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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트리 Dec 20. 2020

회사 사장님이 들려준 인생 면담

내 마음에 남아있는 큰 울림

어느날 인사팀으로부터 메일 한 통이 왔다. 

사장님과의 면담이 있으니 몇날 몇시까지 점심식사겸 대표실로 오라는 통보였다. 

수신자를 보니 나의 동기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다. 

뒤늦게 메일을 읽었던 탓인지, 동기 메신저방은 불이 나 있었다. 


“어떤 말 할 거야? 나 이 기회에 월급 좀 올려달라고 해볼까?”

“사장님은 연봉 얼마받는지 물어볼까?”

“아 몰라, 무슨 점심이야 귀찮게..”     

각각 반응들은 달랐다. 


입사 이후 처음으로 갖는 면담이기에 난 부담됐지만 그냥 묻는말에 대답만 하고 내려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철없는 동기 한 명은 연봉을 올려달라는 말을 같이 해보자고 계속 보챘다. 

그게 통할거라 생각하는지 되물었더니 밑져야본전이라고 한다.      


대표실을 찾아가니 사장님은 차(tea)를 따라주기 위해 물을 끓이며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평소에 차에 관심이 많은 대표님은 중국의 거래상에게 큰 돈을 주고 얻은 보석같은 찻잎을 우려냈다며 한명씩 따라줬다. 

과연 그 맛은 태어나서 처음 마셔보는 중국판 차마고도에서 얻은 차 맛이었다. 

마음이 매우 편안해졌다.     


그는 무슨 업무를 하는지 한 명 한 명씩 물어보며, 편안하거 부담없는 자리로 생각해달라고 한다. 

업무하면서 어떤 부분이 힘든지 묻고, 월급으로 재테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등을 서스럼없이 꺼내는 어쩌면 형식적이며 편안한 대화자리였다.      


그 때 철없는 동기 한 명이 계속 신호를 보낸다. 

‘설마 월급 올려달라는 얘기를 진짜 하려는건가.. 얘가 미친걸까. 난 도저히 못하겠다.’ 

생각하며 부담스러워 동기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결국 참다못한 동기는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어볼 때 이런말을 꺼냈다.

“저희 가난해요..! ㅎㅎ 돈 많이 벌고 싶어요. 사장님 부러워요”


그러자 사장님은 뜻밖의 과거얘기를 꺼냈다.     

“난 부장을 달기 전까지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서 살았어요.

모자른 월급으로 가족들이 항상 허리띠 졸라매고 엄청 아끼면서 살았단말이에요. 

그러다가 부장이 되면서 마이너스 늪에서 벗어났고, 임원이 되니 솔직히 그 때부터 살만해졌어. 

아직 결혼 안하고 자식 없는 너희들이 더 낫죠. 생각해봐요. 

각자 사정은 잘 모르지만 여러분이 사용할 돈을 온전히 스스로 벌고 있잖아요."  

 

우리 나이에는 먼저 푼돈 모아 목돈을 만들고 그 때 재테크를 시작하라고 조언하며, 아껴서 돈 모으는 습관을 먼저 기르라는 말씀도 해주셨다.      

그리고 당시 동기들은 업무에 지쳐있었기에, 힘들다는 말을 은근히 꺼냈다. 

사실 대표님이 먼저 힘든지 물어보니 힘들다고 살짝 푸념하는 정해진 답을 얘기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너희는 그래도 주어진 일을 하면 어떻게든 끝이 있고 풀리지. 나한테는 무슨 암덩어리같은걸 들고와. 솔직히 답도 없고,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하나 싶어요. 고생해서 겨우 처리하면 그 다음날 또 다른 암덩어리 업무를 들고와서 나한테 해결해달라그래. 이걸 항상 반복하며 살아보면, 이 자리가 좋아보이지만 결코 편한 자리는 아니에요. 여러분 삶이 얼마나 감사한지 느끼면서 살아보세요.”     

난 그의 말이 충분히 공감되면서도 어떻게 해야 감사함을 느끼며 행복을 찾을까 고민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여러분, 내가 퀴즈를 하나 내볼게. 인물인데 맞춰볼래요?”

1.자녀 중 한 명이 사망했다.

2.자녀 중 한 명이 교도소에 있다.

3.본인은 병상에서 몇 년째 의식없이 누워만 있다. (당시 그는 사망 전)     

우리는 모두 듣고만 있었다. 그러자 그는 다시 답을 했다.

“예상했을지 모르지만, 최고 재벌인 삼성 회장님이죠. 우리는 외관으로 그가 단지 돈이 많아서 부럽지만, 이것만보면 세상 모든 아픈 가정사를 다 갖고 있는 듯 보이지 않나요. 돈이 많은게 결코 행복과 연관되지는 않아요. 행복은 본인이 스스로 만들어가는거에요. 난 솔직히 일하다보면 여러분같은 주니어가 부러울때도 있어. 어떤 자리에 있든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스스로 행복을 찾아보세요. 정말 그러다보면 행운과 행복이 함께 찾아와요. 내가 살아보니 인생이란 참 오묘하거든”     


점심식사 겸 진행했던 면담은 예정된 한시간을 훌쩍 넘겼다.

거의 신입 때 들었던 내용들 하나하나를 아직도 기억하는 이유는, 대표라는 직분을 떠나 인생에 울림을 주는 내용들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 당시에는 좋은 말씀인건 알았지만 100% 다 이해하지는 못했다. 

인생을 계속 살아보면서 차츰 깨달아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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