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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트리 Apr 24. 2021

절교 후 4년만에 다시 만난 베스트 프렌드

오랜기간 공무원 준비를 한다는 것..

친구는 20대의 절반이상을 공무원 시험에만 올인했다

공부만 하던 어느날내게 그간 서운했던 감정을 긴 장문의 문자로 보내오며 갑자기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그 옛날시절부터 조금씩 겹겹이 마음 한켠에 쌓아두던 모든 감정들이 갑자기 폭발한듯했다.

문자를 읽던 나도 조금 기가차고 어이가 없어 한동안 연락하지 않는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한편으로는 이해도 되었다

사회경험도 거의 없이 하루종일 책상앞에서 시험 준비만 그토록 오래 하다보면 그럴 수 밖에 없을거라고...

그렇게 갑자기 어느날 우리의 관계는 단절되었다.    

   

친구는 중학교 시절 처음 만난 베스트 프렌드였다

100원 200원까지 아끼며 살아가는 삶이 비슷했고못난 외모를 가졌지만 예뻐지고 싶은 열망이 강했고

공부를 못하지만 잘하고 싶어했던.. 우린 여러면에서 많이 귀엽고도 미숙한 중학생이었다

고등학생 때는 각자 다른반이 되어 또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며 잠시 멀어졌던 때가 있었지만 

대학생이 되어 다시 잦은 왕래를 하며 서로의 고민상담을 해주는 베스트프렌드였다.  

   

4년동안 단 한통의 문자도 연락도 없던 친구가 갑자기 연락이 왔다

내게 미안하다고 하며 당시 자신의 언행이 부끄럽다고 용서해달라고 한다

하루종일 시험공부만 하다보니 편협한 생각을 갖고 있었고열등감이 많이 심했다고 말한다

그간 사회생활을 경험하다보니 옳다고만 생각했던 자신이 잘못되었음을 알았고

앞으로 친구관계에 있어 많이 노력하겠다고 한다     


가족과 외식 도중 뜬금없이 받은 문자를 보고 많이 놀랐다

한편으로는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게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라고 권유한다면 절대 못할 것이다

체력도 약하고배워서 뒤돌아서면 금방 잊어버리는 성격상 다양한 학문을 공부해야할 공무원 시험은 결코 맞지 않았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내게 말했다.

"사실 정말 걱정 많이했어. 기분 나쁜거 있다고 하면서 안만나줄 줄 알았는데..

넌 늘 한결같구나. 만나줘서 정말 고마워"


친구는 옛날 모습 그대로였다.

솔직했고진심이었다

사회생활을 경험하며 비로소 직장인들의 고민과 고충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얼마나 힘들었니..”

어린시절부터 사회를 경험한 내게 얼마나 힘들었냐고 위로해주는 친구를 도리어 내가 위로했다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게 더 힘들지..”     


만나지 않았던 4년동안 너무 힘들어서 심리상담까지 받았다고 한다

1시간에 8만원씩 주며 그렇게라도 자기 마음을 토해낼곳이 필요했다고 한다

한치 앞을 모르는 상황에서 1년 그리고 1년 나이만 들어가고

다른 친구들은 모두 예쁘게 꾸미고 밖을 돌아다니는데 하루종일 집에서 씻지도 않고 책상 앞에 앉아있는 본인의 상황도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계속해서 자기를 만나줘서 너무 고맙다며앞으로 정말 좋은 친구가 되겠다고 다짐하는 친구.. 

그때나 지금이나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친구였다     


30대가 되어가는 상황에서 취직까지 정말 많은 시간이 흘렀다

작은 월급이지만 스스로 돈을 벌며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게 친구는 참 행복하다고 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오래 붙어있어야하는데 업무가 힘들어서 참 걱정이 된다고도 한다     

오랜 세월동안의 공백이 무색할만큼 금방 말을 트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사실 그동안 연락이 끊긴 친구들이 많다고 하며이젠 한명 두명 연락하며 만날 계획이 있다고 한다.

이제 나의 주변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공무원 시험 준비를 마감하는 친구가 되지 않을까 싶다.  

긴 세월동안 어둠속에 있다가 새로운 출발을 하는 친구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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