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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트리 Dec 12. 2020

차(茶) 한 잔의 효과

평안과 마음의 여유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대한민국이 커피에 중독되어 카페들이 우후죽순 생긴다는 기사를 볼 때나에겐 그저 먼 세상 이야기 같았다

커피를 마시면 배가 살살 아픈탓에 커피가 참 맛있는 카페’ , ‘좋은 커피원두를 사용한다’ 라는 말을 들어도 쉽게 도전하지 못할 다른 동네 소문이었다

맛을 음미하며 중반쯤 마시고 있을 때면 어김없이 배가 아파와 화장실로 직행하기 일쑤이니

마시기 전 항상 아플 준비를 하고 들이켜야했다     


회사동료든 지인이든 누구를 만나도 2차로 카페에 갈 때면 항상 차(tea)를 주문했다

대부분의 카페는 티백을 넣어주는데우러나오는 떫은 맛이 심해지기 전에 타이밍을 잘 맞추어 티백을 빼야한다한 잔의 차 맛을 결정할 가장 중요한 타이밍이기 때문이다떫은 강도가 심해질 때는 물을 넣어 희석시켜도 완전히 떫은맛이 제거되지 않기 때문에 항상 신경을 기울이곤 한다


최근에는 코로나 사태로 카페에 앉아 차를 우려마실 일도 드물어졌다.

카페는 자리값 혹은 전망값이라는 인식이 큰데굳이 Take-out으로 비싸게 사먹고 싶진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커피는 원두를 내려서 만드는 신비로운(?) 과정에 수고비가 포함되어있다고 느끼는데차는 뜨거운 물에 티백 하나만 딱 얹어주니 정성없는 가벼운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몇 달 전 명절 선물로 지인에게서 차 3종 세트를 선물로 받았다

고급스러운 박스 안에 살포시 놓여진 3개의 유리병그 안에는 6개월 이상 장인의 손을 거친 구기자

다른 하나는 말린 도라지 그리고 말린 더덕이 있었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물을 끓이고 차를 우려내어 먹는 일이 습관이 되었다

레시피는 매우 간단하다물을 붓고 팔팔 끓으면 찻잎을 넣는게 끝이다.     

말린 원재료를 생으로 넣어서 그런지 혹은 보릿물 만드는 것처럼 물을 많이 넣어서 그런지 떫은맛은 거의 없다

분명 티백으로 우려낸 맛과는 다르다따뜻한 물에 차 향이 푹 우려지는데 이걸 한입 음미하다보면 온 몸이 따뜻함을 느낀다힘들었던 마음이 눈녹듯 녹고편안해지고 안정됨을 느낀다

내 스스로에게 고요한 마음 테라피를 선물하는듯하다.     


내가 마실 겸 가족들에게도 매일같이 차를 따라줬더니 고마운 감정을 표현한다

집안에 평안한 기운이 따뜻한 차와 함께 다가오는 것 같다.     


차 한 잔이 가져오는 효과는 의외로 꽤 거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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