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드림트리 Jun 23. 2021

임신보다 출산을 먼저 알린 단짝친구

"얘들아, 나 출산했어"

(+아기사진)

임신보다 출산을 먼저 알린 친구의 소식에 나는 혼란이 일었다.

그리고 조금은 서운하기도 했다.

'이게 우리 사이에 숨길 일인가..?'


어린 시절부터 친했던 우리는 단짝처럼 매우 가까웠다.

같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같은 동네,독서실,학원까지 ..

우리의 동선은 늘 겹쳤고 여행도 같이 갈만큼 추억이 참 많았다.


누구는 재수를 하고, 누구는 일찍 취직을 하고

대화주제가 참 달랐던 시절이 있었지만 4명의 단체카톡방이라는것이 존재하는 한

서로의 근황은 끊임없이 공유되었다.

1년 2년.. 시간이 흐르며 10대 시절만큼은 친해질 수 없는 벽이 생긴건 어쩔 수 없었다.

각자 대학, 사회에서 만난 무리가 달랐고, 다른 업종에서 근무하는 우리는 대화주제도 달랐다.

1년에 한 번쯤 만날 때는 한치의 어색함 없이,  끝나지 않을 시시콜콜한 근황 얘기가 이어졌으나

다음날이 되면 그 날일을 마치 싹 잊은듯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야 할 어엿한 사회인이었다.

"10대 학생때는 이렇게 웃고 떠들고 내일 또 볼 사이였는데.. 이젠 내년에나 볼 수 있을까 싶지.

우리 왜 이렇게 바쁘냐 ㅎㅎ?"

내년을 기약할만큼 서로가 서로에게 시간을 내주지 않는 것일까.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10년이라는 세월동안 알 수 없는 투명한 벽이 느껴지는게 너무 속상했다.


만남이 한동안 뜸했던 어느날 친구가 모처럼 만나자고 연락이 왔다.  

이런저런 근황을 들어보던 중 결혼을 전제로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가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만난지 4개월 정도 되었으며, 곧 상견례 예정이라고 한다.

너무 빠른건 아닌가 싶었지만 마지막 연애 이후 공백기가 길었고 외로웠을걸 알기에

이런 말을 입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날짜가 두달 후 잡혔다는 소식을 전하더니 6개월만에 출산소식을 전했다.

임신보다 출산을 단체방에 먼저 전한 친구.

정말 놀랐지만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었다고 내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다른 친구들도 서운하지만 축하한다는 말을 전했다. 다들 같은 마음인가보다.

벌써 아이 엄마가 된 친구가 나왔다니.. 그리고 그 친구가 나와 늘 붙어다니던 친구였다는게 믿기지 않았다.


"친한사이 아니었어? 그런걸 왜 숨기지.. "

"알리고 싶지 않았나보지. 그냥 그런가보다 해~"

주변사람들은 말한다.

인스타그램을 보니 이미 알고 있던 다른 친구들이 있었나보다.

10년 전에는 가장 먼저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소식을 얘기하는 우리였는데..


비혼/결혼/육아

30대가 되면 각자가 속한 그룹에 맞게 대화상대가 확연히 나눠진다고 한다.

즉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들끼리, 결혼을 한 사람들끼리, 아이가 있는 사람들끼리

자신이 가장 관심을 쏟고 있는 분야에 속한 이들과의 만남을 지속하는 인간의 심리이다.


그렇게 우리는 몇 걸음 더 멀어지나보다.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이전글 1년동안 그려본 취미 미술 - 나를 알아가는 과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