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젊은세대를 휩쓴 단어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한 번 뿐인 인생 , 현재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삼고 살아가자는 뜻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영감을 받고 회사를 그만뒀고 무작정 세계로 여행을 떠났다.
나 또한 크게 동요되었다.
오랜기간 회사를 다녔으나 행복을 느끼기가 어려웠고 , 뚜렷한 목표가 없었다.
이것이 정녕 내가 원하는 삶이 맞는지, 언제까지 이 삶을 지속해야할지, 결국 내 인생은 저기 앉아있는 차부장급들처럼 되는것일까..
하루에 절반의 시간을 쏟는 곳임에도(출퇴근시간 포함한다면), 임원이 되고 싶은 꿈도 없었고, 그렇다고 업무가 내게 성취감을 주거나 발전성이 있는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퇴사는 참 두려웠다.
소속감을 준다는 것, 월급을 받아 안정감을 느낀다는 것, 마음을 털어놓을 동료가 있다는 것.
이것을 포기해야 한다는게 무서웠다.
업무적인, 인간적인 시행착오를 겪어왔고 그렇게 10년차가 되었다.
이제 나를 함부로 건드리는 사람도 없는 안정적인 상황에서 무작정 퇴사는 무모했다.
마음이 매우 심란해질 즈음 , 여행을 선택했다.
장기여행이 아닌, 휴가를 내고 단기여행으로..!
한 친구는 대기업을 다니다가 퇴사를 한지 5년차가 다 되어간다.
다른 대기업에 다니던 그 친구와 회사 위치가 비슷해서 점심도 종종 먹으며 회포를 풀어놓곤 했었다.
회사생활이 너무 안맞다고 소리치던 그 친구는, 퇴사 후 유럽으로 두 달간 여행을 떠났었고,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서 자격증을 취득 후 피트니스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코로나 때 , 모든 센터가 정부 지침에 따라 닫혔고, 수입이 전혀 없어서 꽤 힘들었다고 한다.
그 때 회사를 그만둔 것에 대해 꽤 후회했다던 친구는, 사무직 아르바이트를 구해서 1년 6개월간 일하다가 계약 종료 후 나왔다. 지금은 다시 피트니스 강사로 일하며, 어떤쪽에서 수입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이리저리 사업을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친구는 내게 말한다.
"나처럼 너무 힘든 상황이었다면, 더 이상 몸과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나오라고 하고 싶은데..
그게 아니면 좀 더 신중하게 고민하고 회사에 있을 때 탄탄하게 준비해야 해.
피트니스 강사로 일하면 은근히 깔보거나 막 대하는 사람도 만나게 되는데, 회사였다면 다른 부서로 옮기거나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잖아. 여긴 그게 없어.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이번주까지 나오고 그만 나와도 된다고 듣는 일이 허다해. 그건 프리랜서이니 감안해야하는 거구.
그리고 소속이 불안정하니까 상대방도 결혼 생각이 쉽게 안드나봐.
후회하는게 있다면 회사다닐 때 최대한 준비를 많이 해보고, 이것저것 다 시도해보고 나올걸 그랬어. "
당시 욜로를 외치던 친구가 하는 이야기다.
또 다른 지인은 대기업 퇴사 후 라크라메 수공예를 시작했다.
당시 나는 말렸다.
"요즘 야근도 없고, 주말 출근도 없으니, 그 시간에 심도있게 배워보고 1년정도 후 회사 몰래 창업도 해보고 잘되면 그 때 퇴사해도 되잖아. 나도 퇴사하고 싶다고 매번 외치고 있지만, 너도 너무 준비가 안된것 같아.. 퇴사하지 마.."
전공과도 무관하고, 그 분야에 발을 걸친 지인도 없었다.
자신만의 기술을 갖고 싶다고 말했던 그 친구, 어쩌면 바깥세상에 무모하게 뛰어들었던 친구는 2년 후 돈이 전혀 안된다며 흥미를 완전히 잃고 다시 직장인의 삶으로 돌아왔다.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다른 친구는 대기업을 퇴사 후, 호프집을 창업했다.
뜬금없이 무슨 호프집이냐고 물었더니, 자신만의 공간에서 온전히 본인의 것을 직접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창업 경험이 있던 친구와 새롭게 점포를 냈으나, 생각보다 장사가 잘 안된다며 속상해한다.
오후 5시에 출근하여 새벽 3시에 퇴근하는 완전히 뒤바뀐 일상,
결코 아무나 하는게 아니라고 신신당부한다.
너무 아쉽게도 퇴사한 지인들이 아직은 자리를 못잡은 상황이다.
친구들의 선택이 틀렸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지루하고 안정적인 틀을 깨고 나가 도전을 했고, 그 안에서 인생에서 쉽게 얻지 못할 깨달음을 몸소 부딪히며 얻고 있을 것이다.
친구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내가 다 겪어보니까 안 겪는게 나은것 같아. 너는 그냥 회사 다녀.. "
나의 대부분 주변인들은(지인,친구 등) 직장에 다니고 있다.
우리는 대학 졸업 후, 오랜기간 직장이라는 안정된 틀 안에서 살아왔고, 바깥 세상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먹고 살아가야하는지 아무도 가르침 받지 못했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로 나갔으니, 무참하게 깨질 수 밖에 없는것이다.
직장생활을 버텨내는 것도 쉽지 않았던 것처럼, 바깥에 나가 나만의 능력을 시장에서 평가받고 돈을 번다는것도 참 어려운일이다.
대부분 부모님들은 직장인이었기에, 좋은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하는것만이 답이라고 강요받아왔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있다.
더 이상 학벌이, 대기업이, 우리 인생을 책임져주지 못하는걸 알고 있고 이것만으로 부자가 될 수 없다는걸 안다. 단지 무너지지 않는 안정된 길을 갈 수 있을 뿐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함, 그 불확실성은 한 때 나를 불안하게 만들고 깊은 우울의 심연속으로 던져넣기도 했다.
생각해보니 20대 목표를 세운 이후, 30대의 목표를 수립하지 못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다가올 시대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긴 인생을 두고 단기적인 목표와 장기적인 비젼을 수립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