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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트리 Apr 06. 2023

억대의 수익을 한방에 날려버린 갑질의 영어강사

착하게 살아야 하는 이유

학생들 사이에서 영어를 잘 가르치기로 유명했던, 점점 유명세를 얻어가던 한 영어강사가 있었다.

유머감각과 세련된 외모, 훌륭한 강의력으로 청중을 사로잡는 탁월한 능력이 있던 강사의 연봉은 하늘높은줄 모르고 치솟았다.

각종 SNS를 통해 소문은 빠르게 퍼졌고,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에서도 사내 임직원 강의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대기업 답게 그녀의 강사료를 가장 높은 선에서 불렀고, 매주 화/목 1년 계약을 체결했다.

6개월 즈음 지났을무렵 억대 이상의 연봉이 그대로 통장에 찍혔다.

언제나 자신감 넘치는 그녀였다.


대기업에서는 강사에게 사내 임직원만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의 식권도 제공했다.

컨디션이 유독 좋지 않았던 그 날, 점심시간임에도 유난히 교육생들의 질문이 많아 살짝 짜증이 밀려왔으나, 겨우 답변해주고 주린 배를 잡으며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 들어서서 음식을 받으려고 하던 찰나, 휴대폰을 책상에 두고온게 생각났다.

식사를 하려면 휴대폰으로 받은 식권을 인증한 후 배식할 수 있기에, 부랴부랴 20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마침 식당에 도착하니 마감시간이 다가와 임직원들도 거의 없고 텅텅 비어있다.

일하는 식당 아주머니들은 뒷정리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한다.

시계를 보니 20분만에 밥을 다 먹고 올라가야하는 상황이었다. 확 짜증이 밀려온다.


배식을 위해 식판을 들고 있던 찰나, 조리사가 그녀를 부른다.

" 식사 메뉴가 다 소진되었습니다. 대체 식품으로 만드려면 10-15분정도 더 소요 되는데 조금만 기다려주실 수 있나요?"

이 한마디는 그녀의 감정에 불을 지폈다.

안그래도 컨디션이 참 안좋았던 와중에 순간적으로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한 그녀는 , 평소 내면에 품고 있던 모든 감정을 대폭발시켰다.

그녀 : "아니, 메뉴가 다 떨어졌다니요? 저는 그럼 5분만 먹고 올라가야되는건가요? 저 임직원들 가르치는 강사에요. 강의하러 올라가야하는데 미리 준비를 해놓으셨어야죠!"

식당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니, 모든 식당 직원들이 그녀를 쳐다본다.

그녀 : "식사하는 사람들 중에 시간을 칼같이 지켜서 올라가야하는 사람도 있는건데, 어느정도 상황보고 미리 준비해야하는게 기본 아닌가요? 오랜기간 일하셨을텐데 이런것도 몰라요?"

보다못한 조리사가 밖으로 나와 양해를 구하며 설명한다.

조리사 : "불편하시겠지만 지금은 기다려주시는 수 밖에 없어요. 그리고 아직 식사하는분들이 저기 몇몇분 계시는데 , 조금 소리를 낮춰주시겠어요? 급한 상황이라면 밖에서 외부음식을 포장하여 가시는게 어떠신지요 "

그녀 : "뭐라구요? 외부음식을 포장해서 먹으라구요? 참.. 기가 막혀서.... 지금 저한테 외부 음식을 포장해서 먹으라고 하신거에요?"

5분이 넘는 시간동안 그녀의 샤우팅은 계속 되었다.

식당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조리사와 영양사, 일하는 아주머니들을 향해 큰 소리로 신경질을 부린 그녀는

식판을 다른쪽에 던지다시피 하고 씩씩거리며 식당을 나왔다.

아주머니들은 그 식판을 주워서 제자리로 놓았고, 그녀는 편의점에서 산 빵을 입에 구겨넣으며 강의장으로 향했다.

상황은 이렇게 종료된듯했다.

 

강의가 끝나갈 무렵, 사내 교육담당자가 그녀를 불렀다.

사내 담당자 : "안녕하세요. 강사님, 잠깐 시간되실까요. "

그녀 : "네, 담당자님! 무슨일인가요?"

사내 담당자 : "다름은 아니고.. 오늘 점심시간에 식당 이용하셨나요?"

