 수 있을텐데 매우 아쉽다고 말한다.

얻어맞은듯한 충격이었다.

서둘러 카페트를 들고 빠져나왔다.

안탈리아에서 뱀부실크 1개(대) , 코쿤실크 2개(소) 총 3개의 카페트를 샀다.

3개의 카페트 때문에 짐 가방도 상당히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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