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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트리 Sep 05. 2020

알바 광탈 후, 한 번의 이력서로 붙은 대기업 입사기

공부 못하면 망한 삶인가요

학창시절 난 공부를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


지방에서 살다가 학교 공부 때문에 전 재산을 끌어모아 학군 좋은 서울로 올라왔다지만, 

나의 등수는 한없이 뒤로 밀려날 뿐이었다.  

부모님은 내가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서야 서울권의 어떤 학교도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

과외비로 한달에 100만원 이상을 투자하셨다. 

그러나 나의 결과는 자명했다. 

공부에 대한 기초와 기본기가 안잡혀있었고, 체력도 매우 약한 편이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되는 것이 공부였다. 공부를 해도 학습을 하고 배운다는 것보다는 모래성 쌓듯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어제 배운걸 내일되면 다 잊어버리고 스트레스 받고, 성적표를 보면 우울함의 연속이었다.  

다니던 학교를 자퇴할수도 없었으니, 그 나이 또래 친구들과 비슷한 모습이라도 보이려고 책상앞에서 공부하는 척만 했던 안타까운 학창시절이었다. 

좋은 학군의 동네에서 살았기에 주변 사람들의 아들딸들은 내로라하는 대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있었다. 

이런동네에서 가장 불행해지는건 공부를 못하는 집안의 부모님과 자녀들이다. 

하필 그것이 우리집이었다. 

애초에 공부머리가 없기도 했고, 더욱 불쌍한건 관심과 열정을 쏟아도 안되는게 공부였다는 것이다. 

자녀들 대학을 잘 보낸 학부모들은 고개를 당당하게 들고 다니는 느낌이었고, 우리 부모님은 늘 위축되어있는듯했다. 그러나 나도 어쩔 수 없었다. 노력해도 안되는걸 어떻게 하는가.. 

대학이 인생의 전부라는 말만 듣고 살았는데, 그렇다고 수능 끝나고 죽기에는 조금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지루하고 재미없던 10대가 끝나고, 겨우 20살이 되었는데 죽어야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결론을 내려서 그냥 살아보기로 했다.


화장도 안하고 긴치마를 입고 다녔던 모범생 느낌의 내 친구들은 수능 이후 예쁜 옷을 입고 화장도 하면서 어색하지만 변신을 추구하고 있었다. 나도 그 모습을 보고 자극받아 예쁘게 꾸며보고 싶었다. 

예쁜옷을 사고 화장품을 사려면 무엇보다 돈이 있어야했다.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려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이미 약삭빠른 친구들은 수능 전 지인을 통해 미리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했다고 들었다. 

밀려오는 20세 학생들로 모든 자리가 풀로 꽉 찼다고 한다. 

이력서에 경력을 쓸 것도 없었고, 어떤 스킬이나 갖고있는 능력도 없는 상태였다. 

이력서를 아무리 내도 한곳도 연락오지 않는 현실앞에 내 스스로를 자책했다. 

‘겨우 아르바이트 자리도 하나 못구하다니..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것일까’ 

다가올 20대가 두려웠다. 


집에서 벽만 보며 우울해하는 내게 친언니가 책 한권을 건넸다. 

그렇게 정 할게 없으면 책이라도 보라고 하면서.. 그리고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자기계발서를 읽으면서 도전에 대한 꿈, 미래에 대한 희망, 그리고 내가 살아야하는 이유를 찾게되자 신선한 공기가 느껴졌다. 수많은 책을 읽으며 지식을 쌓는 즐거움이 뭔지 비로소 느꼈다. 

그 때부터 나의 대학시절은 늘 책과 함께였다. 책을 읽으면서 얻게된 파급력은 대단했다. 

학교에서 주는 다양한 장학금을 받게 되었고, 외부 심사위원이 주는 상도 탔다. 

당시 취업을 위해 모든 학생들이 스펙에 매달리는 시기였는데, 내겐 굳이 스펙이 필요하지 않았다. 

대학생활에서 느끼고 경험했던 모든 것과 읽었던 수많은 책 안의 간접경험을 충분히 자기소개서 안에 녹여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던 덕분이었을까.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도 나는 대기업에 입사했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은 도저히 믿지 못하는 눈빛이었다. 노력해도 안되는 날 보며 말은 안했지만 바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현재 대기업을 다니면서 받는 복지는 무척 만족스럽지만, 사무직에서 느끼는 회의감은 분명 존재한다. 

무엇보다 회사라는곳은 날 영원히 책임져주지 못한다는것도 안다.

그렇기에 대기업에 들어갔다고 꼭 성공한 삶은 아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회사 이후의 삶은 내가 개척해나가야할 분야다. 

다만 직장덕분에 한 달 한 달 풍요롭게 살아가고 있으니, 안정적인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고 있는건 맞다. 

입사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좋은 대학을 나왔다고 좋은 회사에 입사하는건 결코 아니라고 느꼈다. 고졸, 전문대졸, 지방 4년제 졸업 출신들도 많이 있으며, 공채로 들어온 사람보다 작은 기업에서 경력을 쌓고 온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걸 알게되었다. 필자도 이 케이스 중 하나다. 

다양한 배경과 출신의 사람들이 한 공간에 존재하는곳이 회사다.  


수능을 본지 약 10년이 되어간다.

수능 이후 목숨을 끊는 학생들의 기사를 접하거나, 

어린나이부터 극심하게 스트레스 받는 학생들을 보면 무척 마음이 아프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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