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팅!"을 외치는 쾌활하고 당찬 목소리, 예쁜 빨간 입술의 그녀는 온지 2주만에 엄청난 업무량에 그대로 무너졌다. 나보다 훨씬 경력 많고, 나이도 있는 회사선배는 '이걸 어떻게 혼자 감당했냐'며 울면서 한밤중에 내게 전화를 한다. 우리는 선후배, 나이를 떠나 동지애와 전우애가 생겨버렸다.
3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건 서로뿐이었다.
그녀는 내가 6개월간 어떠한 강도의 업무를 소화해왔는지 사방팔방 알렸고, 덕분에 회사에서도 이 부서의 잘못된 부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와 나는 휴직계를 냈다. 우린 이루말할 수 없는 압도적인 업무량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뿐 아니라 몸에서도 이상반응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녀는 나보다 먼저 복직 후 , 회사에 청첩장을 돌렸다.
휴직기간 동안 결혼준비도 착실히 하여 , 화려하고 알콩달콩한 결혼식을 앞두고 있었다.
난감한건 나였다.
'휴직 상태에서 직장동료의 결혼식에 가야한다'는 사실이 나를 꽤 불편하게 만들었다.
회사에 있을 때는 문제될게 없었지만, 꽤 오랜기간 휴직 상태에서 직장동료들을 만나는게 어색했다.
아예 모르는 동료라면 모를까, 참석하는 동료들은 일만 같이했던 친분이 없는 비즈니스 관계였다.
어색한 발걸음으로 홀로 결혼식장에 향했다.
혼자 식사할 것이 부담되어, 잠깐 사진만 찍고 나오겠다고 다짐했다.
회사동료들은 이미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다니고 있었다.
나를 보고 반갑게 인사하고 다시 동료들 무리로 가는 직원, 어색한 미소로 웃어주는 연차높은 선배들..
이 공간에 내가 있을 자리는 없는것 같았다.
불편함을 무릅쓰고, 신부대기실에 어색하게 들어가자 그녀는 반갑게 나를 맞아준다.
"와줘서 고마워~ 밥 꼭 먹고가야해! 알았지?"
그래도 날 챙겨주는건 그녀밖에 없었다.
축의금을 내며 식권은 안줘도 된다고 했더니, 여긴 결혼식 진행과 함께 식사를 하는 예식장이라고 한다.
잠깐동안 뇌가 정지되는 느낌이었다.
이미 라포가 형성된 직장동료들의 테이블에 뜬금없이 불청객이 되고 싶지 않았다.
결국 나는 신부가 아닌 , 신랑측 테이블로 향했다.
시야가 가려지는 좌석에서 홀로 점심을 먹고, 결혼식이 끝날 즈음 아무도 모르게 이 예식장을 떠나겠다고 다짐했다.
결혼식이 한창 진행될 즈음, 나의 옆 자리에 누군가가 앉았다.
아주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자 내가 유일하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던 직장 동료였다.
늦게 와서 자리를 찾던 중 내가 앉아있는걸 보고 왔나보다.
그는 반가워하며 내게 회사 근황과 여러 재밌는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다행히 그 분 덕분에 이 결혼식이 불편하고 어색한 자리로 끝나지 않았다.
휴직자에게 재직중인 직장동료들을 만나는건 참 어색하고 민망한 일이다.
얼굴에 철판을 깔고, 자신감을 채우고 만나야 할 존재들인거다.
'언젠가 내가 퇴사를 하고 동료들을 만난다면 이런 마음일까' 마음 한 구석이 아려온다.
휴직자인 내게 필요한건 자신감과 자존감일것이다.
내향적이고 소심한 , 구석에 숨겨진 나의 은밀한 성격이 여기 결혼식장에서 드러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나의 숨겨진 감정들을 스스로 느껴본다.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퇴사 이후에도 여유롭고 당당하게 잘 살아가는 멋진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