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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트리 Aug 29. 2021

공부하는 직장인

회사에서 강제로  시키는 IT공부

회사에서 갑작스럽게 지시가 내려왔다.

일부 임직원은 IT 관련한 시험을 응시하고 이번 상반기까지 붙어야한다는.. 

선발된 머리가 좋고, 한 때 공부를 많이 했던 열정학도들은 평균 2-3번만에 합격이란 두 글자를 받아냈다고 한다. 공부량이 상당해서 결코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구나..’라고 난 무의미하게 넘겼다.     

그런데 회사에서 긴급지시가 내려왔다.  

모든 임직원이 이 시험을 보고 합격하라는 명령이 하달되었다.

IT 분야는 말만 들어도 나와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대학 졸업 후 약 10년동안 공부라는것에서 손놓고 살았는데..

아니 엄밀히 말하면 대학때도 책만 읽었지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지는 않았었다.     


‘그까짓 공부 , 하면 되지’ 하며 강의를 듣고 두꺼운 책을 펴고 읽는 순간 난 느꼈다.

 이건 결코 나의 분야가 아니라는걸..

1시간동안 강의를 들었음에도 나의 머릿속에 남은 내용이 하나도 없었다. 마치 외계어를 듣는 느낌이었다.

바보가 된 느낌이다. 절망과 충격이 밀려왔다.

‘내가 이 정도였나..’     


어느 정도 공부하다가 결국 포기했다. 포기하니 마음이 편해진다.

이런 나를 본 옆의 동료가 마지못해 조언한다.

“**님, 이건 안하고 싶다고 안 할 수 있는 시험이 아니잖아요. 

지금 회사에서 저렇게 전력을 다해 임직원들 붙게하려고 매달리고 있는데.. 하셔야죠”    

 

난 이과가 아니라 문과였다.

미분, 적분, 통계 등 수학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이 분야를 결코 이해할 수 없었다. 

수학을 알더라도 그건 원리를 이해를 위한 도구였으며, 

수많은 단원 중 하나의 단원을 학습할 수 있는 정도였다.

‘이 복잡한 원리를 내 생애에서 결국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성인이 되고 늘 했던 생각이 있다.

‘학창시절로 돌아가면 그때보다 훨씬 공부를 더 잘 할 수 있을텐데..’ 

공부를 시작한 순간, 난 공부를 왜 못했는지 본격적으로 깨달았다.    

  

심지어 업무시간에도 공부를 하게 만드는 회사...

압도적이고 방대한 공부량, 이해할 수 없는 수학 그 이상의 공식..

도저히 원리를 이해할 수 없어 포기했는데 이런 내가 거의 눈물을 쏟다시피하며 다시 책상앞에 앉았다.     

100번 들어도 이해가 되지 않을걸 알기에 , 

이런 나를 인정하고 고등학교 이과 수학 개념공부를 시작했다.

유튜브에서 고등 수학 인강(인터넷강의)을 듣고, 본 강의를 들으니 30%정도 들린다. 

수많은 단원 중 하나의 단원일 뿐이지만 들린다는게 내겐 희망이었다.     


난 평일 휴가도 꽤 사용했다. 창피함에 차마 동료들에게 공부를 하기 위해 휴가를 쓴다고 말하진 않았다. 

24시간 내내 밥만먹고 공부하는 삶.. 퇴근 후에도 공부에 매진해야만 하는 나날. 

이해가 안되어도 어떻게든 이해를 해서 진짜 공부를 해야 하는 나.  

    

시험 주관처에 근무하는 직원에게 문의해봤다. 

“혹시 이 인강 강사요.. 너무 수준 높게 가르치는듯해요. 생전 처음보는걸 당연히 안다는 식으로 강사가 얘기하는데 초급 강의 맞나요? 그리고 이거 대체할 수 있는 인강 있나요? 2명에게서 듣다보면 조금 더 나아지지는 않을까 해서요”

“음.. 없어요. 저도 공부하다가 개인적으로 어려워서 좀 찾아봤었는데요. 결국 그 강사가 제일 낫다는걸 아시게 될거에요”

돌아오는 답이 내겐 더 절망이었으나 어떻게든 붙잡고 해야했다.   

  

학창시절 우리는 학교 선생님뿐 아니라 수많은 강사들의 고품질 강의를 인강으로 들을 수 있었다.

하나의 개념을 어떻게든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게 이해를 시켜주려고 하는, 

중요 포인트를 잡아주려고 노력하는 수많은 인강 강사들이 학원 선생들이 주변에 포진해있었다.      

성인이 되어 시작한 공부는 참 다르다고 느꼈다. 

강사의 한 마디 한 마디를 어떻게든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집중해야했다. 하나의 개념을 미친 듯이 파고들어 이해해야했고 머릿속에 집어넣으려고 노력해야했다. 결코 모르겠다면 그 개념과 연관된 수많은 분야를 사전에 답습하기도 해야한다. 결국 내가 스스로 해야 하는 공부였다. 

 

그렇게 당일 시험이 되었다.

계산하는 문제, 머리쓰는 문제.. 다행스럽게도 시험의 답이 어느정도 보였다.

이번에 합격을 기대할 수는 없다는걸 안다. 

다만 ‘희망’이 보였다.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곧이어 있을 다음 시험에서 합격의 문에 더 다가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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