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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트리 Mar 30. 2021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치명적인 시나리오

수요일부터 살짝 목이 간지러운듯하더니, 목요일부터 점점 증상이 심각해졌다. 

잔기침에 가래가 들끓더니 급기야 금요일 오후부터 콧물, 두통, 근육통, 호흡곤란에 심지어 미각과 후각의 마비증상까지.. 

발열이 없기 때문에 코로나는 아니라고 확신해왔는데, 나머지 증상이 코로나와 매우 흡사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았다. 발열이 없어도 변이 증세로 코로나에 감염될 수 있다고 한다. 

남아공 변이 .. 영국발 변이.. 이것은 틀림없는 코로나 변이 같았다.   

   

머릿속에 나만의 시나리오가 그려졌다. 

일요일에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게 된다. 

내 이름은 회사 입사 이래 가장 드높이 휘날리게 되고, 배탈로 화장실에 온종일 드나드는 모습이 회사 CCTV로 포착된다. 이 뿐 아니다. 몸이 피곤해서 다른층에서 살짝 휴식을 취하는 모습도 여과없이 드러나며, 3:10~3:22 시간으로 정확히 파악된다. 또한 회사 밖 나의 모든 동선은 국민에게 노출된다. 


이 정도는 약과다. 내가 맡고있는 프로젝트 업무는 한방에 공중으로 붕 뜰 것이다. 

도움 줄 수 있는 나의 동료들은 자가격리가 되기 때문에 그 사업은 접어야 할 수도 있겠다. 

안그래도 어렵다고 울부짖는 회사의 매출에도 큰 타격이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지난주 5일 중 3일 동안 다른부서 동료들과 줄줄 점심약속이 있었구나..! 

그들도 모두 자가격리가 된다면 내 이름은 지구 탄생 이래 가장 많은이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될 것이다.     

생각보다 타격이 너무도 크다.

그렇다면 아예 검사를 받지 않고, 월요일에 증상이 있는 상태로 몰래 회사 출근하는 것이다. 

그런데... 혹시나 그랬다가 다른 동료가 감염이 되고, 전원이 검사를 받게 되는데 내게 ‘증상에 있는데 왜 출근했냐’고 다그치며 구상권을 청구한다. 

음.. 한창 돈 벌 나이에 벌써부터 인생을 이렇게 망쳐놓을일이 있나 싶다. 

나로 인해 감염된 직원의 가족 중 몸이 아픈분이 있다면 이건 더 재앙으로 가는 길일 것이다.      


기침을 하도 하다보니 숨이 잘 안쉬어진다. 호흡이 점점 가빠지는걸 보니 폐에도 분명 문제가 있는듯하다. 

무엇보다 걱정인건 킁킁거리며 음식에 코를 대도 냄새가 전혀 느껴지지 않고, 

뜨거운 물에 소금을 들이부어 입안 가글을 해도 혀가 짠맛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몇 달전 유튜브에서 본 영상이 떠오른다. 코로나 감염 후 후각과 미각을 아예 잃어버린 한 미국인 여성이 삶이 얼마나 피폐해졌는지 울부짖는 장면이.

‘나도 그렇게 될 수 있구나..’ 충격적이다.


큰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다. 내가 언제 나의 몸을 그리 챙겼던적이 있던가. 

그러나 이번만큼은 치료를 받아야 한다. 

내 몸을 먼저 지키고, 소중한 가족을 지키고, 다른 사람의 건강을 지켜주기로..!      

고민을 거듭한 끝에 대망의 일요일 아침이 되었다.      

토요일 내내 고통을 멀리하고자 작정하고 쉬고 잠만 잤더니, 다행스럽게 일요일에는 두통, 근육통 증상이 사라졌다. 무엇보다 미세하게 미각,후각 증상이 돌아오고 있었다. 어머니가 끓여주신 김치 콩나물국을 먹는데, 그만 주르륵 하고 눈물이 흐를뻔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게 이토록 감사한 일이었구나.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고 느낄 수 있는 미각의 힘이 이토록 위대한 것이었구나.     

어쩌면 ‘코로나가 아닐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덤덤하게 받으러 갔다. 

기다림 끝에 매우 짧은 검사를 끝내고, 결과가 나올때까지 1일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월요일이 되었다. 검사 결과는 ‘음성’이다. 

아마 독감증세에 가까운 감기인가보다. 

기껏해야 2-3일 정도이지만 참 많고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쉴새없이 달려가는 내게 ‘쉼’을 권장하는 독감의 일침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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