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족한 문화 생활을 위한 공연 감상법
클래식, 오페라, 발레, 뮤지컬/연극 감상법
20대 초반, 부모님의 지원으로 정말 많은 문화생활을 누렸다.
콘서트부터 발레, 클래식, 오페라, 뮤지컬 그리고 세계 3대 합창단 중 리베라, 파리나무소년 합창단 관람까지.
문화생활은 힘들었던 내 영혼을 말끔하게 씻어주는 큰 역할을 하였다.
시간이 많았던 대학생 시절이었던 만큼, 문화생활은 유일한 휴식처였다.
한 달에 4번 이상, 내 삶의 대부분으로 즐기던 문화생활은 회사 입사 후 크게 줄어들게 되었다.
이제는 시간을 쪼개어 틈틈이 누릴 수 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과거 기억을 살려 문화생활을 즐기기 전 알고가면 좋을 가볍고 유용한 팁을 공유해본다.
1) 발레
발레는 1부 2부 이렇게 총 2부로 나뉘며, 관객들은 보통 1부 후 공연장 밖으로 나가 화장실에 가거나 약간의 쉼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각 부 안에는 ‘1막,2막,3막...’ 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막이 바뀔때마다 커튼이 내려온다.
무대 뒤편에서 스탭들은 다음 막을 위해 새롭게 배경을 세팅하고, 무용수들도 다음 스토리에 맞게 새로운 발레복으로 갈아입는다. 준비를 하는 시간동안, 무대 아래에서 오케스트라단이 흥겨운 음악을 연주하고 때론 몇 명의 무용수가 나와 커튼 밖에서 기다리는 관객들을 위해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한다.
각 막마다 어떤 내용으로 전개되는지 줄거리를 모르고 보면 스토리를 전혀 이해할 수 없다.
보통 무대 앞의 전광판에 각 막에 대한 줄거리를 보여준 후 공연이 시작되는데, 줄거리를 보여주지 않은 채 바로 공연부터 시작되어버린 ‘백조의 호수’ 가 나의 20대 첫 발레공연이 되어버렸다.
‘무대가 멋있고, 화려하다, 무용수들은 눈을 뗄 수 없을만큼 예쁘고 멋지다’
정도의 감상평에 머물렀던 난 어느 순간 무용수의 표현이 어떤 걸 의미하는지 몰라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견문이 있는 사람들은 발레리나의 몸짓을 보고 놀라워하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데 그걸 이해하지 못한 난 눈뜬 봉사가 된 느낌이었다. 이후 발레를 보기 전 각 막에 대한 줄거리 전체를 읽어봤고, 각 막이 시작되기 전 줄거리를 한 번 더 읽고 이해한 후 공연을 보기 시작했다.
내용을 알고 관람하니 매우 만족스러운 공연이 되었음은 물론이고, 스토리 속 교훈도 있고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던져주기도 한다. 풍성하고 화려한 무대와 무용수들의 다양한 발레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미 만족스러운 공연으로 기억될 것이다.
2) 오페라
20대가 되어 가장 먼저 접한 문화생활은 오페라였다.
맨 앞줄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첫 오페라의 전개와 내용이 단조로워 이해하기 쉬웠다.
드넓은 무대 위 성대하게 꾸며진 세팅, 화려하고 다채로운 출연진의 코스튬까지 한 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던 멋진 무대였다.
다만, 이런 오페라는 흔치 않다. 오페라를 보다가 간혹 전개를 놓치면 이해도가 떨어져 고통스러울 수 있으니 발레와 마찬가지로 대략적인 줄거리를 미리 파악하고 가는게 좋다.
뿐만 아니라 오페라 출연진들의 경력, 관람하려는 오페라의 기원 역사에 대해 알고 갈수록 훨씬 풍부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페라 배우가 ‘카르멘’ 공연을 위해 한국에 온다고 하여 가족들과 함께 을 보러갔다.
공연 관람 직전, 친구들과의 약속으로 배터지게 밥을 먹고, 상당히 피곤해진 몸을 이끌고 가게 되었다.
오래전부터 기대했던 공연이었음에도 무거워진 눈꺼풀을 결코 이겨낼 수 없었다.
이미 내 몸은 의자에 기대어 편하게 잠들 준비를 시작했고, 시작 20분 후부터 눈을 감고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간과한 게 있었다. 오페라 공연에서는 절대 잠들 수 없다는 점이다. 오페라는 조용히 노래를 부르다가 순간적인 배 힘으로 힘차게 발성하여 소리를 내뱉는 공연인데, 그 때마다 벌떡 놀라 깨게 되었다.
배우들의 멋진 노래 소리는 자고 있는 내게 엄청난 소음이자 짜증이 몰려오는 포인트가 되어버렸다.
눈이 절반쯤 감긴 상태에서 깜짝 놀라 깨는게 반복되면서, 오페라 공연은 잔잔하고 평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연이 아니라는걸 다시금 알게 되었다.
