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취미 미술 - 유화
어느날 다람쥐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나의 삶에 큰 회의감이 느껴졌다.
매일같이 비슷한 일만 하다보니 어느덧 나를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무얼 해야 행복을 느끼는지 20대 후반이 되도록 알지 못했다.
이렇게 살다가 퇴사할 때 “그저 평범한 회사원이었어요”라고 말하고 싶진 않았다.
특정 직급의 회사원이었다기 보단
"요가를 하고 그림을 그리는 회사원이었답니다" 라는 말이 더 나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을듯했다.
설상가상으로 힘든일도 있었고, 내겐 삶에 새로운 무언가가 급하게 필요했다.
그럴때는 항상 나의 과거를 회상한다. 피아노,미술,발레,풍물악기.....
'무얼 할 때 나는 가장 행복했었나..?'
미술을 배워보기로 다짐했고, 약 1-2주동안 각 화실의 위치와 가격 그리고 가르쳐주는 선생님을 보고 지금의 화실을 다니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2019년 12월에 시작하여 중간에 코로나, 개인사정으로 쉬었던걸 감안하면 1년이 조금 넘게 미술을 배우고 있는 상황이다.
그림 그리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 일주일에 3-4번 갔던 적도 있었으나,
퇴근 후 미술과 요가를 병행하다보니 몸이 너무 지쳐 요즘에는 일주일에 2번씩 가고 있다.
나는 인상주의 화가의 작품을 매우 좋아한다.
20대 초반, 그림을 배우기 전부터 인상주의전이 열리면 항상 시간을 내서 찾아갔다.
작품을 감상할 때 사람들이 많은 북적한 상황이 싫어 반차를 내고 평일에 자주 갔던 것 같다.
그토록 존경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내 손으로 직접 그릴 수 있는 기회가 오다니..!
인생은 역시 아무도 모르는거다.
직접 한땀한땀 내 손으로 그려가며 완성되는 작품, 그렇게 나는 과거의 모네와 그림으로 대화한다.
작품 하나를 완성할 때마다 느껴지는 성취감 그리고 이렇게 완성된 작품을 집 안에 걸어놓고 보노라면 회사에서 느낄 수 없는 성취감이 가득 느껴진다.
'퇴근하면 너무 지쳐서 무언가를 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누군가는 말한다.
오히려 내겐 집-회사를 반복하는 삶이 너무 힘들고 지겨웠다.
(미술을 배우기 전) 요가를 꾸준히 배워오면서 나의 체력은 20대 초반보다 후반에 훨씬 좋아졌다고 자부한다. 요가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내 몸은 활기를 찾게 되었다. 그렇게 갖게된 여유로 미술도 시작할 수 있었던것 같다.
“요즘 행복한가요?” 누군가가 묻는다면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었다.
“행복해요”
배운다는건 내게 큰 만족감과 성취감을 안겨준다.
컴퓨터 자판을 두들기며 똑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는 내게 퇴근 후 시간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연필드로잉, 수채화를 거쳐 유화 입문단계이지만 언젠가는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반고흐 작품에도 도전해볼 생각이다.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작품을 보고 느꼈던 아름다운 밤하늘을 나도 직접 그려보는 날을 꿈꾸며 한 작품 한 작품 연마해나가고 있다.
언젠가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갈 수 있는 날이 온다면 프랑스의 한 아틀리에에서 나만의 작품을 완성해보는 일, 유럽 여행을 다니며 나만의 드로잉 작품을 만들어보는 일 나는 그런 미래를 꿈꾼다.
직장인에게 취미란 나를 찾아가고 알아가는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