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드림트리 Dec 09. 2020

인간관계는 퇴사 이후 시작된다.

'공간'이 마련해 주는 인연

난 어린 나이에 회사 입사를 했기에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나이는 평균 4-6세정도 많았다. 


친구처럼 지내기에는 나이차이가 있어서 그런지 잘 껴주지 않는듯했다. 

그들에게 난 그저 어린아이 같은 귀여운 막내이고 깍두기 같은 존재였다. 

내가 없을 땐 그들끼리 회사 안팎의 비밀스럽고 은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눴다. 

사석 자리에 나와 밥을 먹게 되면 친분으로 먹는다기보다는 어리고 귀여운 막내를 껴준다는 느낌이었다.   

    

그들은 매우 친해보였고, 회사라는 공간에서 친분과 우정을 쌓아가고 있는 모습이 매우 부러웠다. 

그러나 영원할듯했던 우정은 퇴사직후 자연스럽게 끊기거나 계속 이어지거나 둘 중 하나였다. 


한 때 언니, 동생 하며 친하게 지내는 동료를 보았다. 누가봐도 그들은 회사안에서 친한 사이였다. 

한 명은 정규직(A)이었고, 다른 한 명은 계약직(B)이었다. 

계약 만료가 되어 퇴사하는 B를 보며, A는 눈물을 흘렸다. 

몇 달 후 , A에게 B가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봤더니 연락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유는 별 이유는 없다고, 그냥 연락하기가 좀 그렇다고 했다. 


A는 또 다른 계약직(C) 직원과도 친했다. C가 퇴사한 직후, 결혼을 한다고 청첩장을 보내왔다. 

가야할지 고민하는 내게 A는 넌지시 말했다. 

C가 이제 회사에서 나갔고 어차피 연락도 안하고 지낼건데 돈아깝게 왜 고민하냐고.. 

C와 친했던 A는 회사 선배로써 조언한다며 나를 말렸다.


처음보는 인간관계 유형이었기에 매우 혼란스러웠다. 잔인한 인간관계이고 A는 조금 나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더 흐른 후 보니 A는 매번 이런식으로 인간관계를 맺는 것 같진 않았다.

옆에 있을 때는 최대한 가깝게 친하게 지내되, 본인과 성향이 굉장히 잘 맞거나 주변인들에게 평이 좋고 참 괜찮은 사람일 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챙겨주며 퇴사해도 계속 연락하는 타입이었다.

 

성격이나 인간성에 딱히 문제가 없더라도 퇴사 후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기는게 내가 봐 온 회사 내 대다수 인간관계였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아무리 친했어도 함께 붙어있던 공간을 벗어나면 멀어질 수 밖에 없게된다. 우린 성인이 되면서 각자의 삶을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결국 회사안의 동료와는 대부분 연락이 끊기거나 간간이 연락하고 만나서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어버린다.


나의 경우 계약직 동료들을 많이 마주하게 되었는데, 그들이 퇴사 후 참 다양한 케이스가 있었다.

재취업 스트레스 부담 때문인지 연락이 끊긴 동료, 굳이 친분이 없는 사이였기에 연락을 안하는 동료, 성향은 달라도 나름 친했는데 서서히 연락이 끊긴 동료, 성격이 전혀 안맞아서 연락하지 않는 동료, 내가 제외된 다른 모임이 만들어져 그들끼리 연락을 이어가는 경우 그리고 소소한 추억을 함께 나눴던 이제는 간간이 연락하는 동료(내겐 이런 경우가 더 많다)


생각해보면 나의 인간관계에 한 몫 했던게 스마트폰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스마트폰 붐이 일어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갈아타고 있을 시기였다.

중, 고등학교 동창들과 카카오톡이라는 매개체로 단톡방(단체 카카오톡 방)이라는 공간이 만들어졌고, 그렇게 여전히 모임이 유지되고 있다. 만약 2G폰을 쓰고 있다면 그 모임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친했던 친구만 연락하고 만났을 것이다. 


우린 각 자 다른 대학을 갔고, 다른 회사로 취직을 하면서 이제는 1년에 한 번 많으면 두 번 보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베스트 프렌드라고 말 할 수는 없지만, 학창시절 추억과 더불어 수능이라는 힘든 경험도 함께한 여전히 편한 친구 관계이다.


한 때 친했던 회사 동료들도 마찬가지이다. 

1년에 몇 번 연락하고 운 좋게 시간맞으면 얼굴 보며 편하게 안부물으며 밥먹는 그런 사이가 되었다.


동창 친구들, 회사 동료들과 이렇게 관계를 유지하는 상황이다.

'베스트 프렌드, 절친'  내게 이런 단어는 어색하다. 


이런 인간관계는 과연 어떤 관계일까,  내가 사회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는것일까..


‘공간’ 이것이 인간관계의 시작점이자 이어주는 요소라고 느꼈다.

공간을 통해 서로가 인연을 맺게 되고 성향을 파악하고 추억과 경험을 함께 쌓게 된다. 

그리고 이 공간을 벗어나는 순간 인간관계는 결정된다.

작가의 이전글 20대 중반에 시작한 내 집 마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