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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트리 Dec 02. 2020

20대 중반에 시작한 내 집 마련

직장인 월급으로 빌라를 사다

신입의 눈으로 바라본 회사 사람들은 매우 신기했다. 

조용한 공간에서 타자치는 소리만이 ‘타탁타탁’ 들려오는데, 

내가 방해해서는 안될것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궁금했고 집중하는 그들이 매우 프로답고 멋져보였다.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대기업에 입사하여 하루빨리 회사원이 되는 성공을 거두고 싶었다. 

     

운이 좋게도 첫 번째 이력서를 넣은 회사에 합격했다.     


대학교에서 몇 달의 인턴 아르바이트 경험을 제외하면, 사실상 사회에 첫발을 디딘셈이다.

회사에 입사하면 천년만년 다니겠다고 다짐했고, 이제 내 삶은 영원히 안정될거라 믿었다. 

나는 부자가 될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입사 후 주변 선배들은 이런저런 조언을 했다.

적금을 부어라, 연애를 해라, 마음껏 놀아봐라.. 등등


그 중 남자선배가 나를 따로 불러 이런말을 했다.

“이제 회사에 들어왔으니 너의 인생은 정해져있어. 끊임없이 매달마다 돈이 들어올거야. 

자, 이제 이뿐이야. 얼른 집안 좋고 돈 많은 남자를 만나는걸 목표로 삼아서 결혼해. 

결혼해서 집을 얻고 평생 돈걱정없이 살아가. 

나는 지금 집 대출 갚고, 애 교육비에 평생을 볼모잡혀 살고있어. 내가 무슨말하는지 알겠니”   

   

무슨 말인지 충분히 알았으나 그 때는 어렸기에 잘 와닿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회사 합격을 위한 조언은 들어봤어도 회사 입사후의 조언은 그 어디에서도 들어본적이 없었다.


몇 년간 일하느라 몸은 상할대로 상했고, 

단순/반복적인 업무로 시간이 흐를수록 발전보다 퇴보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남들보다 빠르게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나, 내가 무엇을 위해 어린나이에 이렇게까지 일을 하는가 싶었다. 


돈으로 승부해보자면 먼저 벌고 있는 것일뿐, 주변 친구들 중 몇몇은 나보다 더 많은 월급을 받게 될게 뻔했다. 그랬기에 마음이 급했다. 빠르게 시작한만큼 빠르게 인생을 진행하며 나아가고 싶었다.      

친구들이 슬슬 회사에 입사했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쯤 본격적으로 투자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내 안에서 숨겨오던 목표가 있었다.

‘집을 사자’


예전부터 살고 싶었던 집이 있었는데, 가격을 알아보니 너무 비쌌다. 

월급의 절반을 떼어 적금을 붓는걸로 계산해봤더니 100년이 걸렸다.

충격이었다. 맞게 계산한건가 싶어 몇 번을 계산기로 돌렸는지 모른다.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월급을 두 배로 받는다고 해도 할머니가 되어서야 집에 들어갈 수 있을듯했다. 

그런데 그 때는 물가가 오를테니 집값은 더 오를거라고 한다. 뭘 몰라도 정말 몰랐다.      


이미 서울권 아파트는 노인이 되어도 들어가기 어려울듯했다. 

왜 이토록 사람들이 ‘집’에 집착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부모님 조언을 구하여 방향을 틀었다. 

아직 어리니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낙후된 빌라를 사고, 그 곳이 발전하기를 기다려보자고..!     


몇 군데 알아본 빌라는 사람이 살고있는 곳이라고 감히 믿을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억 단위라는게 더 믿을수가 없었다. 

거품이 껴도 너무 낀거라고 믿었고 언젠가 버블붕괴가 일어날거라 생각했다. 

부동산 사장님은 평균시세라며 저평가 되어있을 때 가져가라고 하셨다.  


내가 세상을 모르는건지 아니면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건지 혼란스러웠다. 

그럼에도 난 계획했던대로 빌라를 사게 되었다. 내 나이 반오십 때 일이다.

그리고 큰 빚이 함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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