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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트리 Oct 01. 2020

"다음달부터 (취미)미술 수강료 올립니다"

학창시절 쏟았던 교육비에 대한 후회

나는 프로 취미러가 되고 싶은 직장인이다.     


6년째 요가를 배우고 있으며, 6-7개월 전 미술을 시작했다.


요가는 오래 배웠음에도 아직 프로 단계까지 진입하지는 못했다. 

그저 남들보다 되는 동작이 상대적으로 많고, 좀 더 유연한 것뿐이다. 

저녁이 있는 삶이 생긴 이후, 취미를 하나 더 갖고 싶었고 성인취미, 취미미술 등 이것저것 검색하면서 미술을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어린시절 2-3개월동안 청소년 수련관에서 배운 수채화 미술이 전부였지만, 

그 때 정말 집중해서 그렸고 행복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다시 배워보고 싶었다. 


생각보다 성인 취미화실은 그리 많지 않았다. 

회사 주변부터 집 주변까지 몇군데를 알아봤는데, 평균 취미 미술학원 수강료는 1회당 3만원대로 받는듯했고, 원데이클래스는 4-5만원 선이었다. 

고심 끝에 집과 멀지 않은 곳으로 한 곳을 골랐고, 그 날 바로 미술수업을 받았다.

선긋기부터 시작하여 4B연필로 공, 원기둥, 인물화 등을 그린 후 현재는 수채화를 연습하고 있는 중이다. 


내가 다니는 미술학원의 수강료는 대강 이렇다. 

1회 3시간 기준으로, 12회 40만원 / 8회 28만원 / 6개월 무제한 수강 85만원(일시불) 등 선택지는 몇 개 없었다. 예전에 수강료를 따지다가 맞지 않는 요가원에 128만원을 일시불로 그대로 기부한 아픈 이력이 있었기에, 8회(28만원)권으로 결제했다. 

8회 동안 따져봐야 할 것이 생겼다. 

1) 회사 > 미술학원 > 집 까지의 동선

2) 회사업무 이후 미술을 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는지

3) 선생님이 나와 잘 맞는지 

4) 화실의 공간이 나와 잘 맞는지     

다녀보니 미술에 흥미도 있고, 여러 면에서 잘 맞는듯하여 열심히 다닐 생각으로 6개월 무제한권(85만원)으로 결제하였다.      


정말 열심히 다녔다. 

주말에도 문을 열기에 일주일에 평균 3-4번을 갔으니 개인화실을 운영하는 선생님은 어쩌면 손해라는 느낌이 더 컸을수도 있겠다.      


무엇보다 내겐 배움이 절실했다. 

회사에서 일을 하는것도 초반에는 사무업무를 배운다고 생각했지만, 넓게보면 이 업무는 나의 발전보다는 회사의 한 부품이 되는 일을 한다고 느꼈다. 내가 아닌 남을 위해 일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으니 나의 존재가 점점 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나를 좀 더 알아보기 위해, 나를 찾기 위해 새로운걸 도전해보고 배워보고 싶어서 시작한 것이 미술이었다.      


다른 취미인 요가의 장점은 유연성, 체력강화 등 내 자신만 느낄 수 있는 부분이 크다면, 미술은 작품이 만들어지고 완성되어서인지 뿌듯함이 컸다.     

한 달 평균 14-15회를 미술학원에 다니는 직장인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꾸준히 다니는 만큼 실력도 점점 느는 것을 느꼈고, 무엇보다 흥미가 있어서 더 열정적으로 다녔던것같다. 

그리고 내가 열심히 번 소중한 돈을 일시불로 낸 만큼 충분히 가치있게 사용하고 싶었던 욕심도 있었다.     


'이렇게 다니다가 선생님이 수강료를 올려버리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도 종종 했었는데, 

그 날이 오고야 말았다.  

" **씨~ 6개월 무제한권은 없어졌어요. 앞으로 12회권(1회당 3만원대)으로 끊어서 다니면 될 것 같아요."  

1회당 약 3만 5천원이면, 한달에 12번을 간다고 했을 때 38만원 정도를 지불해야하는데 ..

아직 취미로 배우는 내겐 확실히 부담이고 무리다. 

‘6개월간 꾸준히 이어온 내 루틴이 무너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두려운 느낌이 들었다.

다른 방법을 찾아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배움, 학원비, 취미, 돈.. 이 네 가지 주제를 놓고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생각해보니 어린시절 난 이곳저곳 학원을 꽤 다녔던것 같다.

중학생 시절, 영어/수학학원은 항상 빠지지 않고 다녔으며 한달 학원비는 개당 2-30만원 선으로 기억한다. 

한 달 평균 60만원 정도를 나의 학원비에 쏟았다는 말인데, 당시 강남권에 사는 주변친구들에 비하면 비싼 금액은 아니었다. 학원비를 내는 날도 부모님이 자동이체로 걸어놔서인지 수강료를 결제해야하는 날짜조차 몰랐다.      

학원에서 피곤하면 잤고, 친구들과 장난치고, 딴생각만 하루종일 하는 생활도 초반에만 죄책감이 느껴졌을 뿐 나중에는 자연스러운 일상의 생활로 자리잡히게 되었다.     

강요에 의해 다녔던 그 학원들.. 

당시에는 그렇게 가기가 싫었고, 증오했건만 나는 왜 이제와서야 배움에 목말라하는 것인가.. 


20대가 되고 사회생활을 하고나니 '배움과 돈'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나의 발전을 위한 배움, 그 배움에 대한 절실함간절함 그리고 의지 가 생겼고

힘들게 버는 돈의 가치’를 알게 되었다.     


직장에 다니면서부터 계산을 하게 되었다. 

나의 하루 일당은 대략 얼마이고, 미술학원에 얼마를 내고, 저축을 이 정도 하면, 나는 한달에 이만큼을 사용할 수 있겠구나..!       

어린시절 학원이란곳을 다니면서 이렇게 욕심있게 다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다른 아이들이 다 다니니까 낼만한 돈이 아니었다. 

부모님이 힘들게 벌어서 갖다바치는 그 돈의 값어치를 미리 알지 못한 나의 과거가 안타깝다.      

한 푼 두 푼 따질 줄 알게 된 건 열심히 일을 하고 돈을 벌게 되는 순간부터 시작되었다. 


'배움' 온전히 내 자신을 위한 그 배움이 이렇게 소중한 줄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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