그녀 : "조금 늦게 갔었는데요. 하필 재료가 떨어져서 못먹고, 근처 편의점에서 빵으로 대체했어요."

사내 담당자 : " 음... 문제가 되는 행동이 있었을까요?"

그녀 : "글쎄요.. 아! 임직원들 질문이 너무 많아서 늦게 식당에 가게 되었는데요.

점심 먹을 시간도 거의 없는 상황에 재료가 떨어져서 많이 기다려야한다고 하더라구요.

제가 좀 따끔하게 화내긴 했어요. 저도 강의하러 들어가야하니요."

사내 담당자 : "문제될 상황은 없었을까요?"

그녀 : "제 목소리가 커진건 잘못이지만, 정당하게 요구한 부분이에요. 문제될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내 담당자 : "그 상황을 조금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어요?"

그녀 : "더 이상 어떻게 설명을 드려야하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임직원을 위해 영어강의하러 왔고, 점심까지 굶다시피 하면서 열정적으로 강의하고 있는데요.

대체 식사를 제 때 준비하지 못한건 식당 조리사 잘못 아닐까요?"  

사내 담당자 : "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잘못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그녀와, 조금의 해명이라도 들어보고 싶었던 담당자의 대화는 여기서 종료되었다.


그 주 금요일 , 그녀는 또 다른 사내교육 담당자로부터 전화를 받는다.

사내 담당자 : " 강사님 안녕하세요. 다음주 강의 관련하여 급박하게 연락드리게 되어 송구합니다.

저희가 내부적인 사정으로 사내 임직원 영어강의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게 되었어요. "

그녀 : "무슨 말씀이시죠? 저는 1년치 일정도 이미 다 픽스해놓았고, 다른 곳들 강의요청도 많이 거절한 상태인데요. 무엇보다 이렇게 되면 계약상 문제되는 부분 아닌가요?"

사내 담당자 : "아! 계약서에 보시면 저희 내부적인 ***사정이 있을 경우 중단할 수 있다고 되어있는데요. 이 부분 보시면 되겠습니다. 급박하게 말씀드린점 다시 한 번 송구합니다."

곰곰히 생각해보던 그녀는 문득 식당에서 본인이 소리친 일이 떠올랐다.

그녀 : "음... 혹시 지난번 식당에서의 사건 때문일까요?"

사내 담당자 : " 아~ 그런거 아닙니다. 저는 연관되어있지 않아서 무슨일인지 잘 모르구요."

그녀 : "당황스럽네요. 일단 알겠습니다."


숨겨진 이야기를 말하자면 이렇다.

앉아서 식사하던 몇몇 임직원 중 인사팀 소속의 직원이 있었고, 소리지르는 그녀의 모습을 촬영했던것이었다.

사람을 마구 깎아내리며 악에 바친 그녀의 행동을 본 팀원들은 충격의 도가니에 휩싸였고,

이 일은 결국 사내 교육 인사팀까지 회부된다.


식당에서 일하는 조리사는 푸드관련 A 대기업 계열의 정직원이었고, 종업원들 또한 계약으로 그 업체에 소속된 분들이었다. 이 사건이 보고된 A기업에서도, 어떤 사유로 직원들이 이런 불미스러운 일을 당했는지 확인요청이 들어온터였다.  


사건이 보고된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그녀는 계약종료 ,

즉 해고로 결정이 되었다.

그리고 두 번 다시 이 기업에서는 발도 못들일거라는 말이 돌았다.


그녀는 영어를 누구보다 잘 가르쳤고 , 대중을 통솔하는 능력은 뛰어났지만,

스스로를 통솔하는 법은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

그녀는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런말을 했다.

"부당한 상황, 상대가 나를 불쾌하게 만드는 상황이 온다면

참지 마세요. 당당하게 화를 내세요. 화가 났다고 표현하세요. 그래도 됩니다.

화를 냄으로써 나를 지키세요."

대단히 잘못되었다. 

어떤 상황에서 화를 내야하는지 전혀 인지력이 없는 1타 강사의 현실이 씁쓸했다. 


그녀는 과연 짜증과 화를 사내 교육담당자에게 똑같이 낼 수 있었을까.

단지 식당 종업원이라고 생각하여 쉽게 생각했던건 아닌지 모르겠다.

건너건너 듣기로 그녀는 무엇보다, 자신의 잘못을 끝까지 깨닫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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