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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트리 Apr 02. 2023

우울감과 나를 분리해서 보는 방법

아무 생각없이 집에 와서 소파에 앉으면 우울이 시작된다.

어쩌면 꽤 오랜기간 이렇게 지내왔던 것 같다.

목적없이 TV채널과 유튜브를 이리저리 돌리며 정착하지 못하고 있는 나를 볼 때,

아무것도 안했는데 2-3시간이 훌쩍 넘어 밤 12시가 넘었을 때,

우울감과 무기력함이 몰려온다.

어떤 날은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기도 한다.


목표 없이 삶의 목적을 잃고 하루하루 살고 있는 나를 본다.

무언가를 하려고 해도 전혀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

공허함, 무기력감에 휩싸여 잠깐 하다가 덮고 다시 소파로 돌아와 눕는 나를 본다.

간절히 원하고 바라는게 있어도 잡히지 않으니 포기하게 된 순간,

많은 것을 내려놓고 생각을 않게 된다.

아무 생각없이 멍 때리는게 당연해지고 있는 요즘이다.


회사에서 멀쩡하게 생활하는 내가, 사람들과 어울릴 땐 재밌게 잘 떠드는 내가,

집에서는 이러고 있을 줄이야.


생각해보니 작년 100만원을 내고 4-5번 정도 갔던 피부과가 망했고,

150만원을 내고 4-5번 방문했던 바디관리샵이 망했다.

현금으로 냈던 돈이라 받지도 못했고, 소비자고발원에 신고했으나 보통 사업자가 망하면 받지 못한다고 조언도 받았다.

그 사건들도 내게 큰 무기력감을 주었으리라.


23년도, 무너져가는 나를 관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1 필라테스도 끊었고, 얼굴 마사지샵, 피부과에도 거금을 내고 끊었다.

'돈 벌어 뭐하겠어. 돈보다 더 소중하게 다뤄야 할 사람이 내 자신인데..'

샵이 망할 수 있다는 걱정보다 내 자신을 더 챙겨줘야 할 것 같았다.


유일하게 작은 위안을 얻는건 필라테스를 할 때이다.

온 몸의 근육들이 깨어나는 느낌이 들 때 , 내 정신도 조금은 기지개를 펴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1:1 필라테스는 내가 제대로 관리받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회원님! 옷을 딱 달라붙는걸로 사면 체형을 더 잘 봐드릴 수 있을텐데요.."

'운동만 하면 됐지' 하며 복장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내가, 이 말 한마디에 다음날 필라테스 옷을 샀다.

4벌에 12만원.

쫙 빠진 옷을 입고 거울을 본 내 모습이 새로웠다. 마음가짐도 새로워진다.

오랜기간 후질근한 옷을 입으며 운동을 해 온 내가 살짝 부끄러워졌다.

이왕 운동하는거 다른 사람들처럼 멋지게 입고 운동했으면 좋았을텐데 말이다.


주말 아침, 푹 자고 아침에 일어나 무작정 씻고 공원을 한바퀴 돌고 왔다.

(주말에 일정이 없더라도 무조건 씻고, 옷을 입고, 밖에 나갔다 오는 일. 내겐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씻지 않고, 귀찮다고 소파로 가면 그 하루는 그야말로 망한 하루로 봐도 된다.)

햇볕을 쐬고 벚꽃 떨어지는 나무 아래에서 사람들을 바라본다.

걸음마를 갓 뗀 귀여운 아기들부터, 가족단위로 놀러나온 사람들, 홀로 열심히 뛰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나 빼고 다 행복해 보인다는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평범하게 하루하루 잘 살아내는 사람들일거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한 세대가 빠르게 지나가길 바래본다.

어차피 잠깐 지구에서 살다가 반드시 없어지는 존재일테니 말이다.

유튜브를 통해 삶을 마감하는 사람들의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기도 하고, 삶의 지혜를 알려주는 영상을 보기도하던 와중 와 닿은 말.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고, 존중해주지 않는데, 누가 나를 사랑해줄 수 있겠어요?"

부족하고 한없이 부족한 날 사랑해주고 존중해주기란 쉽지 않은일이다.


시선을 조금 바꿔보기로 했다.

나와 지금 내 상황, 즉 우울이라는 감정을 분리해서 보는 연습을 해보기로 말이다.

육체이탈을 한 듯 나의 감정을 분리해놓고 생각한다.

'왜 우울한가 했더니, 행복을 잘 느끼지 못해서구나! 불안한 미래가 너무 무섭구나..!'

마치 남의 감정을 다루듯이 생각해보았다.


덧없다고 느껴지는 인간관계, 각 자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친구들 지인들..

내 삶과 너무 비교가 되는것 같았다.

비교.. 비교는 끝이없다.

'지난번만 해도 내가 인생에서 훨씬 더 우위(만족감, 행복도)를 점하고 있었는데,

이젠 내 자리를 그들에게 빼앗겼나보다.. 내 삶은 앞으로 이렇게 불행할거야..'

'저 친구는 항상 여유롭고 행복해보인다.. 저 친구의 인생이 정말 부럽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밀려드는 우울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지는 나를 발견한다.

더 이상 바닥을 치는 감정을 그냥 둘 수 없었다. 나는 한 걸음 물러나 나를 바라보기로 했다.

'그래! 우울함이 느껴지는구나. 그럼 마음껏 우울해하고 슬퍼해보지.. 뭐..

우울증아, 내 감정을 마음껏 휘젓고 다녀보렴.. '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사람들만 보지 않고,

나보다 더 안좋은 상황에서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찾아본다.

평범한 일상을 살다가 갑자기 병에 걸려 제 몸조차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사람들,

잘 사는 줄 알았는데 이혼을 한 사람들,

부동산/사업/주식에 실패한 사람들..

'그래.. 아직 나는 저 정도로 무너지지 않았으니, 조금만 더 버텨보자!'

'10년째 백수인 저 사람은 그래도 직장에 다니는 나를 부러워하지 않을까'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누군가는, 오늘 하루 나의 평범한 하루를 누리고 싶어하지 않을까'

마치 남을 다루듯이 내 감정을 지켜보는 중이다.


20대에 열심히 살았으니, 30대에는 번듯하게 잘 살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내 상황은, 직장인으로 한 달 한 달 월급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과연 번듯하게 잘 산다는게 과연 무슨 의미일까.

어쩌면 지금도 충분히 잘 먹고 잘 살고는 있는데 말이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인생 1회차, 부족한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20대에는 목표와 꿈이 가득했던 내가, 이것저것 다양하게 배워보며 흥미롭게 살아왔던 내가,

30대가 되며 모든 것들이 올스톱 되어버렸다.

30대의 꿈, 목표를 세우지 않았고, 장기적인 인생의 목적이 없었기에 방황하고 있는 것이었다.

자존감이 바닥을 쳤던 지난 나날을 되돌아보며, 내 자신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연습을 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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