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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트리 Dec 20. 2020

내 집 마련 이후 만난 충격적인 임차인

세입자를 잘 만나야 하는 이유

서울 변두리 외곽지역에 위치한 낡고 작은 빌라.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지어진 빌라. 

그 곳엔 내 명의의 집이 있다. (사진과는 무관함)

외부는 낡고 허름하지만, 내부를 수리하고 인테리어했더니 아주 멋진 새 집이 되었다. 


그렇게 탈바꿈된 집에 노부부가 살았고, 공사업체 직원이 살았다. 

그리고 몇 달 전 60대 여성분과 2년 전세 및 17만원 월세로 반전세 계약을 했다. 

전세금은 국가기관 L사의 전세자금대출금이고, 월세는 세입자가 직접 낸다고 한다.      


얼마 후 임차인(그녀라고 부를것이다)으로부터 전화 한 통이 왔다. 

그녀는 방충망이 찢어졌다며 고쳐달라고 했다.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더니 3cm의 작은 구멍이 뚫린 사진을 보내왔다. 

정중하게 말씀드렸다. 방충망이 찢어진건 이사할 때 생긴 문제인듯하다고 고쳐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던 그녀는 이뿐만이 아니라고 했다. 

곰팡이가 있으니 고쳐달라고 구구절절 하소연을 하길래 업체를 불러 곰팡이를 제거해주었다.      


한달이 지났을까 .. 그녀는 다시 연락이 왔다. 

곰팡이가 다시 생기고 있다며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 것이다. 

그녀는 긴 하소연을 하는 와중에 이런 말을 했다. 

이런 하자있는 집은 10만원 월세면 충분하다고, 17만원 월세는 비싸니 깎아달라고 한다. 

이미 시세보다 싸게 전세값을 받은 상태이니, 거기까지는 안된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니 갑자기 목소리를 높여 이런집은 내놓아서는 안 될 집이고 사람이 살 수 없는 집이라고 한다. 

나는 맞대응했다. 기존에 살았던 분들은 문제없이 잘 살았던 집이라고.. 그

럼에도 그녀는 계속해서 집의 하자문제를 거론하며 월세내기가 아깝다는 말을 지속적으로 했다. 

     

하루에 몇 통씩 걸려 오는 전화, 긴 장문의 문자에 스트레스를 받아 중개해준 부동산에 연락했다.

돈을 조금 더 드릴테니, 일단 임차인의 연락을 직접 받아달라고 부탁했다. 

문제가 맞다면 해결 후 내게 청구해달라고 했다. 

사연을 들은 부동산에서는 돈은 필요없고 직접 응대할테니 전화오면 받지 말라고 한다. 


몇 달이 지났을까. 그녀는 다시 내게 연락이 왔다. 

부동산에 연락하라고 했더니, 그 부동산은 말이 전혀 안통하는 이상한 부동산이라고 하며 집주인인 내게 직접 답을 하라고 요구했다. 이야기를 들어도 원하는 바가 뭔지를 모르겠고, 바쁜 와중에 시간만 버리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하루에 몇 통씩 전화받을만한 시간이 없으니 요청사항을 문자로 보내달라고 했다. 

어마무시한 장문의 문자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월세를 깎아달라는 것

- 하자가 있는 집에서 살며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있으니 보상을 해달라는 것

아침이 되면 수북히 쌓여진 문자에 난 더 이상 답변을 하지 않았다.      


어느날이었다. 도저히 살 수가 없다고 이사를 가겠다고 한다. 

2년 계약 중 1년이 갓 넘은 시기였다. 대응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또 어떤 수작을 부리고 있나하는 의심의 눈초리가 컸다.   

  

얼마 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임차인이라고 하며 집을 나갈테니 뜬금없이 복비를 내달라고 한다. 무작정 복비를 내라고 소리지르는 그녀에게 무슨말인지 모르겠으니 알아보고 연락드리겠다고 했더니 지금 당장 복비를 댈 수 있다고 답변하라고 소리친다.

“복비를 대라고! 빨리 답하라고! 이 **야!” 

