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경력 필라테스 강사 원장님의 삶 이야기
1:1 필라테스를 배우며 원장 강사님과 꽤 친분이 생겼다.
20년차 경력의 베테랑에 센터를 오픈한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원장님 이야기이다.
그녀에게 이제껏 살아온 삶의 굴레를 듣게 되었다.
주변에 회사원만 가득한 내겐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나 : 선생님은 어쩌다가 필라테스 강사가 되신거에요?
선생님 : 20년전에 체육학과를 나와서 어떤걸 해볼까 생각하다가, 그 당시 생소했던 필라테스를 배우게 되었어요. 우리나라에 필라테스 센터가 거의 없던 시절이었는데 발전 가능성이 보였거든요.
공부는 수월했는데, 기구를 사용하는게 생소하더라구요.
나 : 금방 익힐 수 있었겠어요.
선생님 : 그런데 막상 실전에서 사람을 가르쳐보니까 다르더라구요.
처음 강사로 재직했던 시절에는 짤리기도 했어요.
면전에 대고 너무 못가르친다고, 내일부터 안나와도 되겠다는 말도 들어봤죠.
나 : 믿기지 않아요. 이렇게 잘 가르치시는데..!
선생님 : 처음이고 초보인데 당연한거죠. 짤렸어도 잃은것만 있지는 않아요.
다양한 회원들의 체형을 접했고, 가르쳐봤으니까. 돈받고 경험과 경력을 얻었으니 값진거죠.
나 : 어떻게 생각하면 절망스러웠을텐데 그렇게 생각하셨다니 대단해요!
이 일만 오랜기간 계속 해온것도 정말 대단해요.
선생님 : 그 당시에는 할 줄 아는게 이거밖에 없었으니까, 물러설곳이 없었으니 죽도록 매달려야했죠.
돈벌이이자 먹고 살 수 밖에 없는 업으로 선택한거니까요.
나 : 지금은 강사 생활에 만족하시나요?
선생님 : 당연하죠. 아무래도 아이 낳고 육아하면서 하기에는 딱이에요. 시간 조정이 가능하니까.
직장 다니면 하루종일 회사에 매어있는 시간이 길잖아요.
저는 평일에 학교 보내놓고 월,수,금 오전시간만 일하고 있어요.
나 : 실례지만 수입은 괜찮은건가요? 제가 듣기로 시간당 3만원으로 들었거든요.
선생님 : 월,수,금 오전만 일해서 100만원 정도 벌고 있어요. 용돈벌이 정도지만 정말 만족해요.
회원들도 너무 잘 따라주고, 몸이 점점 좋아지는걸 보면 정말 뿌듯하죠.
무엇보다 내가 그만두고 다른 센터로 간다고 했을 때, 개별 연락주며 따라오시는 회원들이 몇 명 있어요.
그만큼 신뢰성이 생겼다는걸까 이런것도 너무 좋아요.
나 : 요즘에는 새로운 강사들을 양성하시는건가요? 가르치는 일도 하시는것 같던데요.
선생님 : 자격증은 갖고 있지만 경력이 없는 초보 강사들에게 , 오랜기간 일하며 터득해온 지식들을 가르치는 일도 하고 있어요. 누군가에게 나의 오랜 경험에서 녹아든 지식들을 알려주는 일도 꽤 의미있어요.
나 : 누군가를 가르칠말큼 경력도 꽤 길고, 사람 체형을 보면 어디를 어떻게 운동시켜줘야겠다고 바로 판단되는게 대단해요. 그리고 자격증을 취득하더라도 계속 배움을 멈추지 않아야한다는 말이 인상깊었어요.
저희같은 직장인들은 취직하고 자기개발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거든요.
선생님: 사람 몸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결코 만만하게 보아선 안되는 분야에요.
정말 죽기살기로 매달려야해요. 필라테스는 사람의 체형을 분석할줄 알아야하고, 아픈 부위를 낫게해주는것에서 실력이 나눠져요. 특히 1:1 개인 맞춤으로 운동을 진행해주려면 지식이 많아야해요.
단순하게 동작만 가르치는게 아니거든요.
나 : 선생님 철학도 신기해요. 예전에 자격증을 취득했음에도 계속해서 세미나 다니고 여기저기서 배우고 있다는게요. 이미 강사로 활동하고 있음에도 작년에도 거의 1천만원 들여서 또 배우러 다니셨잖아요.
돈도 시간도 꽤 많이 들이는게 쉽지 않은 일이었을텐데요.
선생님 : 끊임없이 배워야죠. 배운걸 다음날 회원들에게 직접 적용해보면서 다 내 지식으로 만들었으니 잘 배운것 같아요. 배움을 멈춰선 안 돼요.
나 : 센터를 오픈하고 문제는 없나요?
선생님 : 당연히 있죠. 월세가 직장인 월급정도 되는데 그만큼 회원들이 많이 와줘야 타산이 맞으니까.
그리고 강사 관리도 참 어려워요. 정말 열심히 가르쳐줬는데 , 다 배우고 나가는 경우를 꽤 많이 봐왔거든요. 아무래도 프리랜서이다 보니, 더 좋은 조건으로 다른 센터에 붙으면 금방 그만두기도 하죠.
나 : 센터 오픈하는 꿈은 언제부터 갖고 있었나요? 벌써 오픈한지 1년이 다 되어가네요.
선생님 : 센터 오픈은 모든 필라테스 강사들의 최종 목표 아닐까요?
원장이 되어 내 센터를 직접 운영하는거요.
직원으로 일하며 100만원 버는것도 좋지만, 내 센터에서 저는 관리와 약간의 일만 하고 다른 강사를 고용해서 100만원을 남기는게 차라리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업가 마인드로요. 물론 손해도 감수해야하겠죠.
이제 1년차라 앞으로 잘 되어야할텐데, 걱정이 많아요 :)
나 : 저 같은 직장인이 듣기에는 신기한 세계에요. 제 바운더리에서는 직장인의 삶이 다인줄 알았는데, 이렇게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군요.
생각해보니 주변 사람들이 모두 직장인으로 비슷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가족, 친척, 친구, 지인들도 다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그 안에서만 살아오던 내가, 다른 분야에서 오랜기간 종사해온 분의 삶 이야기를 들어보니 신선하기도 했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