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이 인정받는 시대
"혹시 먹방 보세요?"
2016년 여름이었다.
멀쩡하게 생긴 옆자리 회사동료가 나에게 '먹방'을 보냐고 물어본다.
먹방이라고 한다면 대충 들어본것 같았다. 다른사람이 먹는모습을 보는거 아닌가..
시간낭비 인생낭비이자 인생에서 진짜 할일없는 사람들이 보는 컨텐츠라고 생각했다.
먹방을 찍는사람부터 먹방을 보는사람들까지 다 한심하지만, 굳이 비교를 해보자면 먹방을 보는사람들이 더 한심하다고 느껴졌다. 그런데 그걸 옆자리 동료가 보고있다니.. 차마 대놓고 한심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볼 수가 없었다.
재미있는 먹방이 있는데 같이 보자고 하며 즐거워하는 그녀를 차마 거부할수가 없었다.
"그..그래요~"
아프리카TV채널을 트는데 그것도 내겐 익숙하지 않았다.
당시 아프리카TV라고 한다면 선정적이고 이상한 성인컨텐츠를 생산하는 곳이 아닌가하는 거부감이 들었다.
잘생긴 남자가 화려한 입담을 과시하며 인사말을 건네더니 오늘은 케이크를 먹어보겠다고 한다.
얼굴만큼 큰 마이크 앞에 여러종류의 조각케이크들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건전하게(?) 케이크를 먹는걸 ASMR로 방송하는데 '엇..!' 의외로 재미있었다.
단지 케이크 먹는 소리일뿐인데 나의 후각을 자극했다.
"맛있겠다... 방금 밥먹었는데 저도 케이크 먹고 싶네요.."
왜 사람들이 이런 컨텐츠를 보는지 대충은 이해하게 되었다.
맛있는 소리를 내며 먹는 모습에서 후각 만족, 덤으로 입담좋은 준수한 외모의 진행자가 깔끔하게 먹는 모습에 시각 만족.
한 때 사라졌던 미각이 돌아올 느낌도 들고, 재미있긴 했다.
그러나 난 할일이 많고 바쁜 사람이기에 이런 한심한 컨텐츠에 내 인생을 낭비해선 안된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몇년이 지나 유튜브가 떴고, 그 유튜브안에 수많은 먹방러들이 나타났다.
한국인들의 밥도둑 간장게장부터 뿌링클 치킨, 곱창, 랍스터 등등까지..
평범하게 생긴 때론 통통하고 복스럽게 생긴 때론 준수한 외모의 유튜버들이 먹방을 찍고 있었다.
진입장벽이 낮기에 누구나 영상을 찍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너무나도 평범하게 생긴 사람들이 얼굴을 드러내놓고 영상을 올리는 모습은 내겐 다소 충격이었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자주 뜨는 먹방 컨텐츠를 보는데 사람들은 익숙해져간다.
나 또한 다르지않다.
안보려고 했건만 내가 좋아하는 간장게장과 곱창 컨텐츠를 차마 무시하고 지나갈수가 없었다.
이제까지 수많은 먹방을 봐왔고, 유명 먹방유튜버는 지인들과의 대화 주제가 되기도 한다.
특히 불닭볶음면은 나의 야식 본능을 몇번이나 일깨웠는지 모른다.
한밤중 불닭볶음면 먹방을 보다못해 집 앞 편의점에 달려나가 불닭볶음면을 사서 끓여먹기를 몇차례..
조리후 먹을 때는 반드시 그 영상을 함께 틀어서 봐야 비로소 만족이 되었다.
불과 몇년만에 나는 먹방 콘텐츠를 소비하며 대리만족을 느끼는 한 명의 시청자가 되어있었다.
먹방을 통해 실제 먹는것의 즐거움과 행복을 더 잘 느끼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먹방문화는 유튜브를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유명한 먹방 유튜버들은 국내보다 해외 구독자들이 더 많을 만큼 많은 지지를 받고 수입을 얻고 있다.
과거에는 결코 상상할 수 없었던 이런 '것'들이 돈이 되고 컨텐츠가 되는 세상이 되었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학생들에게는 학교와 성적이 전부였던 시대였다.
복스럽게 잘 먹는데 공부를 못하면 문전박대 당하던 세상에서 다양성이 인정받는 시대가 되고 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설마 이런것도..?' 싶었던게 컨텐츠가 되고 큰 수입원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힘' , 그 힘을 가진 사람은 돈을 벌게된다.
먹방 콘텐츠를 통해 알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멋진 삶의 잣대, 세상이 옳다고 말하는 삶의 잣대 그 기준을 다른이들에게 들이대어 함부로 재단하고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느꼈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한다.