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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트리 Aug 09. 2020

정규직이 바라본 파견직 사무직의 자리

대기업 정규직 7년차가 느낀 파견직 자리

나의 동기들이나 주변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나처럼 파견 계약직을 옆에서 많이 봐온 사람은 참 드물 것이다. 그건 부서의 특성이었다. 한번 파견에게 맡겼던 자리는 남는 정규인력이 배치될때까지 계속 파견인력의 몫으로 대체됐다. 당시 파견직군에 대한 제재나 정의도 뚜렷하지 않아서, 업무는 정규직과 비슷한 업무를 하고 있는 인력도 있었다. 


처음 입사하여 알게 된 파견의 자리에 있던 분은 나이가 30대였고, 나와 10살정도 차이가 났다. 업무를 할 때는 열심히 성실하게 결과물도 좋았으나, 본인의 업무에 대한 쇼잉이 과했고 일부 직원들은 그걸 싫어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본인이 인정받아 (계약/정규직 전환으로) 원하는걸 쟁취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니 충분히 이해되었다. 아르바이트도 많이하고, 프리랜서로도 열심히 살아온 그 다사다난한 인생을 듣다보니 분명 ‘열심히’로만은 안되는게 있다는걸 깨달았다. 


2년 파견직(다른회사소속) 이후, 2년 본 회사 자체 계약직을 거쳐 정규직이 되는 길은 험난하다. 깜깜하고 불투명한 미래에 나를 던진채 무기한의 노력과 시간을 버티고 바친다고 한들, 정규직이 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회사 상황이 갑자기 어려워졌다고 하며, 정규직 계약을 앞둔 2년차 계약직이 퇴사하는 사례도 많이 보아왔던터라 , 차라리 다른 회사의 정규직이 되는게 빠르지 않은지 물으면, 대다수는 대기업 공채로 들어가는 길은 너무 어려워 이런 다른길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옆에서 복지를 누리고 있는 정규직원들을 보았기 때문에 중소기업에 가는것도 솔직히 싫다고 한다. 큰 시간을 쏟아 인적성 공부를 하고 몇천대 일을 뚫고 입사하는게 정말 어려운일이라는걸 나도 알기에 쉽게 말할 수는 없다. 


사실 그 어느것도 쉬운게 없는듯하다. 그렇게 간절했던 그녀는 결국 전환이 되지 못한채 퇴사하게 되었다. 난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 어느것하나 부족함이 없어서 잘 될거라 생각했는데, 회사는 비용문제로 그녀를 전환시켜줄 수 없다고 했다. 계약직이나 정규직 고용 시, 큰 비용이 든다는것도 그 때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자리는 다음 파견 인력에게 쉽게 대체되었다. 


야근까지 불사하며 많은 업무를 했다고 한들 그건 어필할 수 있는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걸 알게되었다. 단순, 반복적으로 물리적인 업무량이 많다는 건, 누구든지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무직에서 어떤 특별함이 두드러지게 보이는것도 어려운 일이다. “난 그런사람고 인정받고 있어!”라고 생각한다면, 그 주변에 정말 일머리없는 사람들이 가득하다거나, 아니면 주변에서 어떻게든 챙겨주거나 인정해주려는 좋은 사람을 만난 경우일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원, 관리, 영업관리 업무까지 해본 내가 굳이 한마디 해보자면, 어느정도 일머리가 있는 사람이 새로운 업무의 인수인계를 충분히 받은 상태로 왔을 때 업무에 큰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사무업무는 넓은 범주로 모두 단순업무라고 본다. 대기업에서 업무순환이 많이 이루어질 수 있는 한가지 이유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쉽게 대체된 그 자리의 인력들에게 나는 업무를 알려주느라 매우 힘들었고, 야근이 반복되었으나 무섭기도 했고 정규로 들어온 내 자리에 감사함이 느껴졌다. 그 자리에는 좋은 학벌과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도 많이 지원했고, 나와 옆자리에서 일하게 된 고급인력들도 있다. 덕분에 나는 운이 좋았다. 그들에게 대학원에서 어떤 공부를 하고 있는지 귀동냥으로 듣게 되었고, 미국이나 뉴질랜드, 홍콩 등에서 살다가 온 해외경험담도 생생히 들을 수 있는 좋은 간접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퇴근 후 삶은 더 치열했다. 파견직군으로 들어왔기에 퇴근 후엔 남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우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게 되며 내 자신을 돌이켜보고 반성하게 되었다. 정규 전환에 대한 미련없이, 배우고 돈을 벌며 자신의 꿈을 찾아가기 위해 들어온 분들도 있었다. 모든 파견직원들이 다 그랬던건 아니다.  다만, 그 자리가 주는 불안감을 이겨내기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꿈꾸며 노력하는 파견직원들이, 오히려 안주하고 노력하지 않는 정규직보다 오히려 훨씬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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