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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트리 Aug 20. 2024

대기업에서 받았던 '상위고과'와 '하위고과'

지속적인 하위고과로 고통 받고 있는 어느 직장인에게

'상위고과'란? 성실하게 일 잘하는 직원, 성과가 좋은 직원이 받는 고과

'하위고과'란? 불성실하고 일 못하는 직원이 받는 고과, 성과가 없는 직원이 받는 고과

라고 믿었다.

이 불변의 진리가 거짓된 믿음이란걸 깨닫기까지 참 오랜기간이 걸렸다.


이것은 내가 속했던 직군의 문제이기도 했다.

매출과 연관이 없는 일은 제대로 된 대우를 받을 수 없다. 매출이 기업의 젖줄이기 때문이다.

나의 일은 영업대표가 매출로 가져온 고객사들을 케어하는 사무직 업무였다.

'잘하면 본전 , 못하면 사고'

아주 작은 마우스 작업에도 데이터가 날라가기 일쑤여서, 한 순간이라도 정신줄을 놓아선 안되었다.

책임감은 막중하고, 인정은 못받는 업무라는건 대대로 내려오는 정설이었다.


임원들은 내가 속한 직군이 고객사 담당자와 소통하는 매우 중요한 서비스 업무라고 칭하며,

'회사의 얼굴'인 만큼 '고급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럴때마다 열정과 자부심이 불타올랐다.

그러나 내게 고과를 주는 사람은 임원이 아니었다.

그는 부서장이 매긴 파트원들의 고과를 '승인'만 하는 사람이었다.


[사장 - (사업부 통솔) 임원 - (특정 그룹) 부서장 - (특정 그룹) 파트장 - (특정 그룹) 파트원]


결국 내가 제일 잘 보여야 할 사람은 파트장과 부서장이었다.

가장 근접한 거리에서 일하며 소통해야 할 사람들이 나의 고과를 책임지는 이들이었다.

 

나는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상위고과 , 하위고과를 모두 받아보았다.

결코 업무의 많고 적음, 성과의 문제가 아니었다.

(게다가 나의 업무는 성과를 돋보이게 낼 수 없는 직군이었다.)

하위고과를 받았던 시기는 특정부서장(A), 특정파트장(B) 과 함께 했던 때에 모두 벌어졌다.

가스라이팅으로 몇년간 나를 옥죄었던 파트장(B)에게 반기를 든 순간부터 하위고과의 남발이 시작되었다.

나는 하위고과를 받았을 해에 모든걸 바쳤을만큼 최선을 다해 일했으나, 연말 고과시즌에는 늘 고통으로 가득했다.

알고보니 그(B)는 부서장(A)에게 나에 대한 험담을 상당히 오랜기간 늘어놓으며, 하위고과를 유도했다고 한다.

함께했던 다른 동료들은 내가 자리에 없을 때 슬쩍 엿들은 이야기들을 내게 전달해주었다.


그리고 하위고과는, 다른부서로 이동하는 순간부터 상위고과로 점프되었다.

기분은 뛸듯이 좋았지만 혼란스러웠다.

언제나 그랬듯 최선을 다했는데 불과 1년만에 왜 결과값이 이렇게 달라진것일까,

나의 업무능력이 단기간에 향상된건 아니었고, 업무성과를 낸것은 더욱 아니었는데..

과연 무엇이 달라진걸까.


꽤 오랜시간동안 과거를 되짚어보았다.  

결국 고과는 인간관계와 조직생활의 일환이자 내게 진심인 동료들을 얼마나 곁에 많이 두었는가의 문제였다.

'부서장에게 파트원들이 얼마나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는지 어필하는 파트장의 리더십,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나를 칭찬하는 어필 그리고 부서장의 판단능력'

업무능력과 장점을 파악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능력을 가진 지혜로운 상사를 만나는것도 본인의 운(運)이자 복(福)이다.

 

이끌어주지 않고 무조건 못한다고 구박만 하는 상사,  업무 문제로 고통을 호소하는데 대안이 없다고 하는 무능한 상사, 교묘한 가스라이팅에 능숙한 상사를 만나면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

이런 상사 밑에서 받는 하위고과는 본인의 잘못이 아니다.

다만, 몇년간(2년이상) 이어지는 하위고과를 본인의 잘못으로만 탓하며 안주하고 살아가는건 본인의 잘못이 맞다.  

나는 그러한 조직을 하루빨리 벗어났어야 하위고과의 늪을 탈피할 수 있었는데, 꽤 늦은 선택이었다.


대부분 기업에 속한 직원들은 사무업무를 하는 직군이다.

"너 아니면 적수(대체자)가 없다"는 말을 들을 수 없는 위치라는걸 자각해야하는, 한두달이면 대체가 될 수 있는 자리(업무)이다. 

이는 안타까우면서도 반대로 감사한 일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낼 수 없는 업무라는건, 곧 나의 능력과 재능이 업무에 크게 기여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무직에서의 고과는 일을 잘하느냐 못하느냐가 더더욱 아니라는 방증이다. 


정규직이라는 틀 안에서 고용을 보장받으며 월급을 받고 일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하위고과가 지속된다면, 회사내에서 부서이동을 하든 다른곳으로 이직을 하든 새로운 무언가를 준비하든 조치를 취해야한다.

현실에 낙담하여 무기력하게 안주하지 말자! 우물밖에서 내게 맞는 세상을 찾아보자!

하위고과로 고통받는 직장인들이 그 자리에서 머물러 있지 않고, 다른길을 찾아볼 수 있는 강력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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