이성을 잃고, 육두문자까지 남발하자 중간에 전화를 끊어버렸다.    


솔직히 언제까지 이렇게 시달리고 살아야하나 싶었다. 

그냥 빨리 나가주는게 내 정신건강에도 이로울듯했다. 

그래서 복비를 내주기로 결정하고 다음 세입자를 구하고 나가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소리를 지르던 그녀는 본인이 아까 소리를 질러 죄송했다고 하며 복비를 내준다는 문자를 남겨달라고 한다. 문자를 남겨준 후 또 연락이 왔다. 

형편이 안좋은데 이사비를 내주면 안되는지 묻는다. 너무 기가찼다. 

   

여러군데 내놓은 부동산 중 한 곳에서 계약을 하자고 연락이 왔다. 

계약서를 쓰기 위해 날짜를 잡아놨을 때 부동산으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그녀가 계약한다는 말을 듣고 부동산에 나타나서 전세금과 계약금을 본인에게 달라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부동산 사장은 소리지르며 그녀에게 말했다고 했다.

“아니.. 집주인에게 돈을 줘야지 그걸 왜 아줌마한테 줘요? 당장 나가세요”    

 

이 이야기를 들은 나는 생각했다. 

‘만약 계약서를 썼는데 그녀가 나가지 않는다면...’

그녀가 2년 계약서대로 안나가기로 말을 바꾸면 끝이었다.

계약서를 쓴 사실을 알게되면 이걸 빌미로 금전적인 보상을 요구할거란 생각이 들자 너무 아찔했다. 

부동산에 이런 사연을 얘기하며 당장은 계약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나 또한 큰 기회를 날려버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집을 나가는것과 관련해서 그녀와 하는 수 없이 통화를 해야했다. 

그녀는 복비에 이사비를 요구하다가 대화가 불리해지면 본론을 흐려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고, 끊임없이 다른 보상을 요구했다.     

심지어 내게 계약금을 준비하되 나가는 날짜가 아니라 내일 당장 마련해놓으라고 한다.

반드시 현금으로 준비해서 자신이 살고있는 집으로 가져오면 된다고 한다. 

나갈 때 보내주는게 맞다고 그건 말도 안된다고 답했더니,

자신을 못믿냐고 본인은 돈도 없고 가난하다고 당장 그 돈이 필요하다고 떼쓰는 그녀와 도저히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 

‘야마 돈다’라는 말을 이런곳에 써야하는 것일까. 비하인드 스토리, 숨기고 있는 스토리도 없다. 정말 실화이다.

L사 담당자에게 중재를 요청했다.      


담당자가 선의를 베풀어 중재하는 와중에도 그녀는 꾸준히 내게 연락을 했으나 일체 받지 않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100통씩 와 있는 문자에도 답변하지 않았다. 

어느날 모르고 100을 눌렀더니, 문자를 봤다는 1이 사라진걸 보고 그 때부터 새벽 내내 잠도 안자고 50여통 문자를 발사했다.     

그걸 읽다보면 혈압이 크게 오를게 뻔하니 안 보고 안 읽는게 맞았다. 

답변을 하면 본질과 본론을 흐리고 또 꼬투리를 잡고 늘어질게 뻔했다. 

     

결국 그녀는 중재에 따라 원하는 날짜에 나갔다. 

그 날 집을 둘러보고 한 번 더 경악했다. 벽지 곳곳에 음식물 냄새가 났고 칼로 그어놓은 흔적이 발견됐다. 

그녀는 나에 대한 화를 애꿎은 벽지에 풀어놓은듯했다. 

원상복구를 안하면 계약금을 못받을까봐 걱정되었는지 나름 열심히 닦고 나간듯했다.      


다음 세입자를 위해 몇십만원의 수리비를 지불해야했으나 차라리 이게 나았다. 

그녀가 떠나니, 내 인생 삶의 질이 원상복구 되었다. 

살다보면 이런 사람도 다 만나보게 되나보다.     

이런 경험은 한 번으로 충분히 족하다.


20대 중반에 시작한 내 집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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