어떤 공연이든 마찬가지겠지만 가볍고 좋은 컨디션으로 가야한다.
비싼 티켓값을 지불하고 가는만큼 피곤하거나 배고픔에 허기진 나쁜 컨디션으로 가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
가족들은 인생 최고의 오페라를 관람했다고 만족해했던 공연을 난 그렇게 날려버린 가슴 아픈 기억이 있다.
3) 소년합창단
모두가 K-Pop에 빠져있던 10년 전, 독특하게도 난 어린이 합창단에 빠져있었다.
곱고 맑은 목소리로 노래하는 아이들은 내게 깊은 울림과 영감과 행복을 주었다.
특히 20대 초반 크리스마스 이브마다 파리나무소년단이 나의 연말을 장식해주었던 기억이 있는데, 특송으로 들려주는 성탄절 노래를 들을 때 마다 비로소 12월 겨울임을 알게 되었다. 관객들을 위해 유머있는 멘트도 날리며, 즐겁게 소통하려는 아이들이 너무 귀여웠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너무도 유명한 상투스(Sanctus)를 부른 리베라 소년 합창단 공연 예매는 티켓팅 전쟁이었다. 그리고 어렵게 구한만큼 가치가 있었다. 티 없이 깨끗하고 완벽한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아이들만 모아놓고, 마치 천국에서 들을 수 있는 노래를 한껏 듣고 온듯한 느낌을 받았다.
세계 3대 합창단 공연 중 가보지 못한 빈소년 합창단 공연에도 언젠가 갈 수 있길 바래본다.
소년합창단 공연은 부담없이 가족들과 함께 가기에 제격이다. 마음을 따뜻하게 정화시켜주는 느낌을 가득 받을 것이다.
4) 클래식
정명훈의 베토벤 교향곡 ‘합창’ 은 매년 연말마다 열린다고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사계 같은 클래식은 공연장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들었다.
누구나 귀에 익은 클래식을 듣는 게 재밌고 그만큼 멜로디가 익숙해서, 편안하고 부담없이 감상하기에 좋다. 그럼에도 예술의 전당 같은 큰 공연장은 대중적인 클래식보다는 난해하고 해석이 어려운 높은 수준의 클래식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클래식에 견문이 있고 다양한 클래식을 접해본 사람이 아니라면, 처음 듣는 어떤 클래식은 불협화음처럼 느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대부분 지루하고 어렵게 느껴지기만 한다.
‘미리 알고 감상하는 것의 힘’이 여기서 나온다.
이 클래식은 누가 언제 어떤 영감을 받아 작곡했으며, 어떤 포인트에서 주의깊게 들으면 좋은지 알고 들으면 풍부함이 배가 된다.
공연하는 사람들은 1부가 끝난 후 쉬는 시간이 가장 두렵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2부가 시작되었을 때 돌아오지 않은 관객의 빈 좌석을 보면 그렇게나 마음이 아프다고 하는데, 난해하고 어려운 클래식을 접하게 되더라도 대부분 클래식은 마지막이 클라이막스이니 끝까지 들어보는걸 추천한다.
또한 지휘자의 표정, 몸짓부터 지휘봉의 현란함을 보는 것도 클래식의 큰 매력이다.
여전히 내게도 참 어렵고 난해한 분야가 클래식이다. 몇 백년전에 작곡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 ,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여 악보 하나로 언제 어디서든 연결될 수 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주는 클래식의 힘이기도 하다.
찾아보면 다양한 클래식 감상법 있는데, 여러 사람들의 감상법을 알아보는것도 하나의 재미이다.
5) 뮤지컬, 연극
뮤지컬과 연극에는 스토리가 있다. 마치 한 편의 재미있는 드라마를 공연장에서 생생히 관람할 수 있다는 생동감 때문에 관객들이 꾸준히 찾는 것 같다. 평소 좋아했던 배우가 출연할 수도 있고, 그 배우의 연기를 실황으로 볼 수 있다는 건 팬들에게도 멋진 경험이다.
개인적으로 난 연극보다 뮤지컬을 더 좋아하는데, 연극 안에 음악과 노래가 함께 있기에 멜로디를 들으며 귀가 더 즐거워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스토리에 재미까지 가미된 뮤지컬과 연극, 누구나 가볍게 볼 수 있는 공연이기에 가장 대중화가 잘 되어있다. 가볍게 접하기에 가장 무난하고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모든 공연이 마찬가지겠지만 1부가 끝난 후 쉬는 시간이 한 번은 꼭 있다. 공연 감상도 체력이 소모되는 일이고, 시간이 길기 때문에 공연장 안에서 민망하게 꼬르륵 소리가 나는 경우가 많다.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과자 등 간식을 들고 가서 쉬는시간에 공연장 밖에서 먹는 걸 추천한다. 여기까지 다양한 문화생활을 경험자로서 작은 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